북로그/독서 기록

<이그노벨상 읽어드립니다> 리뷰 (feat. 사피엔스스튜디오와 함께 기발한 연구 살펴보기)

동사힐 2022. 6. 28.

최근 사피엔스스튜디오의  <이그노벨상 읽어드립니다>가 나왔습니다.


<이그노벨상 읽어드립니다> 앞표지

최근에 한빛비즈에서 <이그노벨상 읽어드립니다>를 출간했습니다. 한빛비즈와 사피엔스스튜디오와 함께 하는 두번째 책인데요. 지난번 <심리 읽어드립니다>를 너무나 재밌게 본 저는 <이그노벨상 읽어드립니다>에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저의 <심리 읽어드립니다> 리뷰가 궁금하신 분은 한 번씩 읽어보세요.

2021.10.25 - [북로그/독서 기록] - 내 안의 불안 초조 우울 분노를 파악하는 방법(feat. 코로나 팬데믹 속 '심리 읽어드립니다' 리뷰)

이번 한빛비즈 리더스클럽으로 <이그노벨상 읽어드립니다>를 먼저 읽어볼 기회를 갖게 되었습니다. 저는 기대하는 마음으로 이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이 책을 읽기 전에 먼저 사피엔스스튜디오에 대해서 이해를 가지면 좋은데요. 사피엔스스튜디오는 유튜브 채널명입니다. 흥미와 재미를 갖추면서도 동시에 상당히 수준높은 콘텐츠가 지속적으로 올라오는 채널인데요. 사실 사피엔스스튜디오는 CJ ENM이 설립한 디지털 지식 플랫폼입니다.

<이그노벨상 읽어드립니다> 사피엔스스튜디오

 

tvN이라는 케이블 방송에서는 담기 힘든 콘텐츠를 유튜브라는 훨씬 더 자유롭고 개방적인 플랫폼에 맞추어서 제작한다고 보시면 되는데요. 지난번에 한빛비즈에서 출간한 <심리 읽어드립니다>도 사피엔스스튜디오 채널에 업로드된 영상을 기반으로 제작된 책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영상 내용을 그대로 책으로 제작하는 것은 아닙니다. 영상에서는 담기 힘든 구체적인 참고문헌이나 데이터를 추가하여 가독성 좋게 편집을 하는데요. 지난번 <심리 읽어드립니다>도 가독성 좋게 편집이 잘 되었는데, 이번 <이그노벨상 읽어드립니다> 사피엔스스튜디오와 함께 하는 두번째 책이어서 그런지 매우 읽기 쉬우면서도 꼼꼼하게 내용을 다루고 있습니다.

<이그노벨상 읽어드립니다> 뒷표지

 

반응형

 

게다가 이번에는 김경일 교수님만 참여한 것이 아니라 이윤형 교수님과 김태훈 교수님이 저자로 함께 참여를 했습니다. 이 세 분 교수님은 각각 아주대, 영남대, 경남대 심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데요. 각각 다른 대학의 교수인데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살펴보면 상당히 흥미롭습니다. 바로 이 세 분은 모두 고려대 심리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고, 모두 미국에 심리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습니다. 이런 공통점으로 연결되어 있는 교수님이라 <이그노벨상 읽어드립니다>는 더욱 깊이 있으면서도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이그노벨상 읽어드립니다> 공저자

<이그노벨상 읽어드립니다>에 대해서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먼저 <이그노벨상 읽어드립니다>를 살펴보기 전에 "이그노벨상"이 무엇인지부터 살펴보아야 할 것입니다. 

미국 하버드대학교에서 발간하는 유머 과학잡지 <기발한 연구연감 Annals of Improbable Reserch>에서 1991년에 노벨상을 패러디해 만든 상이죠. -<이그노벨상 읽어드립니다> 13쪽

이그노벨상은 바로 노벨상을 패러디한 상인데요. 이그노벨상을 심사하는 마크 에이브러햄스는 자신의 책에서 "더할 나위 없이 바보 같거나 시사하는 바가 많은 무언가를 해낸 사람에게 주기로 했다. 이러한 업적들 중에는 소름 끼치게 바보 같은 것도 있을 것이다. 어떤 것들은 바보스러울 만큼 훌륭하고 심지어 중요한 것으로 판명될지도 모를 일이었다."라고 했습니다.

