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

복선이란?(feat. 복선의 모든 것)

동사힐 2022. 3. 23.

복선은 펼쳐지는 이야기가 앞으로 어떤 상황으로 나타날 것인가에 대한 암시를 뜻하는 것으로, 어떤 사건이 혹은 상황이 미리 전조를 보이는 그런 장치들을 말한다.  


복선의 기능


복선의 장치는 우선 독자를 긴장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진행되는 이야기가 어떤 방향으로 발전될 것인가 하는 궁금증과 더불어 독자가 스스로 기대하고 예측하는 그런 상상의 단서를 주는 것이 복선이기 때문입니다. 작가가 넌지시 암시하는 것을 찾아 다가올 사건들을 예측하면서 독자는 그 이야기에 흥미를 갖고 빠져 들게 되는 것이지요. 즉 독자는 작가가 장치한 복선의 그 비밀을 푸는 재미에 빠져 소설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는 그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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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도 복선이다


독자의 기대를 배반하는 그런 복선의 장치도 필요합니다. 소설을 읽을 때 독자들이 신선한 충격을 받는 것도 바로 그 기대나 예측이 빗나갔을 경우이기 때문이지요. 그것은 그 작품을 쓴 작가에 대한 신뢰이면서 동시에 그 작품의 비중을 높이는 그런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입니다. 역시 이 작가의 상상은 대단하구나 하는 그런 신뢰를 줄 수 있도록 복선을 탄탄히 해야 합니다.

이것이 복선일는지 모른다는 그런 예측 정도로 나타나지 않고 그것을 너무 분명히 드러낸 것은 작위적으로 느껴져 오히려 독자의 신뢰를 잃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소설의 재미는 복선이 결정한다


복선은 소설 읽는 재미를 가중시키는 그런 역할로 장치돼야 할 것입니다. 또한 복선은 그 소설을 읽는 사람들에게 미리 심리적 준비를 하게 함으로써 앞으로 일어날 일이 우발적 돌발적인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는 역할을 합니다. 소설의 구성에서 사건들의 유기적 결합에 의한 진행이 강조되는 것도 그러한 복선을 잘 활용하라는 말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소설 문학이 지향하는 '개연적 진실'의 형상화도 바로 그 개연성을 획득케하는 복선의 장치가 완벽할 때 가능할 것입니다.

인물을 통한 기대감


등장인물의 대화나 좀 별난 행위 등으로, 혹은 어떤 에피소드의 삽입으로, 또는 어떤 배경(분위기)으로 복선을 삼을 수도 있습니다. 비바람이 치는 음산한 날씨 묘사를 통해 그 작품의 내용이 비극적으로 전개될 것을 암시하기도 하며, 단역처럼 보이는 어떤 인물을 매우 강한 이미지로 부각시켜 놓음으로써 독자들에게 언제고 그 인물이 어떤 중대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란 기대를 갖게 하는 것도 복선의 하나일 것입니다.

배경과 사건 전개


배경은 그 작품의 의도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어야 하며 가능하면 그 배경 자체가 복선이 되도록 장치하는 것이 좋습니다. 진눈깨비가 추적이는 산동네 묘사를 통해 그 산동네에 일어날 참담한 어떤 상황을, 삼복더위 속에 허덕이는 어떤 상황을 통해 한 사람의 죽음을 예견케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추리소설에만 복선이 있는 것이 아니다


독자들이 가장 많이 하는 착각은 추리소설과 같은 장르소설에만 복선이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소설은 인과관계와 개연성을 강조하기 위해 반드시 복선, 즉 연결고리의 장치를 숨겨 놓습니다.

고전소설 속 복선


복선은 고전소설에서부터 등장하는데요. 예를 들어 춘향전에서 춘향의 태몽과 몽룡의 태몽이 복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춘향은 봄꽃이 만발한 아주 향기로운 꽃냄새가 나는 꿈을 태몽으로 꾸었고, 몽룡은 하늘을 나는 용꿈을 꾸었습니다.

이러한 꿈은 결국 복선으로 작용하고, 이몽룡의 암행어사 출두와 춘향이 정렬부인으로 봉해지는 결말을 맺는 암시로서 작용합니다. 물론 이것은 완판본 춘향전에 등장하는 내용입니다.

중국의 소설, 나관중의 삼국지에서도 다양한 복선이 등장합니다. 대표적으로 낙봉파에서 방통이 유비대신 죽는 장면은 복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방통이 죽는 낙봉파라는 지명은 봉황이 떨어진다는 뜻입니다. 방통의 호가 봉추인데, 못생긴 봉황이라는 뜻이죠.

게다가 방통이 낙봉파 출진 전 유비의 말을 바꿔 탑니다. 유비의 말은 바로 주인을 죽음에 이르는 흉마라는 설명이 유비가 말을 처음 얻을때 이미 나왔습니다.

다양한 장치들이 이미 곳곳에 숨겨져 있었죠.

현대 미디어 속 복선


현대의 미디어에서 복선은 다양하게 활용됩니다. 클리셰나 사망플래그로도 활용되는 복선이 있으며, 이것을 역으로 활용하는 반전용 복선도 있습니다.

웹툰 참교육의 경우 가정폭력을 당하는 아이를 구하는 에피소드에서 복선이 적절히 활용되었는데요. 아빠의 폭력으로부터 아이를 구했으나, 사실 알고 봤더니 진짜 가정폭력을 범하는 자는 따로 있었습니다. 스포일러가 될 수 있기에 자세한 설명은 못합니다만, 다양한 배경과 인물로 복선을 구성합니다.

MCU 마블 시네마 유니버스도 복선을 정교하게 설치하는데요, 이는 각 영화가 페이즈별로 연결고리를 갖도록 하는 장치입니다. 예를 들어 한 편의 끝나고서 다음 편을 예고하는 쿠키 영상도 복선이 되기도 하고요.

엔드게임 같은 경우 그동안 아이언맨, 캡틴 아메리카,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등 수많은 영화들의 복선이 모여서 완결됩니다.

가장 최근에 개봉한 스파이더맨 노웨이홈의 경우 스파이더맨과 어메이징스파이더맨의 사건 인물 배경을 복선으로 가져오기도 합니다.

그만큼 복선은 현대 미디어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장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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