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탄생
2007년 즈음에 출간되어 꽤 오랫동안, 지금도 널리 읽히는 책이 있다. 바로 생각의 탄생이다. 이 책은 창조적인 생각이 어떻게 탄생하는지에 대해서 13가지 주제로 다룬 책이었다. 당시 지식의 통섭이 한창 유행이었기에, 국내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최근에 돌아가신 이어령 전 문화부장관의 추천사로 시작하는 이 책은 나를 포함해서 수많은 사람들에게 큰 영향을 끼쳤다. 특히 생각도구 중 관찰, 패턴인식, 통합은 디지털 대전환의 시대에도 매우 유용하다.
창조적인 인물은 일과 취미를 조화시킨다
특히 '창조적인 인물은 일과 취미를 조화시킨다'는 구절은 처음 본지 무려 15년이 지난 지금도 가슴 속에 생생하게 살아 있다. 그런데 광고인 박웅현과 디자이너 오영식 역시 이 책을 읽고 위대한 영감을 받았다. 특히 오영식은 디자인 서적보다 오히려 생각의 탄생이 창작하는 데 큰 도움을 줬다고 말했다. 이러한 두 사람이 만나서 대략 8번 정도의 대담을 하였고, 이를 기록하여 일하는 사람의 생각이라는 책을 출간했다. 이 책에서 두 분 모두 생각의 탄생을 통해서 자신의 창조성에 깊은 영향을 받았다고 말을 하였다. 아마도 박웅현과 오영식은 생각의 탄생에 나온 설명대로 자신의 일과 취미를 조화시키는 매우 창조적인 인물일 것이다.
일하는 사람의 생각
사람을 보는 능력도 평소 관찰로부터 나오는 것 같습니다. 디자인 관련 글을 쓰고 강의를 하면서 더 많은 책을 보게 되고, 그러다보니 전에 간심을 갖지 않던 걸 이제는 저절로 보게 되더라고요. 실내에서는 의자와 조명을 눈여겨보고, 거리에서는 간판의 글씨를 주의 깊게 봅니다. 앞으로는 건축물의 지붕과 창에 대해서 더 잘 관찰하려고 해요. 이것들에서 어떤 속성을 느끼고 그것을 다른 것들과 연결할 줄 안다면 비로소 통찰력이 생기는 단계로 나아간다고 할 수 있겠지요.
이 내용은 관찰, 평범한 것에서 비범한 것을 보는 능력을 주제로 박웅현과 오영식이 나눈 대담을 정리한 김신의 말이다. 이 말에서처럼 보아야 알게 되고, 또 알아야 새롭게 보이는 것들이 자꾸 생겨난다. 그렇게 보이는 것들이 점차 늘어나게 되면 자연스럽게 보이는 것들을 내가 기존에 알던 것들과 무수하게 연결할 수 있고, 이것이 곧 관찰에서 패턴인식으로 넘어가는 과정을 거친다. 세상 모든 것들이 사실은 본질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점만 인식하고 있다면, 무엇을 보든 내가 알고 있는 것과 연결할 수 있는 지점이 있음을 자연스럽게 깨닫는 통찰력이 생기기 마련인 것이다.
박웅현은 자신의 독서 습관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박웅현은 마음에 드는 문장을 발견하면 줄을 치고, 다 읽고 나면 타이핑을 해두고, 그리고 나서 타이핑한 것을 다시 한번 읽음으로써 마음에 드는 부분만 무려 세 번 반복해서 읽는 것이다. 좋아하는 문장을 쓰면서 그것을 한 번 음미하고 깊이 이해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독서의 양보다는 질을 더 강조하는데, 사실 박웅현은 대중들에게 자신의 광고보다는 책은 도끼다와 같은 책을 쓴 작가로 더 유명하다. 그만큼 좋은 책을 많이 쓴 작가이고, 대중에게 많은 강연을 한 뛰어난 강연자이기도 하다. 그가 좋은 책을 쓸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오랜 실무 경험일 수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다독가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광고인으로서 좋은 광고를 많이 제작하기 위해서 많은 책들을 읽었고, 그 책에서 받은 영감을 바탕으로 광고를 제작한 것이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자신의 일과 취미를 조화롭게 한 것이다. 자신의 본업인 광고를 위해서 책을 많이 읽었고, 그렇게 자신의 업계에서 최고가 되자, 그것을 바탕으로 책을 쓰고 강연까지 한 것이다. 만약 그가 이렇게 많은 책을 꾸준하게 읽지 않았다면 광고업에서도 최고가 되지 못했을 뿐더러 좋은 책들도 쓰지 못했을 것이다.
