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osttraumatic Stress Disorder(feat. 영화 와일드카드로 살펴보는 PTSD)

동사힐 2021. 11. 4.

PTSD 워드클라우드

. 현상

 

영화 와일드카드에서는 한 형사(장칠순)가 등장한다. 그는 조폭을 검거하려다가 복부에 칼을 맞는 사고를 당한다. 21조로 움직이다가 다른 형사는 복부에 칼을 맞아 결국 죽고 장칠순 형사는 허벅지에 칼을 맞아 거의 죽을 뻔 하다가 겨우 살아남게 된다. 이후 이 형사는 칼에 또 맞을 것 같다는 두려움에 떨게 된다. 강력계 형사임에도 불구하고 오락실에서 청소년이 장난치는 칼에 과민 반응을 보이며 바로 구속을 한다. 이 뿐만이 아니라 자신이 칼에 찔릴 것을 두려워해 눈앞에서 범인을 놓치기도 하며 상대가 휘두르는 칼을 보고 힘이 빠져 그 자리에 주저 앉기도 한다. 하지만 영화 끝날 부분에 주인공이 칼에 찔릴 위험에 빠지자 주인공대신에 복부에 칼을 맞는데 겨우 살아나고 이 사건을 계기로 심리적 장애를 극복해 낸다.

 

. 외상후 스트레스의 주요 증상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의 특징을 이해하는 것은 이 장애를 정확히 평가하기 위해 매우 중요한다. 이제 주요 증상에 대해서 하나씩 살펴보도록 하자.

 

1. 일차적 증상

1) 외상적사건의 재경험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의 일차적 특징 중에서 가장 먼저 언급되는 것은 외상적 사건의 재경험이다. 호로비츠는 외상적 사건을 재경험한다는 것이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만의 독특한 측면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외상적 사건의 재경험은 다음에 제시된 것처럼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반복적이고 침투적인 회상

 

침투적이란 의도하지 않는데도 의식 속에 불쑥 들어온 다는 말이며 이런 회상이 계속 반복되어 심한 고통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침투적 사고는 누구나 경험하는 현상으로, 정상인의 90프로 이상이 침투적 사고를 보고한다는 연구도 있다.

그런 침투적 사고를 경험한다고 해서 모두 정신병리를 갖게 되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침투적 사고의 정도와 거기에 대한 집착이다. 연구에 의하면 어떤 생각을 떠오르지 않게 하기 위해 노력한 경우 이 생각이 더욱 자주 떠오르게 된다고 한다. 이를 사고억제의 역설적 효과라 한다.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와 관련한 침투적 인지의 가장 일반적인 형태는 외상적 사건들이 의도하지 않았는데도 자꾸만 회상되는 것이다. 의식으로 자꾸 밀려들어오는 외상적 사건에 대한 생각, 감정, 이미지, 기억은 환자에게 매우 괴롭게 경험된다. 환자들은 이런 침투적 사고나 정서 및 기억이 떠오를 때마다 불안과 공포를 느끼게 되며 공황 상태에 빠지기도 한다.

 

반복되는 괴로운 꿈과 악몽

꿈에서 다시 경험하다 : https://www.google.com/url?sa=i&url=https%3A%2F%2Fcommons.wikimedia.org%2Fwiki%2FFile%3APTSD_flashback.png&psig=AOvVaw3KNZl6lKMYrDxWHI2wMenf&ust=1636094272778000&source=images&cd=vfe&ved=0CAgQjRxqFwoTCKiLo6yM_vMCFQAAAAAdAAAAABAO

 

환자들의 꿈에서는 사건의 여러 측면들이 발생 당시 그대로 나타나거나 종종 왜곡되어 나타난다.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증상을 보이는 환자들에게서 나타나는 악몽을 실제 경험들이 나타나는 반복적 악몽, 실제 경험은 하지 않았지만 일어날 수 있었던 사건들에 대한 악몽, 원래 경험과 다르고 그럴듯하지도 않지만 불가능하지는 않는 사건들에 대한 악몽, 현실과 완전히 유리된 악몽등 네 가지로 분류하였다. 그런데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로 진단하기 위해서는 원래 외상적 사건 경험 그대로를 나타내는 꿈과 악몽들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이러한 꿈과 악몽은 몇 년에 걸쳐 계속되기도 하고, 사건이 있은 지 수십 년이 지나도 마찬가지일 수 있다.

 

외상적 사건이 재발하고 있는 것처럼 행동하거나 느낌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환자들은 마치 예전의 외상적 사건이 현재 재발하고 있는 것처럼 행동하거나 느끼는 경험을 하게 되는데, 이런 경우 해리적 증상들이 동반된다. 해리적 반응이란 일반적으로는 통합적인 기능인 의식, 기억, 정체감, 환경에 대한 지각 등에서 붕괴가 일어나는 것을 말한다. 플래시백 경험이 대표적인 예이며, 잠에서 깨어날 때 혹은 약물중독 상태에 있을 때에도 경험하게 된다.

 

상징적 단서에 노출되었을 때의 심리적 고통

심리적 고통은 반복된다 출처 : https://upload.wikimedia.org/wikipedia/commons/8/8a/PTSD_date_of_event_distress.png

 

환자들은 원래의 외상적 사건과 비슷하거나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사건들을 경험하게 될 때 고통이 더욱 심해진다. 예를 들면, 나치 포로수용소 생존자들에게는 춥고 눈 내리는 날씨가 계속되는 것이나 유니폼을 입은 경비들을 만나게 되는 것이 외상적 사건을 연상시키고, 남태평양의 참전용사들에게는 덥고 습한 날씨가 그런 역할을 할 것이다. 또한 엘리베이터에서 강간을 당한 적이 있는 여성에게는 엘리베이터를 타는 것이 원래의 외상적 사건을 연상시키는 경험이 될 것이다.

