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전에도 렉서스는 불편했다.
렉서스와 올리브나무를 처음 읽은 것은 2006년이다. 벌써 15년이 지났다. 그때도 렉서스와 올리브나무는 상당히 불편한 책이다. 지금도 여전히 불편하다. 내가 원하는 이상과 현실의 괴리를 다양한 관점과 상세한 분석, 이해를 돕기 위한 비유 그리고 철저한 사례로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세계화만큼 무서운 것도 없다. 렉서스와 올리브나무의 균형을 유지하여야 한다고 말하고는 있지만 역설적으로 올리브나무 조차 미국화라는 거대한 흐름속에서 그 본질은 흐려지고 있다. 과연 우리에게 있어 올리브나무는 미국화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닐 것이다. 200여년도 안된 짧은 올리브나무에 2000여년도 넘은 올리브나무가 훼손되고 있다. 이미 우리 사회에서 올리브나무가 어떠한 지도 모르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렉서스와 올리브나무의 균형을 유지하라고 하니 참으로 기막힐 따름이다.
그러면서도 이러한 흐름을 어떻게 할 수 없다는 사실이 참으로 답답하다. 렉서스라는 비유에서도 알 수 있듯이, 자본의 혜택은 모든 사람들에게 돌아가지 않는다. 상위 20퍼센트의 자본의 흐름을 쥐고 있는 개인들에게 돌아간다. 과연 렉서스를 욕망할 수 있는 개인들이 우리 사회에서 얼마나 될 것인가?
그러한 면에서 이 책의 관점은 상당히 무섭다. 독자로 하여금 욕망을 채우기 위해서는 세계화를 배우고 그에 동참하라고 주장한다. 그러면 세계화의 혜택을 누리게 된다고 말이다. 그렇지 않으면 그 혜택으로부터 멀어지고 도태되어진다. 하지만 세계화에 모두 동참한다고 해서 과연 모두가 그 혜택을 누릴 수 있는가?
민주화라는 허울속에 절대적 빈곤과 상대적 빈곤을 겪는 집단에 대한 어떠한 이해나 배려심은 전혀 찾아 볼 수 없다. 이 책의 부제는 세계화는 덫인가, 새로운 기회인가인데 그 기회가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찾아갈 수 있는지 의문이 든다.
이러한 저자 프리드먼의 관점을 교육에서 수용하게 되면 엄청난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무한경쟁을 촉발시키고 도태되는 집단에 대한 배려나 이해없는 냉혹한 세계관이 교육에서조차 경쟁력 향상과 변화라는 이름으로 적용이 된다면 그것은 결국 더 많은 갈등을 초래하게 된다.
나는 경제적 기술적 문화적 발전 혹은 혁신이라는 이름의 변화나 혜택보다는 따뜻한 삶을 살고 싶다. 끝없는 무한 경쟁속에서 렉서스라는 욕망을 충족시켜 행복지수를 높이는 것보다 더불어 함께 살아가며 물질보다는 정서적 행복을 채우고 싶다.
교육에서는 두말할 필요가 없다. 나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서, 나의 영달추구를 위한 교육이 아니다. 교육은 모름지기 나를 배워 남을 이해하고 그 속에서 더불어 조화롭게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 실시된다.
저자의 말대로 세계화에 참여하지 않으면 도태되어진다는 것은 막연한 불안감의 조성인 듯 싶다. 과연 우리의 삶이 얼마나 행복한 가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해보자. 최빈국인 방글라데시의 행복지수가 가장 높다는 사실을 다시금 상기하자.
그리고 미국이라는 올리브나무를 갖고 있는 저자가 과연 다른 나라의 올리브나무에 대한 빈약한 이해로 이러한 주장을 내놓는 것은 참으로 가소롭다.
그리고 교육은 올리브나무를 지키기 위한 가장 근본적인 행위이다. 교육이 세계화의 흐름에 휘둘리게 된다면 올리브나무는 송두리째 바뀌게 된다.
렉서스와 올리브나무는 상징일뿐
이 책은 상당히 세계화의 흐름을 알기 쉬운 비유를 통해서 설명한 책이다. 책에서도 그에 대한 목적의식이 잘 드러나 있다. 복잡하고 다양한 사회현상을 간단하게 설명해낼 수 있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사실 복잡한 현상을 간단하게 설명해내는 것만큼 유용한 것도 없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복잡한 현상을 간단하게 설명하게 되면 현상의 왜곡이 생기게 마련이다. 간단하게 설명하기 위해서 그 현상을 바라보는 기준과 관점을 세우고 그에 맞추어서 설명을 하게 되는데 그 속에서 이미 상당한 왜곡이 일어나게 된다. 동일한 세계화라는 현상을 놓고서 상반된 관점을 보이는 것도 바로 이러한 복잡한 현상을 간단하게 설명하고자 하기 때문에 생겨난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상당히 주의깊게 바라보아야 한다. 빛과 그림자는 공존하는 법인데 그림자에 대한 충분한 언급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초강대 개인에 대해서는 언급을 하여도 여전히 절대적, 상대적 빈곤을 겪고 있는 계층에 대한 언급은 없다. 또한 그러한 계층도 세계화의 대열에 합류하면 자본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논지를 펴고 있다.