옷은 첫인상을 결정짓는 최고의 무기다
옷에 관한 이야기도 상당히 인상 깊었다. 일하는 사람에게 옷은 매우 강력한 무기임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박웅현 : 제가 촌스러운 옷을 입고 클라이언트를 만나면 그들이 '우리 회사의 크리에이티브를 저 사람한테 맡길 수 있어?'라고 생각할 수 있는 거지요. 대화 하나 나눠보지 않고도 그럴 수 있다고 봐요.
오영식 : 옷을 입는 것에도 예의와 함께 감각이 필요한 거죠. 적재적소하게 자기를 연출해야 하니까. 결혼식이나 파티에 초대받았을 때 그 상황에 어울리는 옷을 갖춰 입고 가려고 하잖아요. 그건 상대방에 대한 예의이고 배려라고 생각해요.
광고인도 디자이너도 모두 옷이 클라이언트와의 관계에서 매우 중요함을 말하고 있다. 첫인상이 그 사람에 대한 97%정도의 인식을 결정하는데, 이때 첫인상을 바꿀 수 있는 유일한 것은 바로 옷이다. 외모와 말투, 비언어적 표현들은 사실 하루아침에 쉽게 바꿀 수 없다. 하지만 옷만큼은 지금 당장 바로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가장 쉽게, 가장 적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서 바꿀 수 있는 것이 옷이다. 그만큼 직장 생활을 할 때 옷은 중요하다.
성공을 위한 나만의 루틴
주니어 디자이너 시절에는 하루에 스케치 100개라는 목표를 정해놓고 그렸어요. 누가 시킨 게 아닌데 혼자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한 거지요. 나 오늘 100개 그릴 수 있어, 그런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꾸준히 하다 보니 실력이 늘게 됐어요.
자신의 주니어 디자이너 시절 100개라는 목표를 정해놓고 꾸준히 노력한 오영식. 이처럼 명확한 목표를 세우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한 습관이 오늘날 최고의 디자이너로 성장하게 만든 원동력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훈련은 다음에서도 잘 드러난다.
김신 : 서체에 대한 감각이 생기려면 훈련이 많이 필요하겠죠?
오영식 : 그게 처음부터 잘 보이는 건 아니고, 저희 같은 디자이너들도 짧게는 2년에서 한 5년 정도의 훈련이 필요한 것 같아요. 로고를 디자인할 때 글자 사이의 간격이 어느 정도여야 좋은지 묻는다면, 자간에 모래를 뿌렸을 때 그 사이에 들어가는 모래의 양이 정확하게 일치하는 정도의 간격을 만들어주면 좋다고 말을 합니다. 이게 무슨 말인가 하면 H, I, J, K자는 직선으로 딱딱 떨어지니까 자간이 일정하게 유지되고, 동일한 공간감을 느껴요. 그런데 O자처럼 둥근 형태의 글자 사이는 얼마나 띄울지 고민해야 됩니다. M과 N 사이와 N과 O 사이는 자간의 너비가 다르잖아요. 그래서 간격을 똑같이 하면 어떤 것은 자간이 더 넓은 것처럼 보일 수 있어요. 그리고 대문자 A가 들어가는 경우는 특히 어려워요. 자간을 조절해서 모든 글자들의 사이가 똑같은 공간감을 갖도록 해야 하는데, 이 차이를 볼 수 있을 정도로 눈이 훈련되어야 하는 거지요.
위의 설명은 오영식이 타이포그래피 혹은 레터링에 대한 설명을 비전공자도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는 부분이다. 이 정도를 인식하기 위해서 매우 오랫동안 꾸준히 지속적으로 연습해야 함을 보여주고 있다. 이렇게 디자인도 최고가 되기 위해서는 아주 작은 디테일한 부분에서부터 연습이 필요함을 알 수 있다. 디자인뿐만 아니라 이 세상의 모든 분야는 한결같이 최고가 되기 위해서는 최고가 되기 위해서는 이러한 몰입과 집중, 지겨울치만큼의 훈련이 필요로 하다.
