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

김기림의 『사슴』을 안고(feat. 천재 미남 시인, 백석의 첫 시집 『사슴』 리뷰)

동사힐 2022. 9. 6.

백석, 첫 시집 『사슴』을 발간하다


문학계 전설의 4대미남 또는 한국의 문인 4대 미남을 꼽으면, 꼭 빠지지 않는 사람이 있습니다. 최고미남 시인, 4대미남시인, 4대미남 문학가 등 어떠한 키워드로 불리어도 손색없는 작가이자 시인은 바로 백석입니다.

한국 문학 4대 미남시인 백석
여담으로 보통 백석과 윤동주, 황순원 그리고 불운의 임화입니다. 다른 문인들은 중고등학교때 배우지만 유독 카프 활동을 했던 임화는 다뤄지지 않습니다. 대부분 임화는 누군지 모르죠.
위에서부터 시계방향으로 임화 황순원 윤동주 백석

바로 문학의 완성은 얼굴이라고 말하는 한국문학계 전설의 4대미남, 문인 아이돌, 문완얼 등 별별 키워드로 꾸준히 언급되는 4명의 문인이 바로 임화 황순원 윤동주 백석인데요.

황순원은 소설가로 유명하고 임화는 시와 평론을 주로 썼는데 평론을 더 잘썼다고 평가받습니다. 윤동주는 별을 쏘다라는 산문도 있지만 미완의 시집이라 할 수 있는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로 유명하고요.

백석은 산문으로 신춘문예에 등단해서, 시로 널리 큰 인기를  얻은 시인입니다. 어쨋든 오늘은 이 타고나 미남 백석 시인의 첫 시집 『사슴』과 관련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1936년 백석은 25살 되던 해 1월 20일 백석의 첫 시집 『사슴』을 선광인쇄주식회사에서 100부 한정판으로 발간했습니다. 그리고 1월29일 서울 태서관(太西館)에서 출판기념회를 가졌는데요. 이 출판기념회의 발기인은 안석영, 함대훈, 홍기문, 김규택, 이원조, 이갑섭, 문동표, 김해균, 신현중, 허준, 김기림 등 총 11인이었습니다.

1936년은 시 문학사상 의미있는 한 해였습니다. 바로 백석 시인의 첫 시집 『사슴』이 발간된 해였기 때문이죠.

일제강점기, 태평양 전쟁은 아직 시작 전 그러나 무려 16년 이상을 일본의 식민지 지배하에 점차 민족성을 잃어가던 그 참담한 시기. 다행히 하늘은 조선민족을 버리지 않았습니다.

조선에는 천재시인 백석이 있었기 때문이죠. 백석은 윤동주를 비롯하여 지금의 현대 시인들에게까지 무수한 영향을 끼쳐와서 지금도 살아 숨쉬는 듯 한데요.

백석의 처음이자 마지막 시집 『사슴』의 100부 한정판이 드디어 출간된 것입니다. 이 한정판은 출간되자마자 바로 매진되었으며, 모두들 이 모던보이 사슴군 백석의   『사슴』 시집을 구해서 보기를 원했습니다.

당대의 여류 문인들은 백석을 사슴군, 혹은 모던보이라 불렀는데요. 백석은 당대 최신 유행 헤어와 패션 스타일을 선보이며 최고의 미남 시인으로 정평이 나있었기 때문이죠.

게다가 백석은 조선일보 신춘 문예 등단과 동시이 후원을 받아 일본에 유학까지 다녀온 유학파였으니, 키도 180cm가 넘었고, 인기가 없을래야 없을 수 없었습니다.

김기림은 백석을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백석이 있는 곳은 마치 프랑스 같았다


김기림조차도 백석에 반했을 정도이니, 여성들은 두 말하면 잔소리였습니다. 윤동주 역시 백석 시인을 너무 좋아했는데, 『사슴』 시집 원본을 구하지 못해 겨우 사본을 구했고 그것을 모두 필사하여 완전히 외울때까지 반복해서 보았다고 합니다.

그만큼 백석의 첫 시집 『사슴』은 대단하다고 할 수 있는데요. 오늘은 문학평론가이자 백석의 친구였던 김기림이 쓴 『사슴』을 안고를 함께 읽어보도록 하겠습니다.

1936년 1월 29일 그러니까 『사슴』의 출판기념회가 있던 날, 김기림이 조선일보에 기고한 글입니다.

이 글을 통해 김기림의 눈에 비친 백석의 풍모와 함께, 김기림이 본 시집 『사슴』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사슴』을 안고


                                                                   김 기 림



  연두빛- 녹두(綠豆)빛 '더블부레스트'를 젖히고 한대(寒帶)의 바다의 물결을 연상시키는 검은  머리의 '웨이브'를 휘날리면서 광화문통 네거리를 건너가는 한 청년의 풍채는 나로 하여금  때때로 그 주위를 '몽·파르나스'로 환각 시킨다.

