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로그/독서 기록

프랑스 의대 교수님이 만화로 가르쳐주는 의학사(feat. 만화로 배우는 의학의 역사)

동사힐 2021. 11. 30.

안녕하세요~  작가 동사힐입니다. 😊

벌써 2021년 12월이 코앞입니다. 오늘은 11월의 마지막 날이네요. 연말이다보니, 무척 바쁘네요. 바쁜 가운데에도 독서는 계속 되어야 합니다. 11월에는 한빛 리더스 클럽 활동의 일환으로 '만화로 배우는 의학의 역사'를 읽었는데요.

'만화로 배우는 의학의 역사' 앞표지
'만화로 배우는 의학의 역사' 뒷표지

 

'만화로 배우는 의학의 역사' 표지

 

처음에 책을 받았을 때는 그림체나 서술자가 등장해서 설명해주는 부분에서 어릴 때 즐겨 읽던 '먼나라 이웃나라'가 떠올랐습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고, 만화라서 금방 읽을 것이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착각이었습니다. 생각 이상으로 방대했으며, 글밥이 정말 많았습니다. 페이지수가 296쪽인데, 글뿐만 아니라 그림도 꼼꼼하게 읽다보면 오히려 같은 분량의 일반 책보다 훨씬 더 소요 시간이 오래 걸렸습니다.

그만큼 내용이 방대하고, 깊었으며 단순히 의학의 역사를 시대순으로 나열한 것이 아니라 주요 토픽별로 나누어 구체적으로 설명을 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목차를 보면 알 수가 있습니다.

가장 앞쪽에 흰가운을 입고, 목에 청진기를 두른 금발의 의사님이 바로 작가 장 노엘 파비아니!

 

만화로 배우는 의학의 역사 목차


제1장 원시시대에서 고대시대까지
제2장 중세시대
제3장 이발사에서 외과의사까지
제4장 전염병
제5장 혈액순환
제6장 의학 기구
제7장 근대 의학
제8장 마취법의 발견
제9장 감염과의 전쟁
제10장 실험 의학
제11장 소아 의학
제12장 뇌 질환의 발견
제13장 안과학
제14장 세포병리학과 유전학의 출발
제15장 출산과 피임, 그리고 성
제16장 대체기술의 등장
제17장 약초에서 알약까지
제18장 법의학
제19장 사회보장제도와 인간 중심 의료
제20장 현대에 찾아온 재앙
제21장 의학의 발전
제22장 중세와 르네상스시대의 교회와 의학
제23장 날씨와 생활환경
제24장 조산사와 산부인과의사
제25장 소생술과 응급처치
제26장 간호사의 역사
제27장 여성 의사
제28장 식이요법
제29장 병원의 역사

'만화로 배우는 의학의 역사'는 총 29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저는 의학을 전공하지는 않아서 관련 전공 지식이 없지만, 이 책을 통해서 의학사에 관한 개괄적인 지식을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1장부터 7장까지는 원시부터 근대 시대까지 시대별 주요 의학 지식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8장부터는 의학 발전에 큰 영향을 끼친 주요 사건 위주로 설명을 하는데요. 외과 수술에 큰 영향을 끼친 마취법이라든가, 수술 성공률을 높였던 감염에 관한 내용들이 이에 해당합니다.

인공부화기에서 인큐베이터를 탄생시킨 타르니에

그뿐만 아니라 11장에서 소아 의학을 다룸으로써 아동을 성인과 동일시하는 인권 의식의 변화도 언급을 하고 있으며, 26장과 27장에서는 간호사와 여성 의사가 어떻게 등장할 수 있는지 설명을 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의학 발전만 언급하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투쟁과 노력 가운데서 환자와 의료 인력 모두의 인권이 점진적으로 개선되어 왔음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19번이나 의과대학 등록을 거절당했던 엘리자베스 블랙웰

 

골치 아픈 의학사를 만화로 배운다


이 책의 저자 장 노엘 파비아니는 프랑스 파리의 의사이자 교수이다

의대생의 학습량은 어마어마하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입니다. 한국뿐만 아니라 프랑스에서도 이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것 같습니다. 이 책의 저자인 장 노엘 파비아니는 프랑스 파리에 있는 조르주 퐁피두 병원 정신과 교수이자 심혈관 수술과 장기이식 담당 책임자입니다. 매일 300여명의 의대생들을 가르치는데, 의대생들에게도 의학사는 골치 아픈 과목일 것입니다. 

결국 저자는 학생들이 강의에 집중할 수 있도록 재미난 일화를 들려주기 시작했는데, 그 내용을 만화로 정리한 것이 바로 이 책 '만화로 배우는 의학의 역사'입니다. 

2019년에 출판된 초판은 8쇄까지 발행했고, 2021년에 개정판을 발행했다.