이런 외부 자극들은 다양한 형태의 침투적 사고를 유발하게 되고, 고통스런 회상과 악몽을 자주 꾸는 것에서부터 플래시백이나 해리적 증상들까지 나타나게 만든다.

 

생리적 재반응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환자들은 외상적 사건과 유사한 사건이나 상징적 단서에 노출되었을 때 심리적 고통을 겪으며 동시에 당시의 생리적 반응을 재경험하게 된다.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의 핵심 증상들 중의 하나가 외상을 재경험하는 것이라는 것은 별로 놀라운 사실이 아니다. 외상 경험을 극복하기 위해 사람들은 외상을 반복적으로 재검토하게 된다. 이러한 것은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일어나게 되며, 외상 경험의 적응적인 극복과 새로운 정체감의 수립에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즉 외상 경험을 무조건 덮어두고 기억하지 않으려 한다 해도 다시 기억나게 되는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외상을 겪은 후에 경험하는 침투적인 사고나 정서는 그 ㅈ체로는 병리적인 것이 아니라는 주장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병리적인 결과를 초래하는 것은 외상을 재경험하는 것이 아니라 재경험의 고통을 피하기 위해 약물에 빠지거나 인간관계를 회피하거나 사람들을 의심하고 강박증상을 보이는 등 부적응적인 시도를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건강한 해결은 외상적 사건이 더 이상 재경험되지 않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건강한 해결은 그러한 외상적 사건을 잘 통합함으로써 이루어질 수 있다. 자신에게 이러한 사건들에 대한 감정을 얘기할수록 자신에게 일어난 일에 대한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고, 좀더 적응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게 될 것이다. 더 이상 배울 교훈이 없어지면 자연히 침투적인 기억과 감정들은 사라질 것이다.

 

 

2) 지속적인 회피와 마비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의 두 번째 주요 특징은 정신적인 마비 또는 정서적인 마취 상태 등으로 표현된다. 보통정신적인 마비는 극도의 외상경험에 노출된 직후에 시작된다.

 

회피행동

정서적 불안으로 인해 회피하게 된다 출처 : https://upload.wikimedia.org/wikipedia/commons/4/44/PTSD_self_jugement.png

회피는 외상과 관련되는 생각, 느낌 대화뿐 아니라 외상이 회상될만한 장소와 행동 및 사람들에게까지 이어진다. 고통스런 자극을 회피하기 위해 사람들은 점점 더 정서적인 자극을 회피한다. 여기에 적용할 수 있는 가장 그럴듯한 원리는 행동주의 이론중 하나인 학습된 억압이다. 그런데 환자들이 외상에 대하여 생각하기를 멈추면 불안 및 공포와 연합된 많은 단서들이 제거되고 결국 불안과 공포가 경감된다. 이렇게 되면 혼자들은 불안을 감소시키기 위하여 생각을 멈추는 반응을 더욱 강화하게 된다.

이러한 회피는 가벼운 경우라면 경험의 몇 가지 측면을 기억하지 못하게 되는 결과를 낳기도 하지만, 심한 경우에는 모든 사고, 지각, 감정, 언어반응이 멈추어버릴 수도 있다. 이런 식으로 내적 단서들에 대한 회피반응이 점점 광범위해지면 심리적 마비 상태가 온다.

 

심인성 기억 상실

 

심인성 기억상실은 외상적 사건의 여러 측면들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강간 피해자가 강간 당시의 상황을 잘 기억하지 못하는 것을 들 수 있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기억상실 역시 일종의 회피로 볼 수 있다.

 

주요 활동에의 흥미 감소

 

외상후 스트레스장애를 보이는 환자들에게서 흔히 나타나는 증상 중의 하나로 예전에 참여했던 활등들에 대해 흥미를 상실하는 것이 있다. 환자들은 직업이나 가사, 친목활동, 취미생활 등의 주요 활동에 흥미를 전혀 느끼지 못하게 된다. 아동들에게서는 이런 증상이 조금 다른 방식으로 나타나 예전에 학습했던 배변 훈련, 말하기 등의 발달적 기술을 상실하게 되기도 한다.

 

타인으로부터 소원해지거나 분리되는 느낌

스스로 분리되고는 한다 출처 : https://upload.wikimedia.org/wikipedia/commons/8/85/PTSD_self_isolation.png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환자들은 종종 분리감과 소원함을 느낀다고 보고한다.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환자들은 대인관계에서 사람들과 친하게 지내거나 타인들에게 정서적으로 가깝게 느끼는 경험을 하는데 매우 어려움을 겪는다. 이들은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감정을 잘 표현하지 못하며 가족문제 결혼문제 성적인 문제 등으로 고통 받는다. 이런 문제들은 이질감과 소원함을 더욱 심화시킨다.

이러한 이질감은 심리내적으로 결정된 것일 수도 있지만 주위 환경이 실제로 지지적이지 못한 결과로 나타났을 수도 있다. 극단적인 외상 후유증으로 인해 피해자들은 무시되고, 사람들은 이들을 머리하게 되다. 가족과 친구들은 겁에 질려서 그들의 재앙에 대해 듣기를 원하지 않고, 결국 환자들은 이러한 경험에 대한 느낌을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내적인 경험과 모순 되는 방식으로 행동하고 느끼라는 사회적인 요구는 피해자들이 느끼는 타인에 대한 이질감을 더욱 증가시킬 것이다.