그렇건마는 며칠  전 어느날 오후에 그의 시집 『사슴』을 받아 들고는 외모와는 너무나 딴판인  그의 육체의 또 다른 비밀에  부딪쳤을때 나의 놀램은-놀람은 오히려 당황에 가까운 것이었다.  

표장(表裝)으로부터 종이·활자·여백의 배정에 이르기까지 그 시인의  주관의 호흡과 맥박과 취미를 이처럼 강하고 솔직하게 나타낸 시집을 나는 조선서는-조선에서는 처음 보았다.    

백석의 시에 대해서는 벌써 《조광》지상을 통해서 오래 전부터 친분을 느껴오던 터이지만 이번에 한 권의 시집으로 성과된 것과 대면하고는 나의 머리의 한구석에 아직까지는 다소 몽롱했던 시인 白石의 너무나 뚜렷한 존재의 굳센 자기 주장에 거의 압도되었다.  


  '유니크'하다고 하는 것은 한 시인, 한 작품의 생명적인 부분에 해당한다. 어떠한 시인이나 작품에 우리가 매혹하는 것은 그의 또는 그것의 '유니크'한 풍모에 틀림없다.    


시집 『사슴』의 세계는 그 시인의 기억 속에 쭈그리고 있는 동화와 전설의 나라다. 그리고 그 속에서 실로 속임없는 향토의 얼굴이 표정한다.  

그렇건마는 우리는 거기서 아무러한 회상적인 감상주의에도, 불어오는 복고주의에도 만나지 않아서 더없이 유쾌하다.  


백석은 우리를 충분히 애상적(哀傷的)이게 만들 수 있는 세계를 주무르면서 그것 속에 빠져서 어쩔 줄 모르는 것이  얼마나 추태라는 것을 가장 절실하게  깨달은 시인이다. 차라리 거의 철석(鐵石)의 냉담에 필적하는 불발한 정신을 가지고 대상과 마주선다.


  그 점에 『사슴』은 그 외관의 철저한 향토 취미에도 불구하고 주착없는-주책없는 일련의 향토주의와는 명료하게 구별되는 '모더니티'를 품고 있는 것이다.    

'유니크'하다는 것은 그의 작품의 성격에  대한 형용이지만 또한 그 태도에 있어서  우리를 경복(敬服)시키는 것은 한 걸음의 양보의 여지조차를  보이지 않는 그 치열한 비타협성이다. 어디까지든지 그 일류의 풍모를 잃지 아니한 한 권의 시집을 그는 실로 한 개의 포탄을  던지는 것처럼 새해 첫머리에 시단에 내던졌다.


  그러나 그는 그가 내던진 포탄의 영향에 대하여는 도무지 고려하는 것 같지도 않다. 그는 결코 일부러 사람들에게 향하여 그 자신을 인정해 주기를 바라지 않는다.  아유(阿諛 : 빌붙임. 아첨함) 라고 하는 것은 그하고는 무릇 거리가 먼 예외다.  그러면서도 사람으로 하여금 끝내 그를 인정시키고야 만다. 누가 그 순결한 자세에 감하지 않을 수가 있을까.    

  온실 속의 고사리가 아니다. 표본실의 인조 사슴은 더군다나 아니다.  
심산유곡의 영기를 그대로 감춘 한 마리의 '사슴'은 이미 시인의 품을 떠나서 시단을 달려가고 있다.  
그가 가지고 온 산나물은 우리들의 미각에 한 경이임을 잊지 아니할 것이다.  


나는 이 아담하고 초연한 사슴을 안고 느낀 감격의 일단이나마 동호의 여러 벗에게 전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었다. 상기같은 기쁨을 가지기를 독자에게 권하려 한다. 妄言多識.(망언다사)



-                                  (《朝鮮日報》 1936. 1. 29. )


바다와 나비를 쓴 김기림


『사슴』을 안고를 쓴 김기림은 바로 <바다와 나비>로 유명한 시인이자 평론가입니다. 한국근대문학사에서 여러 논쟁으로 상당한 영향력을 끼친 중요한 문인이지만, 우리나라 교육과정에서 비평을 거의 다루지 않고, 게다가 김기림의 시는 한계가 있다보니 시험 문제로는 거의 출제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김기림을 잘 모르거나. 대충 아는데요. 문학을 전공한 사람들은 모두들 김기림의 업적이나 영향력에 대해서 잘알고 있습니다.

사실 임화보다는 더 유명한 김기림이라고 위안을 삼아보는데요. 그런 김기림이 이렇게 조선일보에 백석 시집  비평문이자 독후감, 혹은 친구 백석 찬양기를 기고합니다.

김기림의 글 『사슴』을 안고를 읽으면, 당장이라도 백석을 직접 만나 하루종일 대화를 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데요.

그리고 백석이 사모했던 통영의 란도 만나고 싶습니다.

백석이 평생 사랑했던 여자 “란”




다음에는 백석 시집 『사슴』과 『사슴』에 수록되지 않은 그 이후 발표된 작품들을 함께 살펴보는 시간을 갖도롣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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