하지만 무한 경쟁은 결국 승리자와 패배자, 주도자와 종속자를 만들게 된다. 또한 국제 자본 시장은 제로섬게임이라는 것을 전혀 언급하지 않고 있다. 세계화는 결국 잘 사는자와 못사는자로 나눌 수밖에 없게 된다. 20대 80의 양극화는 더욱 심해질 것이다.
교육도 마찬가지다. 만약 이러한 세계화에 대한 통제가 없다면 교육조차 무한 경쟁으로 돌입하게 된다면 교육의 진정성과 평등성, 공공성은 심각하게 훼손된다.
더 이상 필요치 않은 욕망을 강요하지 마라.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다면 하늘을 바라보지 마라. 견물생심이니 보지마라. 욕망을 보지않으면 된다. 더 이상 세계화라는 구멍으로 밀어넣지 마라. 렉서스로 상징되는 자본의 혜택은 결코 행복을 보장해주지 않는다.
정치, 문화, 국가안보, 금융시장, 기술, 환경의 변화로 인해 베를린 장벽은 무너졌다. 그러나 베를린 장벽은 비단 베를린에서만 무너진 것은 아니었구나. 장벽은 동반구뿐만 아니라 서반구에서도 북쪽뿐만 아니라 남쪽에서도 무너졌다.
게다가 이러한 장벽의 무너짐은 역으로 정치, 문화, 국가안보, 금융시장, 기술, 환경의 변화에 영향을 끼쳤는데 여기에 교육도 포함될 수밖에 없다. 교육은 정치, 문화와 밀접한 연관을 맺고, 국가안보나 금융시장, 기술과도 상호 연계가 되기 때문이다.
이 모든 단점에도 불구하고, <렉서스와 올리브나무>의 총론에 결국 동의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 또한 서글프다. 우리는 '올리브나무'로 표상되는 우리 자신의 문화를 지키기보다는 일본의 고급 자동차 '렉서스'로 표징되는 안락한 삶을 선호한다는 사실만은 움직일 수 없는 진실이기 때문이다. 모든 문제는 여기서 시작된다. '더 풍요로운 삶을 바란다면'이라는 전제는, 이 서글픈 결론을 이미 내포하고 있다. 우리는 어쨌거나 투자가들에게 매력적인 나라가 되도록 애쓰는 길 밖에 없다는. 나는 어쩌면 아직 철저한 글로벌리스트는 되지 못하고 있는 듯 하다. 나는 지금도 여전히 세계화를 주어진 현실로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의 생존법을 모색하는 <렉서스와 올리브나무>보다는, 세계화라는 위험한 질주를 누군가 통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세계화의 덫>에 점수를 주고 싶다. 하지만 여전히 렉서스의 유혹이 너무나 강렬하기에, 우리는 덫인 줄 알면서도 세계화 속으로 스스로를 내던지고 있는게 또한 현실이 아니던가.
여러 통찰에도 불구하고 이 책의 아쉬운점은 세계화에 대한 냉철한 분석보다는 동참을 촉구하기 위한 감언이설과 환상이 가득하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예로 "정보, 제조, 기술"의 민주화를 들 수 있을 것이다. "민주화"라니....... "자본주의화"다.
굴로벌화, 방글라데시에 득인가 실인가?
토지, 자본, 노동 및 기술 등 생산요소의 국제간 이동이 그 어느 때보다 자유로워진 시대에 모든 기업은 국적 불문하고 생산요소비용이 저렴한 국가에서 재화를 생산, 판매하는 것이 보편화되고 있고, 정보통신산업 및 첨단기술의 발달로 '세계화'는 피할 수 없는 추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1인당 국민소득이 미화 370불 수준의 세계 최빈국중 하나인 방글라데시에서도 세계화로 인한 득과 실에 대한 의견이 분분한데, 대외교역을 총괄하는 상무장관은 2005년 다자간 섬유협정이 철폐돼 방글라데시 의류산업이 완전 자유경쟁체제로 진입하기 때문에 세계화를 두려워하지만 말고 WTO 체제와 세계화에 적극 동참해 살 길을 찾는 것만이 국가 경제발전의 최우선 지름길이라 강조하며 세계화를 옹호하고 있다.