이처럼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환자들은 이질감과 분리감을 느끼면서 사회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결국 다른 사람들과 모호한 관계를 맺게 된다. 어떤 환자에 의하면 이질감, 소원함, 고립감 등을 느낀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환자들은 전국을 떠돌아다니며 안전한 장소를 찾으려고 노력한다.

 

정서 범위의 축소

 

사람들은 외상을 경험한 후 정서의 범위가 축소되는 경향이 있다. 특히 친밀감 부드러움 성적인 감정과 연관된 느낌들을 상실하게 되며 극단적인 경우에 사람들은 어떠한 정서도 표현하지 못하게 된다고 한다.

학자들은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환자들이 정서를 느끼고 표현하지 못하게 되는 현상을 설명하면서 환자들이 정서 범위를 필연적으로 축소시켜야 했을 것이라는 점에 대하여 언급하였다. 즉 극단적인 외상 상황 속에서 환자들은 기쁨, 슬픔, 증오, 공포 등의 감정을 느끼면서 살아가기가 너무 힘들었으며, 차라리 아무런 감정 없이 살아가는 것이 더 편하였을 것이다.

 

미래가 단축된 느낌

 

극단적인 외상 경험에 노출된 아동들은 더 이상 미래에 대한 정상적인 기대를 하지 않는 증상을 나타낸다. 이들은 미래에 대하여 철학적 비관주의를 보이고, 짧은 인생을 살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며, 미래에 또 다른 재앙이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또한 결혼이나 자식을 갖는 것 등은 상상도 못하고, 직업이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한다.

 

각성수준의 증가

 

신체의 자율적 흥분의 증가는 극도의 외상 경험을 한 환자들에게서 흔히 보고 된다. 이러한 생리적각성의 증상으로는 심장박동률이나 혈압의 증가, 피부반응의 증가뿐 아니라 수면곤란, 화를 잘 냄, 집중곤란, 경계 및 놀람반응의 증가로 나타난다.

 

수면곤란

 

수면장애는 악몽 여부에 상관없이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환자 집단에서 일반적으로 발견된다. 흔히 수면장애는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에 대한 지표로 여겨진다. 종종 꿈으로 인해 발작이 일어나서 땀에 흠뻑 젖어 깨어나거나 때로는 울면서 깨어나기도 한다. 삼풍백화점 붕괴사고의 생존자들에게서도 수면곤란을 호소한 환자가 전체의 54.2 %로 가장 많았다.

 

성마름 및 분노의 폭발

 

성마름, 화남, 분노, 적대감 , 폭력감정 등은 극단적인 외상 경험을 한 사람들에게서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특징이다. 화를 잘 내는 환자들은 종종 예측하기 어려운 공격해동을 보이며, 아무도 건드리지 않았을 때도 호를 내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증상은 전쟁에 참가했던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환자들에게서 특히 일반적으로 나타난다.

외상을 경험한 다양한 사람들이 분노를 느끼게 되는데 이때 분노는 흔히 권위나 주변의 비지지적인 사람들에게 돌려진다. 또 배반감이나 모욕감, 속는다는 느낌, 놀림당하거나 조종당한다는 느낌이 들면 분노는 더욱 심해진다고 한다.

 

집중곤란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환자는 기억손상, 집중력곤란, 과제처리의 어려움을 보인다. 집중력 곤란이 매우 심할 경우, 환자들은 자신의 행동을 계속 체크해야만 하거나 일반적인 과제들을 매우 천천히 수행할 수밖에 없게 된다. 이와 같은 집중력 장애와 그에 따른 수행ㅈㅇ애는 외상 경ㅎㅁ 후 매우 오랜 시간이 지나도 지속될 수 있다.

 

과경계 및 과민 상태

언제나 걱정과 예민 상태다 https://upload.wikimedia.org/wikipedia/commons/c/c8/PTSD_avoidance.png

과민성이나 과경계 상태는 외부 세계에 대하여 항상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긴장하며 민감한 상태를 말한다. 이런 상태가 심해지면 편집증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

꼭 편집증까지는 아니더라도 일부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환자들은 편집적인 특징을 생활 속에서 나타내게 한다. 이런 방식으로 적응한 환자들은 타인과 상호작용하면서 경계심을 느끼고, 적대적이라고 느껴지면 무조건 과격하게 반응하려고 결정하며, 일단 언쟁이 벌어지면 싸움이 일어날 것이라고 믿고, 먼저 때리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한다고 한다.

 

과장된 놀람반응

 

생리적 각성 및 과장된 놀람반응은 외상적 사건을 경험한 사람들에게서 흔히 보고 된다. 놀람반응은 갑작스런 일에 대해 깜짝 놀라는 것으로 매우 정상적인 반응이다.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환자들이 원래의 외상적사건을 떠올리게 하는 사건들에 대해 생리적 반응성을 보인다는 것은 여러 연구들에서 증명되고 있다.