이 책은 2019년에 한국에서 초판이 발행되었습니다.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2년도 안되어서 무려 8쇄가 발행되었고, 2021년 11월에 개정판이 나왔습니다. 초판에 비해서 가독성이 좋아졌는데요, 아쉽게도 코로나 팬데믹과 관련된 내용은 포함되어 있지 않아서 아쉬웠습니다.

이 책을 통해서 의학 전공자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이 의학에 관심을 갖고 지식을 쌓을 수 있습니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을 2년째 겪고 있는 지금 이 시기, 그 어느때보다도 의학에 관심이 고조되어 있는 이때에 아주 적절한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의대를 꿈꾸는 아이에게 추천하는 책


저는 이 책을 의대를 꿈꾸는 아이에게 추천하고 싶습니다. 단, 성에 개방적인 프랑스 책이다보니 약간의 성적인 농담이 포함되어 있음을 염두해야만 합니다. 남성과 여성의 나체가 그림으로 등장을 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제가 볼 때는 전혀 외설적이라고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아직 사춘기를 겪지 않는 초등학교 저학년이나 갓 글을 읽기 시작한 유치원생에게도 충분히 읽을 수 있도록 추천해도 좋습니다.

참고로 저희 집 첫째가 7살인데, 제가 읽으라고 권유하지도 않았는데 스스로 이 책을 읽었습니다. 물론 글밥이 상당히 많기에 7장 정도까지밖에 읽지 못했지만, 저와 이런 대화가 가능했습니다. 

외과수술을 담당했던 이발사

"아빠! 그런데 옛날에는 이발사가 수술을 했는줄 알아? 그 당시에 유일하게 칼을 다룰 수 있던 직업이기 때문이래."

 

무작정 의대를 가라고, 의사가 되어야 한다고 강요하는 것보다 자연스럽게 의학에 관심을 먼저 갖도록 만드는 것, 그것이 부모의 역할이라면 그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만드는 책이 바로 '만화로 배우는 의학의 역사'라고 생각합니다.

동시에 의사가 되는 것은 무척 어렵고, 공부를 많이 해야 한다는 것도 깨닫겠죠. 그리고 순기능이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의학은 관찰에 의해서 발전되어 왔음을 자연스럽게 깨달을 수 있습니다.

신경안정제 클로르프로마진을 개발한 앙리 라보리

대부분의 실험 관찰이 그러하듯이, 의학 역시 사소한 것도 놓치지 않고 바라보는 관찰에 의해서 발견되고 발전되어 왔습니다. 이 부분을 어린  학생들이 보면서, 관찰력을 키웠으면 합니다.

 

방대한 참고문헌, 각 장마다 쉽게 찾을 수 있도록 정리된 인명


'만화로 배우는 의학의 역사'를 만화라고 얕보면 안되는 이유 중에 하나로 방대한 참고문헌과 각 장마다 쉽게 찾을 수 있도록 정리된 인명입니다. 사실 어릴 때 재밌게 본 '먼나라 이웃나라'에서 가장 아쉬웠던 부분이 바로 빈약한 참고문헌과 인덱스의 부실함이었는데요. 

이 부분을 '만화로 배우는 의학의 역사'에서는 꼼꼼하게 제시하고 있습니다.

'만화로 배우는 의학의 역사' 참고문헌

아쉽게도 프랑스 저자이다보니, 프랑스 참고문헌이 많습니다. 그래서 국내에 번역된 참고문헌은 3권뿐이고, 나머지는 번역되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프랑스어로 작성된 문헌이 많다보니 문헌 접근에 어려움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접근하기 어려운 의학사를 이렇게 만화로 번역되어서 나왔다는 것만으로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만화로 배우는 의학의 역사' 인명 인덱스

인명 인덱스 역시 이 책의 큰 장점인데요. 이 부분으로 인해서 의학 전공자들이 이 책을 활용하기에 유용합니다. 앞으로도 많은 책들이 이러한 인명 인덱스를 첨부하여 다양한 2차, 3차 컨텐츠가 나올수 있도록 편의를 제공하였으면 합니다.

 

의학의 역사는 투쟁의 역사


이 책을 다 읽고 저는 이번 2022학년도 수능에도 지문으로 출제되었던 헤겔의 정반합이 떠올랐는데요. 어느 학문의 영역이 그렇지 않겠냐만은 의학의 역사도 투쟁의 역사라는 것을 배웠습니다.

고대와 중세에는 신학의 통제 안에서 의학이 있어야 했고, 신학의 굴레에서 벗어나도 다양한 기득권과 끊임없이 충돌하고 투쟁했어야 했습니다.

정신 질환자의 인권은 1838년이나 되어서야 보장되었다

파르샤프가 정신 질환자를 위한 요양원을 설립하기 전까지는 정신병 환자는 마땅히 치료할 만한 공간도 인력도 없었습니다. 또한 에스키롤이 1838년에 정신 질환자를 위한 인권 법을 발의하기 전까지는 대부분 정신병 환자는 모든 재산이 압수되고, 교도소에 감금되었습니다. 이 책에서는 간략하게 서술되었지만, 환자의 인권을 위해 끊임없는 투쟁이 있었음을 우리는 알 수 있습니다.

