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오랫동안 왼쪽 가운데 손가락 관절이 아팠다. 자고 일어나면 통증이 무척 심했다. 가운데 손가락이 굽혀져서 펴지지를 않았다. 마침 코로나 2차 백신을 맞은 뒤부터 공교롭게 통증이 시작되었기에, 오비이락 백신 휴유증이라고 생각했다. 당연히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지겠지 생각에 병원에 가지 않고 기다렸는데 그게 벌써 6개월이 흘렀다.
더이상 방치할 수 없어서 결국 오늘 급하게 근처 정형외과에 방문했다. 6개월을 가지 않다가, 가게 된 이유는 우연히 본 댓글 덕분이다.
손가락이 부어 보이네요. 어서 병원에 가서 진료 받으세요. 악성종양일 수도 있어요.
이거 보자마자 섬뜻하여 바로 근처 정형외과에 간 것이다. 집 앞에 최근에 오픈한 정형외과가 있어서 걸어서 3분만에 병원에 도착했다. 토요일임에도 접수를 하고, 진료받는데 30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원장님은 간단한 문진 후에 손가락을 만져보셨다. 그러더니 의외의 말씀을 하셨다.
2번 부위에서 통증이 느껴지시나요?
난 깜짝 놀랐다. 난 1번 부위 손가락 관절에서 깊은 통증을 느꼈기에, 당연히 1번 부위 관절에 문제의 원인이 있다고 생각을 했다. 그런데 전혀 예상치 못한 2번 부위의 통증이라니.
정말 원장님이 2번 부위를 꾹꾹 누르자, 그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통증이 미세하게 느껴졌다. 더 놀라운 건 다른 손가락의 2번 부위에서는 전혀 통증이 없었다.
방아쇠수지 증후군입니다.
방아쇠수지 말그대로 권총 방아쇠 모양으로 손가락이 잘 굽혀지지 않는 통증을 의미한다. 그동안 인터넷에서 대충 검색했을 때는 류마티스나 퇴행성 관절염이라고 생각했는데, 전혀 아니었다. 역시 이래서 인터넷보다는 전문가에 진료를 받는 것이 가장 정확하다.
원장님은 우선 엑스레이 검사와 초음파 검사를 받으라고 권유했고, 나는 빠르게 두 검사를 받았다. 역시 검사 결과도 원장님의 예측과 동일한 소견이 나왔다.
뼈와 관절에는 전혀 문제가 없고, 2번 부위의 근육이 두꺼워서 생기는 기계적 문제로 방아쇠수지 증후군이라는 것이다.
덧붙여거 염증 수치는 낮기에 당장 약 처방이나 주사 처방(스테로이드)은 효과가 없다고 하셨다. 결국 내게 주어진 선택지는 두 가지였다.
- 그냥 집에 간다.
- 절개 수술을 한다.
안타깝게도 정형외과에서 할 수 있는 건 수술뿐이었다. 국소마취를 한 후 2번 부위를 절개하여 두꺼워진 근육을 잘라내는 치료 방법이다. 그외엔 아무것도 소용이 없다고 하셨다. 마음에 준비가 안된 나에게는 당장 수술 날짜를 잡기에는 부담이 되었다.
원장님은 집에서 해당 부위 마사지 & 스트레칭을 자주 해주고, 따뜻한 물에 손을 지속적으로 담가주고, 손을 쓰지 말라고 하셨다.
방아쇠수지 증후군의 원인은 스마트폰이나 키보드, 운전, 운동(골프나 테니스 등의 막대 운동)을 오래 했을 때 생길 수 있다고 하셨다. 그러나 21세기에 이런 활동을 할 수는 없다.
어쩔 수 없이 나는 추가적인 치료 없이 초음파 비용 10여만원을 내고 집으로 돌아왔다. 이제 내가 그 다음에 방문할 곳은 한의원이다. 건초염으로 고생할 때마다 치료받았던 한의원에서 치료를 받아보고, 만약 개선이 되지 않으면 수술을 받을 것이다.
오늘 진료를 받으면서 놀랐던 건, 문제의 원인이 통증 부위(1번)이라고 생각했는데 전혀 예상밖 2번이었다는 점이다. 또한 우리 몸의 부위가 정말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점이다. 초음파 검사 화면을 통해 보는데 1번을 움직이니 2번에서 근육과 혈류가 움직이는 모습이 나타났다.
세상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듯, 우리의 몸 역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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