 

2. 이차적 증상

 

일반적으로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환자들에게서 나타나는 임상적인 양상들은 진단 기준에 소개된 증상들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의 부수적인 특징으로 나타는 장애의 이차적인 특징들을 이해하는 것은 우선 환자의 문제 및 고통을 더 자세하게 이해할 수 있게 한다. 많은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의 일차적 증상들은 이차적 증상군의 영향을 받는다. 즉 이차적 증상으로 인해 일차적 증상들이 더 심해지거나 복합적이 되는 것이다. 예를 들면, 불안의 증가는 거의 모든 일차적 증상들에 영향을 주는데 이러한 사실은 진단 기준에는 기록되어 있지 않다.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는 DSM의 다른 정신장애 진단 기준과 많이 겹친다.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의 주요 이차적 증상들인 우울, 불안, 충동적 행동, 약물남용, 신체화와 조금 덜 알려진 증상인 시간감각에서의 변동 및 자아 기능에서의 다양한 변화들을 살펴보자.

 

1) 우울

 

외상의 희생자들에게서 우울은 아주 일반적으로 나타난다. 우울 증상은 특히 자살의 전조가 될 수 도 있다.

 

2) 불안

불안 역시 우울과 함께 아주 오랫동안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증상의 발현으로 보고 되어 있으며 DSM -이후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의 주요한 이차적 특징으로 여겨지고 있다. 거의 모든 환자들이 긴장, 신경쇠약, 두려움 등을 호소한다. 심장의 두근거림 또는 아무런 이유 없이 갑자기 두려워지는 현상들도 환자집단 중 50% 이상에서 보고 되었다. 불안반응은 인질 피해자, 재해 피해자, 포로수용소 생존자 등 거의 모든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한자 집단에서 보고 되었다.

 

3) 충동적 행동

 

DSM -에 의하면 갑자기 여행을 가는 것, 무단결석, 생활 스타일의 변화 또는 거주지 변화등 충동적 행동들이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환자들에게 일어날 수 있다고 한다.

 

4) 물질남용

 

외상을 겪은 사람들이 술이나 향정신성 약물들을 남용하는 것은 이들 약물이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의 다양한 증상들을 경감시켜 주기 때문이다. 술을 마시면 외상과 관련된 많은 신경증 증상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알코올을 이용한 자기처방은 잠을 잘 오게 하고 불안을 감소시키며 긴장된 근육을 풀어주고 다양한 외상후 악몽들이 나타나는 단계라고 생각되는 렘 수면을 억제하는데 효과적이다. 이는 때때로 우울에서 벗어나게 도와주기도 한다. 이런 결과는 술이 아닌 다른 유형의 물질에도 일반화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알코올이 초기에는 증상들을 감소키는 효과적인 수단이 될 수 있지만 결과적으로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증상에 알코올 중독이 추가되는 꼴이 되어 시간이 지날수록 알코올의 효과는 떨이지고 증상들을 감소시키는데 도움을 주지 못한다. 오히려 증상들을 증가시킬 수도 있다.

 

5) 신체화 증상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환자들에게 나타나는 부수적인 증상 중의 하나로 신체화 증상이 있다. 신체화 증상이란 심리적 이유에 의해 신체적 증상이 생겨나는 경우를 말한다. 즉 아무런 의학적 이유없이 말을 못하게 된다는가 팔이 마비되는 증상들을 말한다.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환자들이 보일 수 있는 일반적인 형태의 신체화 증상에는 극도의 긴장감, 소진 및 긴장감으로 인한 탈진 상태, 근육 관절부에서의 통증, 관절염과 비슷한 통증, 긴장성 두통 및 편두통, 알레르기 증상, 소화기관 궤양, 위의 과잉활동, 대장염, 호흡계 증상, 심장계 증상, 건강염려증 등이 있다.

 

6) 시간감각에서의 변화

 

사람들은 엄청난 정신적 외상을 겪으면 시간감각이 손상될 수 있다고 한다. 시간감각의 변화는 몇 가지 양상으로 나타난다. 먼저 시간의 경과를 잘못 지각하는 것이다. 한자들은 짧은 외상사건동안에 시간이 더디 간다고 보고할 수도 있고, 오랜 외상사건 동안에는 시간이 빨리 갔다고 보고 할 수도 있다.

또 환자들은 시간적 순서에 대해 혼란을 느끼는데 특히 아동들에게 있어서 외상적 사건의 기억은 순서가 뒤죽박죽인 경우가 많다. 외상사건 당시에 일어났던 사거들을 그 전에 일어난 것으로 생각하는 시간편향을 보이기도 하며, 이렇게 간주된 사건들을 외상성 사건을 예언하는 어떤 징조로 생각하기도 한다.

 

7) 예언력이 있다는 느낌

 

외상을 경험한 사람들은 꿈이 예언력이 있다는 느낌을 갖게 되거나, 자신이 영적인 능력을 가졌다는 느낌을 가지기도 한다. 학자들은 이러한 변화는 환자들이 극도의 무기력 상태에 직면하였을 때 통제감을 회복하려는 시도라고 강조하였다. 즉 외상적 사건 도중에 거의 통제감을 상실해버린 경험을 한 피해자들은 통제감을 찾기 위한 새로운 시도를 하게 되는데 이는 항상 최악의 상황을 예견하는 징조를 찾거나 미래에 대한 계획을 거부하는 방식을 취하게 된다는 것이다.

 

8) 자아기능의 변화

 

엄청난 외상을 경험한 사람들은 행동외형 및 발달단계상의 급속한 파멸을 보여주는 심각한 성격변화가 나타나기도 한다. 주로 정신역동적 입장의 학자들이 이런 주장을 한다.