정제한다는 것은 곧 완성도를 높여가는 거고, 그걸 누가 알아주지 않더라도 자기 스스로 만족하기 위한 것
결국 이러한 훈련은 위에서 말한 정제를 위한 것이고, 이 정제는 아주 세밀하고 디테일한데, 이 부분에서 아마추어와 프로로 나뉜다고 할 수 있다. 이런 것들을 보고 소비자는 정확하게 무엇이 잘못 되었다고 말은 하지 못해도, 뭔가 별로야, 싫어요라고 말을 하게 된다. 결국 좋은 건 누구든지 직감적으로 다 알아보기 마련이다. 좋은 것을 만드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그것이 좋은지 알아보는 건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전문가와 비전문가는 2퍼센트 차이다"라는 말이 있는데, 그건 디테일을 볼 수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죠. 그 차이는 결국 훈련의 양에 따른다고 생각합니다.
박웅현은 자신이 그리드때문에 디자이너에게 혼난 일화를 들려준다.
5년차 쯤 됐을 때 이상오 디자이너가 갑자기 화를 내시는 거예요. 그래서 왜 그러냐고 물어봤죠. 이리 와보라고 하더니 그 광고 디자인에서 헤드라인을 오려서 0.2밀리미터 정도 올렸어요. "똑같아?"라고 묻는 거예요. 다르더라고요. 나중에 봤더니 그게 '그리드'라는 것이었어요. 그리드를 잡지 않은 거죠. 그리드를 잡지 않고 그냥 눈으로 대충 가운데에 헤드라인을 올려놓은 건데, 그 선배가 눈이 예리하니까 잡아낸 거지요. 그러면서 그리드를 잡아주는 거예요. 그 세계가 너무 놀라워서 그 후부터는 그리드에 관해서 전문가들만큼은 아니지만 공부하고 들여다보고 했지요.
디자인을 정식으로 배우지 않은 사람에게 그리드를 모른다고 화를 내긴 했지만, 어쨋든 이 경험을 계기로 박웅현 역시 그리드를 제대로 배울 수 있었다고 한다. 박웅현 작가가 워낙 난 사람이라 이렇게 혼이 나더라도, 자신의 성장 계기로 삼았을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렇게 혼이 나면 화를 낸 사람에게 좋지 않은 감정부터 품을테니까 말이다. 이처럼 자신의 성장을 추구하는 사람은 어떻게든 자신이 배울 수 있는 부분을 계속적으로 찾아 노력한다.
왜?라는 질문을 얼마나 많이 던지는가
오영식은 디자인 작업에서 잘한다 못한다의 기준을 다음과 같이 말한다.
"왜?"라는 질문을 얼마나 많이 던지느냐에 따라 결정되는 것 같아요. 그 질문의 횟수에 따라 디자인의 격이 달라진다고 봅니다. 아예 이런 생각조차 하지 않는 디자이너들이 많거든요.
이 왜?는 디자인이든, 기획이든, 개발이든 모든 영역에서 매우 중요한 질문이다. 왜?라는 것이 곧 문제의식이고, 해결방향이고 설득의 근거이기 때문이다. 전문가와 비전문가는 2퍼센트 차이라고 앞에서 말을 했지만, 그 2퍼센트 차이를 내게 하는 것이 바로 왜?라는 질문을 던지는가이다. 이것을 던지지 않으면 처음에는 큰 차이가 나지 않아보이지만, 결과를 볼 때는 엄청난 차이를 나게 한다.
영국의 디자이너인 노먼 포터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디자이너의 역할은 정확한 진단(문제 분석)과 적절한 처방(디자인 제안)을 책임지는 의사와 비슷하다.
이것은 디자인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기획, 개발자 등 모든 전문가들에게 해당되는 요소다. 특히 주어진 조건 안에서최적의 문제 해결책을 전략적으로 찾아내는 역량은 이 세상의 모든 전문가에 반드시 필요하다. 이것은 다음의 내용과도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건축가의 일은 두 가지다. 하나는 클라이언트의 필요와 요구에 정확하게 대응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클라이언트의 요청을 듣고 그것을 재해석하는 것이다.