의사들에게 손씻기 운동을 제안했다가 병원에서 쫓겨난 제멜바이스

최근에 방영했던 슬기로운 의사생활과 같은 병원 배경 드라마를 보면 자주 등장하는 장면이 바로 수술 전 손씻기 장면입니다. 그만큼 지금은 너무나 당연한 손씻기인데요. 100년전만 해도 오히려 의사들에게 손씻기를 주장하면 쫓겨나야만 했습니다. 바로 제멜바이스의 이야기인데요. 손 씻기 운동을 통해 환자의 사망률을 줄였음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의사 기득권 층에게 외면받았습니다. 결국 제멜바이스는 병원에서 쫓겨 났고, 헝가리의 정신병원에서 비참하게 생을 마감했습니다. 제멜바이스는 죽기 전까지도 '손을 씻어야만 해'를 중얼거리다가 쓸쓸하게 죽었다고 합니다. 이처럼 지금은 너무나 당연한 일도, 결코 과거에는 당연하지 않았고, 수많은 사람들의 희생과 투쟁으로 얻어낸 것임을 우리는 알 수 있습니다.

 

기원전 2700년 전에 처음 등장한 여성 의사 아그노디케

지금도 꼭 여의사라고 표현하면서 성적 차별이 은연중에 드러나고는 합니다. 의사는 남성, 간호사는 여성. 이런 것도 분명 양성 평등과는 거리가 먼 구시대적인 인식일텐데요. 기원전 2700년 전에 처음 등장한 여성 의사 아그노디케 역시 엄청난 차별을 받았습니다. 그 당시에 여성은 사람 취급을 받지 못했고, 결국 남장을 하면서 의사로 활동을 해야만 했습니다. 그러다가 발각된 아그노티케는 엄벌을 받을 상황이었지만, 수많은 군중들이 변호를 해주었기에 다행히도 석방되었습니다. 다음 해, 여자도 의학을 공부할 수 있도록 아테네에서는 법이 개정되었습니다만, 실제로 여성이 의대에 진학하기까지는 수많은 시간이 흘러야만 가능했습니다.

이 책에서는 여성 의사의 이야기와 남성 간호사에 대한 이야기도 함께 수록하고 있습니다. 똘레랑스의 나라 프랑스라 확실히 이러한 부분에서 저자의 균형적인 시각을 담고 있다고 봅니다.

 

 

의학의 역사는 관찰의 역사


LSD를 발견한 앨버트 호프만

마약으로 금지된 약물인 LSD는 항정신성 의약품을 개발하던 중에 앨버트 호프만이 발견했습니다. 호밀에서 기생하는 맥각균을 관찰하다가 발견을 했습니다. 이렇게 의학의 역사는 관찰을 통해서 발전해 왔는데요.

 

붉은 털 원숭이에서 RH+, RH-가 발견되었다

ABO혈액형말고도 RH+와 RH- 혈액형도 중요한데요. 이 역시 붉은 털 원숭이를 관찰하다가 발견되었습니다. 이 붉은 털 원숭이의 영문명이 'Rhesus'이기에 RH혈액형 이름이 붙었습니다.

독가스 노출에 사망한 군인을 부검하다가 발견한 항암제

특히 저는 이 책에서 항암제의 발견 과정이 상당히 인상 깊었습니다. 1942년에 약리학자인 굿맨과 길먼은 독가스 노출로 사망한 군인을 부검했습니다. 사망의 원인을 찾던 중 혈구 수가 감소해 면역 저하를 일으켰음을 발견했는데요. 질소를 함유한 독가스가 림프계 종양을 억제하는 가정 아래 항암제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지금의 항암제를 개발하게 된 시초라고 할 수 있습니다.

끔찍한 전쟁의 한가운데에서 항암제가 발견된 것은 정말 드라마틱하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수많은 관찰을 통해서 많은 발견이 이루어졌고, 이를 통해 의학이 발전했습니다. 저는 그 전에는 막연히 한 두사람의 천재를 통해서 의학이 발전해왔을 것이라고 막연히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나 제 생각과는 전혀 다르게 정말 수많은 사람들이 꾸준한 노력을 해왔기에 지금의 의학이 자리잡았음을 깨달았습니다. 지금도 제가 알지 못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열심히 노력하고 연구하고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지금의 코로나 팬데믹 사태에도 백신도 나오고 치료제도 나오는 것이겠죠.

의학은 결국 인간의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수많은 사람의 헌신과 열정으로 성장해왔음을 알게 된 것이 가장 큰 수확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글을 읽는 독자뿐만 아니라, 세상의 많은 의학 연구자, 의료진 모두에게 감사를 전하면서 글을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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