이들에 의하면 외상을 겪은 사람들은 성격이 비융통적이 되며 과거의 발달단계로 후퇴하고 승화의 능력이 감소하고 침투적인 사고 느낌이미지 기억들을 피하기위 해성격적인 방어를 과도하게 사용한다고 한다. 승화란 정신분석학파에서 언급하는 방어기제의 하나로, 사회적으로 인정되는 형태와 방법을 통해 충동과 갈등을 발산하는 것이다.

또 새로운 도전을 피하는 심리적 보수성이 생기고 이러한 부정적인 변화들이 긴장 관리의 실패 및 손상된 대인관계로 이어지는 부적응적인 진행을 보였다고 한다.

 

9) 생존자 죄의식

 

죄의식은 생존자 죄의식이든 다른 형태이든 간에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의 일반적인 특징 중의 하나이며, 다른 사람들은 살아남지 못했는데 어째서 나는 살아남았는가? 라는 형태로 주로 표현된다.

이외에도 폭력범죄를 겪은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환자들에게서도 책임감이 나타난다. 이는, “비합리적인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그 사건을 야기했고 그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막지 못했으므로 나에게 책임이 있다라는 믿음이다.

생존자 죄의식을 느끼는 사람들은 책임감의 결과로 종종 다양한 자기파괴적인 행동을 하게 된다. 베트남 참전용사들은 이러한 생존자 죄의식 때문에 자기파괴적인 싸움을 걸고 그 결과 가까운 이들로부터 거부를 당하며 심지어는 자살이나 자동차 사고 살인에 의한 폭력적 죽음 등 단독사고를 통해 자기처벌을 가하였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죄의식 및 생존자 죄의식의 문제는 생존자들의 죄의식이 비현실적이며 비합리적이라는데 있다.

 

그 밖의 이차적인 특징으로는 적응문제, 손상된 대인관계, 현저한 성적 하락, 생활방식의 변화, 강렬한 불신감, 배신감, 사기당하는 느낌, 자기 이미지 손상등을 들 수 있다. 사람들은 자신의 고유한 성격구조에 따라 서로 다른 이차적인 증상을 발달시키게 되며 그들이 겪은 외상적 사건의 종류에 따라서도 각기 다른 성격 변화의 양상이 초래된다고 한다.

앞에서도 언급하였지만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의 다양한 증상들은 일상적이 대처방식으로는 처리되고 극복될 수 없는 사건들에 대처하기 위한 시도로 나타난다는 것을 이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관련 이론

 

외상후 스트레스를 바라보는 이론도 여러 가지로 다양하다. 여러 이론에 대해서 하나씩 살펴보도록 하자.

 

1. 조건 형성과 자극일반화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

 

외상적 사건을 경험한 사람들은 그 사건을 연상시키는 온갖 단서에 불안과 공포를 느낀다. 밀폐된 곳에서 화재를 경험한 사람들은 밀폐 공간에 두려움을 갖게 되고, 어두운 밤에 강간을 당한 피해자는 어둠을 두려워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이때 꼭 외부사건만이 불안이나 공포와 연합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특정한 생각이나 시간도 불안이나 두려움과 짝지워질 수 있다. 즉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끔찍한 사건을 경험했거나 밤 12시경에 외상적 사건을 경험했을 경우에도 그 생각과 그 시간대가 불안을 일으킬 수 있다. 이러한 짝지움의 원리를 심리학에서 조건형성이라고 한다.

외상적 사건의 영향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환자들은 처음에 외상적 사건을 경험하였을 때의 여러 상황적 단서들에 불안해하지만 점차 유사한 다른 단서들에까지도 불안해할 수 있다. 이는 매우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여 결국 다양한 상황단서들이 환자를 괴롭히게 된ㄷ. 이는 자극일반화의 원리에 의한 현상이다.

우리 속담에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 놀란다. 는 속담ㅇ디 바로 이것이다. 솥뚜껑이 자라는 아니지만 자라 때문에 너무나 놀란 경험이 있다면 자라와 비슷하게 생긴 것만 봐도 놀랄 수 있는 것이다.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의 경우 두 개의 단서 혹은 단서패턴이 같은 언어적 명칭을 부여받았을 때도 자극일반화가 일어날 수 있다. 예를 들면 어떤 외상적 상황에 위험한 이라는 언어적 명칭이 부여되었다면 이런 명칭이 부여된 다른 어떠한 자극에 대해서도 공포스러워질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다.

그런데 상식적으로 보아 별로 연관성이 없는 자극에도 공포반응을 보인다거나 혹은 시간이 지나고도 그 공포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면 증상이 훨씬 심각하다고 할 수 있다. 이것은 한자의 현실검증력이 상당히 저하된 상태라고 볼 수 있다. 현실검증력이란 어떤 자극이 우리 마음 안에서 일어나는 환상인지 아니면 실제로 일어난 사건인지를 구별하는 능력을 말한다.

 

2. 부적강화로 인한 회피

 

생각안하니까 낫다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환자들은 외상과 연관된 자극을 대하면 회피하려고 한다. 이것은 상식적으로도 쉽게 이해될 수 있다. 그때의 경험이 생각나면 너무 괴롭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장소나 그 일에 관련된 사람, 얘기 등을 피하게 된다. 일단 자극을 안받으면 그때의 고통이 그 순간만큼은 되살아나지 않는다.