패턴은 역량 발휘에 큰 영향을 미친다.

 

반응형

이그노벨상이 미국에서는 꽤 유명한 상이라 하더라도, 아쉽게도 국내에는 관련 연구를 하는 분들 외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저 역시 이번 책을 통해서 처음 알게 되었으니까요. <이그노벨상 읽어드립니다>에서는 다음과 같이 비유를 합니다.

노벨상은 조용필에, 이그노벨상은 유재하에 비교할 수 있습니다. 조용필은 수십 년에 걸쳐 몇 집에 달하는 음반과 주옥같은 명곡들을 낸 명실공히 대한민국 가왕이라 할 수 있죠. 이처럼 노벨상은 단 한 번의 번뜩이는 논문으로는 받을 수 없고, 오랜 세월에 걸쳐 집대성한 방대한 연구의 결과물에 주는 것입니다. 40세 전에 노벨상을 받기가 힘들다는 점만 봐도 그 규모나 의미를 잘 알 수 있습니다. 반면 유재하는 단 하나의 앨범만 내고 요절했지만, 그 하나만으로도 많은 사람들이 찬사를 보냅니다. 이런 점이 이그노벨상의 성격을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그노벨상 읽어드립니다>15쪽

저도 이러한 내용을 통해 처음 이그노벨상에 대해서 알게 되었는데요. 노벨상 수상자가 이그노벨상 시상자로 나선다는 점이나 노벨상을 수상받는 것보다 이그노벨상 시상에 나서는 것을 더욱 즐거워한다는 내용들을 보면서, 오랫동안 진지하게 학문을 연구하면서 조금 더 즐겁고 유쾌한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이그노벨상에 더욱 흥미를 갖게 되었습니다. 특히 2000년에 이그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통일교 합동결혼식의 이야기는 정말 엉뚱하면서도 재밌었습니다. 가끔 언론에 등장하는 통일교의 합동결혼식은 사실 그 규모를 볼 때 엄청나다고밖에 볼 수는 없는데요. 그러한 결혼식을 한국이 아닌 미국, 그것도 이그노벨상이라는 곳에서 관심을 갖고 상을 수여했다는 점에서 놀랄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만큼 이그노벨상의 관심 영역이 넓고, 재치가 넘친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그노벨상 읽어드립니다>에서 인상 깊은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이그노벨상 읽어드립니다>의 목차를 보면 다루고 있는 주제를 한 눈에 알 수 있습니다.

  • 저주인형
  • 소변
  • 거짓말
  • 가격
  • 설명서
  • 사랑과 강박
  • 수면
  • 눈썹과 자기애
  • 사이코패스와 소시오패스

상당히 흥미로우면서도 재밌는 연구를 다루고 있습니다. 이들은 모두 이그노벨상을 받았던 연구 주제이기도 한데요. 

긴 설명서를 읽기 인생은 짧다 "Read the F*** Manual"

반응형

특히 저의 관심을 끌었던 연구는 바로 소변입니다. 평소 화장실에 자주 가는 저에게 소변은 정말 흥미로운 주제입니다. 먼 길을 떠나기 전에 항상 들리는 곳이 화장실이며, 잠자기 전 그리고 잠에서 깬 후에 반드시 하는 행동이 바로 소변 배설이기 때문이죠. 그러한 소변이 의사결정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이러한 연구를 <이그노벨상 읽어드립니다>에서 다루고 있습니다. 특히 전혀 상반된 연구 결과를 다루고 있습니다.

  • 소변을 참으면 정확한 결정 능력이 떨어진다.
  • 소변은 참으면 돈을 '버는'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이와 관련된 연구를 하나씩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충동의 급격한 증가가 건강한 성인의 인지 능력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연구인데요. 실험 설계가 상당히 재밌습니다. 매 15분마다 실험자는 물 250ml씩을 계속해서 마십니다. 실험하는 동안 사람들은 정해진 시간마다 물을 마시면서 기본적인 인지 능력을 측정하는 테스트인데요. 과제는 다음과 같습니다.