이 말은 네덜란드의 건축가 렘 콜하스가 한 말이다. 디자이너든, 건축가든, 기획자든, 개발자든, 의사든 결국 업의 본질은 모두 동일함을 알 수 있다.
태도가 전부다
태도가 사실은 일을 하는데 있어서 전부라는 것은 회사 생활을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느끼기 마련이다.
오영식 : 그분이 카피 일을 하면서 선금을 받아본 적도 처음이고, 자기한테 선생님이라는 호칭을 써준 것도 제가 처음이라고 하시더라구요.
박웅현 : 상대방을 존중하는 태도가 정말 중요한 거예요. 그래서 저는 후배들한테 말하기를, 을을 대할 때도 갑을 대하듯이 하는 태도를 가지라고 합니다. 그리고 청소하시는 분이건 회장님이건 누구에게든 예의를 갖춰 대해야 한다, 이런 생각으로 계속 노력하는 거지요. 그건 힘들 것도 없고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잖아요. 기소불욕물시어인, 즉 내가 하고 싶지 않다면 남에게도 시켜서는 안 된다는 것이지요.
이 부분을 보면서 다시 한번 나 자신의 말투와 태도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결국은 태도가 전부임을 알 수 있다. 이 태도란 결국 상사든 동료든 후배든, 갑이든 을이든, 클라이언트든 고객이든 간에 배려하는 행동이다.
신입은 스펀지가 되자
박웅현 : 신입은 배우고 싶은 욕구도 크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는 그 친구들에게 4~5년 정도는 스펀지가 되라는 이야기를 해요. 선배들을 보면서 장점은 장점대로 받아들이고 단점이 있으면 반면교사로 삼으라고 하죠. (중략) 그리고 별로 겁이 없어요. 안 될 때도 "해보겠습니다." 이러고서 달려드는 어떤 패기 같은게 좋고요. 부지런해요. "거기 한번 가봐야 하지 않나?" 그러면 다음 날 어느새 가서 사진을 다 찍어와요.
신입에게 가장 필요한 태도를 뽑자면 무엇이든지 배우고자 하는 스펀지 같은 특성일 것이다. 장점은 있는대로 모두 다 받아들이고, 단점을 보면 반면교사, 타산지석으로 삼아서 나는 저렇게 하지 말아야지를 깨닫는다면 정말 눈부신 성취를 이룰 것이다. 또한 필요한 것이 바로 두려움 없는 패기, 즉 실행력일 것이다. 대부분의 회사에서 신입에게는 책임을 묻지 않는다. 만약 신입에게 책임을 묻는다면 그 회사는 당장 나와야 한다. 책임이 적은 만큼 겁없이 빠르게 도전할 수 있는 실행력은 신입만의 강력한 무기일 것이다.
슬럼프에 빠졌다고? 시간을 갖자
박웅현 : 기본적으로는 시간을 주는 거지요. 그냥 쉬게 할 수 있으면 쉬게 하고요. 일을 좀 덜어주기도 하고, 같이 술 먹고 이야기를 들어주고 이런 거지요. 이렇게 말하기도 합니다. "슬럼프는 누구한테나 오는 거니 잠깐 한 템포 쉬어 가자." 휴가 다녀오라고 하고, 소주 한잔하자고 청하기도 합니다. 그러면서 제 경험을 나누고, 나는 어땠다, 초조해하지 마라, 이런식으로 얘기를 많이 하죠. 슬럼프는 삶의 디폴트일 수 있어요. 그게 없는 사람은 없고요. 그러니까 당연하게 받아들여야죠. 프로젝트를 바꿔주는 방법도 있어요. 그러면 광고 클라이언트가 바뀌고 팀이 바뀌니까 새롭게 일할 수 있지요. (중략) 제일 좋은 건 진정성 있는 대화예요. 그런 대화가 안 될 것 같으면, 서로 케미가 안 맞을 수 있으니 다른 방법을 찾아보자는 식의 얘기를 한 적도 있고요. 그래서 팀을 바꾸거나 회사를 옮긴 친구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 친구는 회사를 옮긴 다음에 저한테 고마워했어요. 옮긴 회사에서 일이 잘 풀렸거든요. 만약에 안 맞는다면, 다른 걸 한번 시도해보도록 이끌어주는 것도 선배로서 해야 할 일이 아닌가 싶어요.