사실 누구든지 가슴 아픈 일이나 기분 나쁜 일이 있었던 장소나 유사한 자극에 대해 아무렇지도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물며 생가하고 싶지 않은 끔찍한 일을 겪은 사람의 경우야 두말할 필요가 있겠는가. 이렇게 피함으로써 괴로움을 덜 느끼고자 하는 것이다.

자신의 행동을 통해 어떤 보상을 얻게 될 때 그 행동을 자꾸 더하게되는 원리를 강화라고 하는데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의 회피증상은 이러한 원리로 설명될 수 있다. 강화에는 정적강화와 부적강화가 있다. 정적 강화는 자신의 행동이 긍정적인 보상을 얻게 되었을 때 그 행동을 더하게 되는 원리를 말하며 부적강화란 자신의 행동이 부정적인 처벌을 막아줄 때 그 행동을 더 자주하게 디는 원리를 말한다. 이 경우 관련 단서를 피함으로써 고통을 느끼지 않으려는 회피행동은 부적강화의 원리가 작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회피행동은 당분간은 자신을 고통으로부터 구해주지만 점점 더 그 경험을 두려운 것으로 만들어 더욱더 회피행동을 증가시킬 수 있다. 이러한 회피는 궁극적으로 외상적 경험으로 인한 상처의 치유를 더욱 어렵게 만든다.

 

3. 해리현상

 

꿈인가 생시인가. 내 일이 아닌 것 같다

 

사람들은 외상에 노출되었을 때 일시적으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 해리를 사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은 심한 폭력장면을 목격했을 때 순간적으로 마비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이 강도나 강간을 당하는 상황에서도 피해자는 자신이 직접 당하는 게 아니고 그 사건을 관찰하고 있는 것처럼 느낄 수 있다. 이렇게 마비나 남에게 일어난 일처럼 생각되는 현상이 해리이다. DSM -에서는 해리를 정체성 기억 혹은 의식의 통합적인 기능이 교란되거나 변질된 상태라고 정의한다.

이상 경험 당시 어느 정도의 해리는 극심한 불안으로부터 보호해 준다는 점에서 상당히 도움이 될 수 있다. 왜냐하면 그런 끔찍한 일이 자기에게 현재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견딜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남의 일처럼 여기고 자신은 제삼자인 양 바라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외상 경험을 한 사람들은 그 경험이 자기에게 일어난 일이 아니었기를 바라고 한바탕의 꿈이기를 바라며 이 악몽에서 깨어날 수 있었으면 할 것이다. 그러나 어떤 경험이 실제로 자신이 체험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의식되지 않은 상태로 계속해서 남아 있게 된다면 그것은 또 다른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그럴 경우 그 사람은 종종 자신에게나 남에게나 자신이 낯설게 느껴지고 자기의 감정이나 경험들이 온전하지가 않고 조각난 것처럼 느껴질 것이다. 극단적인 경우 자기감의 이러한 혼란은 다중성격 장애와 같은 해리 장애나 기억상실증을 가져올 수도 있다.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에서 외상 경험의 중요한 부분을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는 드문 일이 아니다.

외상과 관련된 해리 현상으로는 기억상실, 정서적 소원함, 이인감, 유체이탈 경험, 사건의 회상이 희미함, 소외감, 플래시백 등이 있다. 외상 후의 해리 현상은 다른 사람과 주변 환경이 멀고 낯설게 느껴지는 것 , 세상에 대한 지각의 변질, 기억의 손상등 세 가지 유형의 반응을 포함한다. 이런 점에서 많은 학자들은 해리가 외상후 스트레스장애에서 핵심적인 특징이라고 보았으며,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가 불안관련 장애로 분류되기보다는 해리장애로 분류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4. 정보처리의 미완성

 

완결되지 못한 채 떠도는 정보들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는 외상적 사건의 지속적인 재경험과 외상 관련 자극의 회피와 마비가 중요한 증상이다. 환자는 한순간에는 악몽 등의 침투적 증상에 시달리다가도 다른 한순간에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살기도 한다. 이러한 침투와 마비의 반복을 정보처리 모델에서는 정보의 과부하로 설명한다. 즉 정보가 너무 많아 처리하는데 부담이 많다는 것이다.

여기서 정보란 새롭게 경험되는 모든 것들 즉 생각, 이미지, 정서 등을 말하며, 이런 정보들은 개인이 기존에 가지고 있는 틀에 부합할 때까지 계속적으로 처리되려는 경향성을 지닌다. 이때 새로운 정보가 처리되지 못하는 상황인 정보과부하가 생기게 될 수 있다. 이는 새로운 정보가 기존의 틀과 너무나 다르고 엄청난 것이어서 그 중 일부만 처리되고 나머지 정보들은 무의식속에 남게 되기 때문이다.

외상적 사건이란 보통의 일상적 경험이 아닌 충격적 사건으로 웬만한 스트레스 사건과는 다르다. 시험에서 떨어졌다든가, 친구나 부부간에 싸웠다든가, 스스로 결정해서 명퇴를 하는 등의 스트레스 사건도 소화하기까지는 시간이 한참 걸릴 수 있다. 왜냐하면 새로운 정보가 많아지기 때문이다. 하물며 충격적인 외상적 경험을 한 사람은 기존의 틀과는 너무나 다른 새로운 정보가 엄청나게 많은 것이다.