세계은행(WB)도 최근 펴낸 "Background Paper : Bangladesh Development Forum 2002" 라는 보고서에서 방글라데시가 세계화에 적극 동참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될 수도 있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으나, 세계화 추세에 편승하지 않으면 지구상에서 영영 낙오국가로 전락할 것이라 경고하면서 투명한 투자분위기 조성, 각종 규제 완화, 각종 개혁정책 이행, 수출품목 다양화, IT산업 발전 환경 조성이 필수적이라 강조하고 있다.
미 국무부도 지난 1년간 방글라데시의 3개 정권(아와미리그, 과도정부, 현 BNP 정권)의 각종 개혁정책 미이행을 방글라데시가 국제사회에 동참하는데 가장 취약한 부분이라고 지적하면서 세계화를 위한 정부의 노력을 촉구하고 있다.
뉴욕타임즈 컬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만도 세계화에 관한 명저로 알려진 그의 저서 "렉서스와 올리브나무"에서 방글라데시의 경우 핸드폰이 시골에 도입(그라민폰사는 소위 Phone Lady를 고용해 일정액을 받고 핸드폰을 마을주민에게 빌려 줌)돼 농촌과 도시에 떨어져있는 가족간 접속 뿐만 아니라 접속으로 인한 생산성의 향상(예를 들면 접속이 불가능한 시기에는 약을 구하기 위해 약방까지 걸어서 하루를 소비해야 하나 핸드폰 덕택에 불과 1-2시간으로 단축)과 계층화 붕괴 또는 사회적 유대감(제법 부유한 사람들도 핸드폰을 사용하기 위해 폰레이디를 접촉)도 강화돼 세계화가 방글라데시에 분명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한다.
경제학자 폴 크루그만은 "후진국 근로자들이 선진국 근로자 만큼 임금을 받지 못하는 것은 사실이나 세계화 때문에 가난해지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하면서 지난 100년간 이룩한 경제발전의 성공사례는 모두 세계화 덕분"이었다고 단적으로 지적하고 있다.
세계화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은 주로 노동계와 연구기관 쪽에서 많이 나오고 있다. 노동부 한 고위관료는 최근 한 세미나에서 "방글라데시와 같은 빈국은 세계화로 선진국 및 개발붕괴로 이어지고 이로 인해 사회적 불안이 가중되고 정치적 안정감이 떨어지고 있다.
국제노동기구(ILO)도 세계화에 의한 혜택이 많은 사람들에게 돌아가지 않고 있으며 현재도 약 10억명의 인구가 실업상태 또는 열악한 근무조건에서 최저임금도 보장받지 못하며 일하고 있다고 세계화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나타내고 있다.
향후 방글라데시에서 세계화에 대한 긍정, 부정적인 영향에 대한 논란은 지속되겠지만 한 가지 분명한 점은 첨단기술 및 정보통신산업의 발달로 점점 더 지구촌이 하나의 마을처럼 좁아지고 국가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져 방글라데시가 가난한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세계시장을 상대로 경쟁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이다.
이에 대한 대응방안으로 부정부패 척결 등 정부의 강력한 개혁정책이 지속 추진돼야 하고, 외국에서 수학한 우수인재를 활용해 개발국과 벌어진 소위 Digital Gap을 좁히고, 외국인직접투자(FDI)를 강화해 유치된 자본을 경쟁력 확보가 가능한 산업에 집중 투자해 경제력을 키우는 것이 절실히 요청된다.
일본의 수출 금지를 통해 여실히 드러난 세계화의 허상
2019년 일본은 자신의 강점인 소재 부품 장비를 한국에 수출하는 것을 금지한다.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노재팬, 보이콧 재팬은 시작된다.
일본의 수출 금지는 21세기 전쟁 중 하나다. 이를 통해 여실하게 드러난다. 렉서스로 대표되는 세계화가 얼마나 허상인 것인지.
물론 한국은 굴복하지 않았다. 위기를 기회로 삼아, 소.부.장 육성 정책을 펼치면서 강력하게 대응했다. 그리고 코로나19가 터지고, 2021년 지금은 일본과 한국의 국제적 지위는 완전히 뒤집혔다.
일본은 '렉서스와 올리브나무'가 출간된 2006년처럼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이 더이상 아니다. 세계화의 첨병도 아니다. 그저 미국에 기생하며, 호시탐탐 자신보다 약한 나라를 괴롭히는 나라일뿐이다. 여전히 과거의 침략행위를 반성하지 않는 그런 나라이다.
일본의 렉서스는 무너져야 한다. 세계화의 허상은 이제 멈춰야 한다. 올리브나무를 지켜야하지만, 모두가 공존하는 올리브나무가 필요하다.
노 재팬, 재팬 보이콧, 노 렉서스! 렉서스는 참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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