  • 첫번째 과제 : 눈앞에 카드가 나오면 나올 때마다 버튼을 누른다.
  • 두번째 과제 : 빨간색 카드가 나오면 버튼을 누르고, 파란색 카드가 나오면 버튼을 누르지 않는다.
  • 세번째 과제 : 이전과 같은 카드가 나오면 버튼을 누르고, 이전과 다른 카드가 나오면 버튼을 누르지 않는다.

실험 결과 소변을 참고 있을 때는 세 과제 모두 제대로 수행을 하지 못했고, 화장실을 다녀 온 후에는 모두 과제를 수행했습니다. 이 결과 이그노벨상을 수상했습니다.

그런데 같은 해에 정반대의 연구가 나오는데요. 바로 <억제의 영향 : 소변이 급해지면 어떤 영역에서 충동을 억제하기 쉬워진다>입니다. 이 실험을 통해 밝혀진 것은 기본적인 욕구가 억압을 받는 상태에서는 무언가를 자동적으로 처리하는 것까지 참게 해준다는 것입니다. 즉 소변을 참는 신체적 반응이 정신적 반응도 통제한다는 것이죠.

이 실험에서 실험자는 다음의 선택을 하게 됩니다.

  • 지금 2만원을 받겠는가?
  • 한 달 뒤에 4만원을 받겠는가?

마치 마시멜로 실험과 같은 상황에서 소변을 참아야 하는 상황에 놓인 실험자들이 한 달 뒤에 4만원을 받는 선택을 하는 경우가 훨씬 더 높았다고 합니다. 소변을 참는 것이 다른 욕구를 참는 데까지 널리 퍼진다는 것을 증명하는 결과입니다. 정리하면 인간은 어떠한 요구를 참을 때 그것이 그 욕구와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다 하더라도 다른 것을 참게 하는 데 도움이 되면서 더 나은 결정으로 이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더 재밌는 것은 이 두 가지 연구는 서로 상반되는 것처럼 보이는데 같은 해에 이그노벨상을 받았다는 사실입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의지력에 관한 내용과 체화된 인지 능력에 관한 심도있는 내용을 <이그노벨상 읽어드립니다>에서 다루고 있습니다. 그러면 의사결정과 목표 달성을 더욱 효과적으로 이루는 방법을 심리학과 연결지어 설명하는데요. 바로 노고 시스템입니다. 저는 이 부분도 상당히 인상 깊었는데요. 

노고 시스템(NoGo System)은 먹을 것을 앞에 두고 먹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 먹을 것을 치워버리거나 아예 다른 곳으로 가는 방법입니다. (중략)
스마트폰 때문에 잠이 안 온다고 하지 말고, 잠자리에 들기 전에 스마트폰을 다른 데 두거나 아예 침실로 가져가지 않는 방법이 더 효과적입니다. 기업에서도 '휴대전화를 보지 맙시다'보다 '휴대전화를 주머니에 넣읍시다'로 캠페인을 벌이니 훨씬 더 효과적이었습니다. -<이그노벨상 읽어드립니다>107쪽

 

결국 인내할 수 있는 상황을 자연스럽게 만드는 것이 중요함을 알 수 있는 장면이었습니다. 이처럼 <이그노벨상 읽어드립니다>는 이그노벨상을 수상한 연구를 우리의 삶에 적용할 수 있도록 매우 구체적이며 상세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특히 <이그노벨상 읽어드립니다> 내용이 좋은 점은 바로 이그노벨상을 수상한 연구를 기반으로 책 내용을 풀어간다는 점입니다. 이는 확실한 심리학적 연구를 기반으로 책의 내용을 풀어간다는 점인데요. 지난번 <심리 읽어드립니다> 역시 논문을 기반으로 책의 내용을 풀어나간 것과 매우 유사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연인에게 화를 내는 것은 사랑의 증거?

이처럼 의미있는 심리학 연구 논문을 매우 흥미롭게 볼 수 있는 <이그노벨상 읽어드립니다>. <심리 읽어드립니다>를 흥미롭게 읽어본 독자분들에게도 이 책을 추천드리며, "이그노벨상"에서 다룬 연구에 관심이 있는 독자분들도 읽어보길 추천드립니다. 

반응형

댓글

💲 추천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