외상적 사건을 경험한 개인은 이렇게 과대한 내적 외적 정보를 처리해야 하는데 , 이런 정보의 대부분은 인간의 일반적인 경험의 밖에 있기 때문에 개인의 인지도식에 잘 대응되지 않으며 기존의 자기에 어울리지 않는 생각, 감정, 이미지 등을 경험하게 된다. 이때 이런 정보들은 단번에 처리되지 못하고, 가공되지 않은 원래의 형태로 무의식속에 활성화될 수 있는 여지를 남긴 채 저장된다. 사람들은 이런 정보들이 무의식 속에서 뛰쳐나오지 못하도록 마비나 거부 등의 방어 전략을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정보는 개인의 기존 틀에 부합될 때까지 계속적으로 처리되려는 완성 경향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때때로 개인의 의식 속으로 뛰쳐나오게 된다. 이렇게 뛰쳐나오는 생각, 이미지, 감정들은 앞에서 언급한 침투적 인지, 침투적 정서의 개념과 동일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가정은 정보처리에서 자연적으로 일어나는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정보처리 모델은 이러한 침투 현상이 잠재적으로 정보처리를 위해 꼭 필요한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 어떻게든 정보처리는 완결되어야 한다. 이때 중요한 것은 적절한 정보처리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정보가 뛰쳐나오지 못하도록 과도하게 통제한다면 이는 꼭 필요한 정보처리를 중단시키는 것이며 개인이 새로운 정보를 통합할 수 있는 여지를 막게 된다. 그러나 이와 반대로 통제를 너무 못하게 되면 정서의 과도한 침투, 외상 재경험등의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적절한 수준의 통제란 정보가 의식에 들어오는 속도를 조절하여 견딜 만한 정도의 새 정보와 정서반응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정보처리의 완결 단계에 이르면 새로운 정보는 개인이 지니고 있는 기존의 틀, 즉 개인의 세계관이나 자아관등과 통합되며 더 이상 개인의 성격으로부터 배격되지 않게 된다. 이 시점에 이르면 외상적 사건은 더 이상 활성 상태에 머무르지 않고 침투적으로 뛰쳐나와 사람들을 괴롭히지도 않는다. 그러므로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환자들은 정보처리를 완결시키는 데 실패한 경우라고 할 수 있다.

 

5. 기본 신념의 붕괴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자신과 세상에 대한 기본적인 가정이 무너진 결과라고 보는 견해도 있다. 이러한 기본 가정은 웬만해서는 쉽게 흔들리지 않지만 외상적 사건을 경험함으로써 무너지게 된다는 것이다. 또한 이렇게 기본 신념이 무력화된 것에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한 결과가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라고 보였다. 이러한 기본신념에는 다음과 같이 세 가지가 있다.

 

저런 일은 나에게 일어나지 않을 거야

 

우리는 늘 운전을 할 때 사람들은 중앙선을 침범하지 않을 것이라고 가정한다. 그렇지만 어는 날 상대방이 중앙선을 침범해 와 사고를 당했다면 그런 가정은 흔들릴 것이다. 외상을 겪은 이들은 더 이상 그런 일은 내게 일어나지 않을 거야라는 가정을 갖지 못한다. 자신이 위험에 노출되었다는 느낌을 갖게 되고, 만일 그런 일이 다시 일어난다면 또다시 제물이 될 것이라는 두려움을 느끼게 된다. 이렇게 가정이 바뀌는 것은 세상은 선한 곳이라는 믿음이 세상은 악으로 가득 찬 곳이라는 믿음으로 바뀌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세상은 의미 있는 곳이다

 

이 입장에 따르면 사람들은 세계에 대해 통제 가능하고 예언 가능하며 공정하다는 기본 가정을 지닌다고 한다. 그러나 외상 경험은 이런 가정들을 침범하고, 세계와 자신에 대한 새로운 가정들을 수립하도록 강요한다. 피해자들은 왜 이런 엄청난 일이 발생하는가보다는 왜 이런 일이 나에게 발생하는가에 대해 주로 의문을 갖는다.

그러나 이런 질문에 대한 합리적인 대답은 존재하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다시 평정 상태에 도달할 때까지 피해자가 느끼는 세계는 의미 없을 뿐 아니라 통제 가능하지도 공정하지도 않은 것이 된다.

 

나는 가치 있다

 

사람들은 바람직한 자긍심 수준을 유지하려는 시도를 하며, 자신들은 외상을 겪지 않을 만큼 소중한 사람이라는 가정하에 생활을 한다. 그러나 일단 외상의 피해자가 되면 여러 가지 측면에서 자기가치감이 무너지게 된다. 외상 경험 후 사람들의 자긍심을 침범하는 요소들에는 희생당한데 대한 무력감, 외상으로 인해 생겨난 통제가 안 되는 생각이나 감정들로 인한 혼란과 그에 따른 무력감, 외상을 막기 위해 뭔가를 더 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 등이 있다.

 

6. 자기정체감의 파편화

 

예전의 그가 아니다

 

외상후 스트레스장애환자는 예전의 그사람같지않고 사람이 달라진 것처럼 보인다. 이는 그가 자기정체감에 혼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살아가면서 나 혹은 자기라는 느낌을 안정되게 갖는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몇 년 전의 나와 어제의 내가 지금의 나와 동일한 사람이라는 것을 자연스럽게 느낀다는 것은 너무 당연한 일처럼 생각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나라는 사람이 대체로 어떠한 생각과 가치관을 가지고 있고, 어떤 일에는 대체로 어떻게 느끼고 반응하며, 어떤 인간관계를 맺고 있는가 하는 것 등은 어느 정도 일관성 있게 으로 자기 안에 잡혀 있는 것이 보통일 것이다.