사수나 팀장으로 박웅현과 함께 일한다면 말그대로 엄청 빡빡하지만, 이렇게 힘들고 슬럼프에 빠질때마다 쉬게 해준다면 그것만으로도 큰 위로가 될 것 같다. 사실 슬럼프를 기본값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쉽지 않다. 특히 박웅현처럼 자신의 업에서 일가를 이루고, 최고가 되고, 책도 많이 쓰고 한 사람이라면 엄청 치열한 노력을 오랫동안 꾸준히 해왔기에 평범한 사람들을 이해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슬럼프는 당연한 것이라고 말해주는 박웅현, 말그대로 존경스럽다.
그뿐만 아니라 이기적인 직원에게 진정성 있는 대화를 시도하는 박웅현은 말그대로 현자다. 대개 팀에서 이기적인 구성원을 볼 때는 감정적으로 대응을 하기 마련이다. 진정성 있는 대화를 시도조차 하기 싫다. 그만큼 상대방을 배려하고자 노력하는 그의 인간적인 면모를 확인할 수 있다.
10시 3분은 10시가 아니다
9시 1분은 9시가 아니다. 이 구절은 배달의 민족에서 내세운 인터널 브랜딩 항목에 나와 있는 구절이다. 인터넷에서 송파구에서 일 잘하는 11가지 방법을 검색하면 쉽게 찾을 수 있다. 자율성을 중시하는 배달의 민족에서도 시간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말이다. 이 말을 박웅현은 비슷한 맥락으로 한다.
박웅현 : 저는 우리 팀 출근 시간을 정해놓지 않았어요. 마음대로 하라고 하죠. 그런데 10시에 회의가 있는데 10시 3분에 나타나는 직원은 없어요. 제가 맨날 "10시 3분은 10시가 아니다."라고 하거든요. 회의가 10시면 정확히 10시에 시작해야 해요. 그래서 다들 긴장을 바짝 하고 있어요. 회의 들어가면 한 시간내로 집중적으로 합니다. 저희 팀에 처음 온 경력 직원들이 가장 놀라는 게 이 속도예요. 속도가 너무 무섭대요. 이게 업무 강도와 연결되거든요.
자유롭지만 시간만큼은 철저하게 지키는 것, 성공의 기본 원칙이다. 이것은 업무의 우선순위와도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박웅현은 업무에 걸리는 시간 분량에 따라 업무의 우선 순위를 정한다고 한다. 예를 들어 오늘 할 일을 모두 적은 후에, 가장 오랜 시간이 걸리는 일을 가장 먼저 한다. 그리고 짧은 시간이 걸리는 일들은 뒤로 미룬다. 이때 중요한 것은 오후 늦은 시간에 시작해야 하는 일이면, 30분 이상 하지 말라고 지시한다. 불필요한 야근을 줄이는 것이다. 이러한 우선순위에 따라 업무를 처리하면 불필요한 야근을 줄이고, 업무의 효율성을 키울 수 있다. 집중력은 근력과 같아서 저녁보다 오후가, 오후보다 오전에 집중력이 좋다. 시간이 지날수록 피로도가 오르면서 집중력은 떨어지기 때문이다. 야근을 줄이면 오전 출근에 부담이 없어지고, 당연히 오전 시간의 집중도와 효율성은 올라가기 마련이다.
성실과 진실은 성공의 양 날개
생활에 성실하고 진실한 사람이 일에서도 좋은 성취를 이룬다
이 말은 이 책의 끝부분에서 적은 김신의 후기에서 발췌했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 한번 평범한 진리를 깨달았다. 생활에 성실하고 진실하기 위해서 가장 해야할 것은 바로 독서다. 생각의 탄생에서 비롯된 생각은 일하는 사람의 생각으로 확장되었다. 내가 읽은 책을 읽은 것으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일과 취미에 조화롭게 적용하는 것이 곧 성공의 지름길이다. 이것이 곧 생활에 성실하고 진실한 사람이 되는 길일 것이다.
좋은 책 한 권을 읽는 것은 좋은 사람과 2시간 동안 깊은 이야기를 나누는 것 같은데, 일하는 사람의 생각을 통해서 무려 3명의 좋은 사람과 기분 좋은 이야기를 나눈 것 같아 뜻 깊은 시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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