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보>
<딱지본>
지금으로부터 100년전, 근대 전환기 무렵에 '신문'과 '딱지본'이라는 인쇄 매체가 등장하였다. 이들 매체는 그동안 '구전'과 '연행'을 중심으로 소통되었던 '서사 텍스트'의 소통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았다. 바로 그 과정에서 등장한 것이 '소설'이란 장르의 서사 텍스트였다.
그후 오랜 시간동안 '소설' 중심으로 논의되어온 서사 텍스트의 역사는 다매체 시대를 맞이하여 근본적으로 재검토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러한 재검토를 위하여 가장 주목해볼 것은 바로 서사 텍스트가 소통되는 '매체', 그 자체일 것이다. '매체'라는 변수가 어떻게 달라지고 변화하는가에 따라 서사 텍스트가 대중을 만나는 방식이 달라지고, 때로는 서사 텍스트의 내용과 형식이 변화하며, 결과적으로 우리의 '문학사' 전반이 새로워질 수도 있을 것이다.
20세기 초, 기존의 서사 텍스트 양식들은 새롭게 등장한 매체, 즉 '신문'과 '딱지본'을 만나 순발력 있게 스스로를 적응시켜 '소설'이란 장르로 자리 잡았다. 소설은 '독자'를 만나기 위해 '신문'이나 '잡지'와 같은 매체를 필요로 했다. 아주 빠른 속도로 '대중'을 독자이자 소비자로 삼는데 성공하긴 하였으나, '소설'의 위기는 오래지 않아 찾아왔다. 1930년대 무렵부터 '신문', '잡지'의 상업적 '저널리즘' 경향이 심화되면서, '소설'은 지나치게 대중성과 상업성에 영합한다는 비판에 직면하게 되었다. 동시에 새롭게 등장한 '영화', '방송'과 같은 신매체의 인기에 위협을 받기도 하였다.
영화의 대중적 파급력에 위협을 받은 소설은 '사건' 중심의 이야기로써 승부를 내기보다는 '내면 심리 소설'이나 '역사소설'과 같은 장르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영화가 다루기 어려운 분야의 서사 장르를 추구하려한 것이다. 또한, '영화 소설'이나 '방송 소설'과 같은 이종(異種) 혼합 장르 텍스트에 대한 시도 또한 이어졌다.
21세기 이후, 매체 환경은 더욱 복잡해지고 다양해지고 있다. 이제 '문학'은 더 이상 '종이 위의 인쇄물'의 형태로만 소통되는 대상이 아니며, '소설'은 '서사적 텍스트'의 대표자 자리를 더 이상 유지하기 힘겨워지고 있다. 다매체 시대를 맞이하여, 서사 텍스트와 매체를 둘러싼 대중적 역학 관계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더 나아가 '매체'와 '대중성'이란 변수를 키워드로 삼아, 우리의 '서사 문학사' 전반을 돌이켜 바라보는 일 역시 흥미로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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