그러나 외상적 경험은 사람들에게 다양하고 강렬한 스트레스 요인을 제공함으로써 비교적 통합되어 유지되고 있었던 정체감을 분열시키고 파편화시키는 효과를 갖는다. 뭔가 예전의 나로 돌아갈 수 없을 것 같은 느낌을 갖게 되는 것이 바로 이러한 현상이다. 이렇게 외상의 희생자는 건강한 정체감을 상실하게 되고 정체감 내에서의 분열이 생기게 된다.

 

 

7. 성격구조의 손상

 

자아가 있던 곳에 원초아가 있게 된다

 

외상 경험은 성격구조에 손상을 입힌다고 보는 입장이 있다. 정신분석학에서는 인간의 성격이 원초아 자아 초자아의 삼원 구조로 되어 있다고 말한다. 인간의 발달 과정을 보면, 초기에는 원초아가 지배적이어서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식으로 행동한다. 아이들이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 무조건 울고 떼쓰는 것이 여기에 해당된다.

그러다가 자라면서 차츰 자신의 욕구도 참아야 된다는 것을 배우게 되고 현실에 적절한 방식으로 충족시키는 법을 익히게 된다. 또한 상황을 판단하는 능력도 키우게 되고 신체도 발달하며, 언어를 익히게 되면서 부모와의 의사소통을 통해 사회화가 가속화된다. 이렇게 현실에 적절한 방식으로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은 자아의 능력이다. 즉 성장하면서 점점 자아 능력이 커진다고 볼 수 있다. 또한 부모의 가치관이나 사회의 관습, 양심 등을 내면화하면서 초자아가 형성된다.

이렇게 본다면 건강한 성인이란 자신의 욕구를 자아 능력을 통해 적절하게 충족시키고 조절하며 건전한 초자아가 형성되어 있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정신분석학의 창시자인 프로이트는 치료의 목표를 원초아가 있던 곳에 자아가 있게 한다고 하기도 하였다. 그런데 외상적 경험의 충격은 이러한 발달 과정의 시계를 거꾸로 돌려놓는 것과 같다. 그 결과 자아가 있던 곳에 원초아가 있게되는 것이다. 이는 정신분석치료의 목표와 정반대가 되는 말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얘기를 한다면,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환자는 현실적인 판단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든가, 현실과 환상과 공상을 혼동한다든가, 비현실감을 느낀다든가, 충동이나 감정을 적절히 조절하고 통제하기가 어려워 걸핏하면 분노를 터뜨리는 등의 특징을 보이는데 이것은 모두 자아 기능이 손상된 결과인 것이다.

물론 자아 기능의 손상이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또한 건전한 양심의 역할을 하여야 할 초자아도 흔들려 때로는 반사회적 성격 특성을 나타낼 수도 있다고 보았다. 이러한 설명들은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가 왜 생기는 가에 대한 설명이라기보다는 장애의 증상을 설명하는 것으로도 보인다.

 

8. 정신생리학적 설명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정신생리학적 입장에서 설명하는 방식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중추신경계에서의 정보전달량이 너무 적은 사람들이 이를 보충하기 위해 정보를 증가시키려는 경향이 곧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의 증상들을 만든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의 증상들을 만든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란 체내의 신경전달물질의 이상에 기초한 장애로서 일종의 외상 중독의 결과라고 하였다.

 

정보전달량을 증가시키려는 경향

 

이 입장에서는 부교감신경이 우세한 사람들이 교감신경이 우세한 사람들보다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로 발전할 위험이 더 크다고 하였다.

부교감신경과 교감신경은 인체의 자율신경계를 구성하는 것으로, 교감신경이 활성화되면 신체가 위급 상황에 더 잘 반응할 수 있도록 심장박동이 증가하며 혈압이 상승하고 뇌에는 혈액을 더 공급하게 되고 동공이 커지는 등의 반응을 일으킨다. 반면에 부교감신경은 이를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부교감 신경이 우세한 사람들은 정상적 수준의 감각자극에 노출되었을 경우 중추신경계에서 교감신경이 우세한 사람들보다 더 낮은 비율의 정보 흐름을 경험하며 감각정보에 더 빨리 길들여진다. 왜냐하면 뇌가 지각과 행동상의 기능을 향상시키기 위하여 그 자신의 정보 흐름을 증가시키려고 애쓰기 때문이다.

평소에 낮은 비율의 정보 흐름을 갖고 있는 부교감신경이 우세한 사람들은 전투 상황으로 야기된 정보 증가에 오히려 더 잘 견딜 수 있다. 이들은 지루함을 경험하는 대신 적절한 수준의 정신생리적 기능을 경험한다. 따라서 전투 상황을 정보가 풍부한 상항으로 여겨져 흥미와 이완감을 느낄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또한 증가된 정보 흐름을 조절하기 위해 피질구조들이 발달되고, 구조적으로 정해진 수준이상으로 정보 흐름을 발달시킨다.

그러나 이들이 이러한 높은 정보 흐름을 가진 환경에 더 이상 있을 수 없을 때는 반동이 생겨 중추신경계의 정보 흐름이 현저하게 낮은 수준으로 급격히 떨어진다. 그래서 부교감 시경이 우세한 참전병사가 귀향하게 되어 일상적 감각환경에 놓이게 되면 이제 감각박탈과 비슷하게 심한 지루함과 우울을 경험하게 된다는 것이다.

비전투 상황에 놓이게 된 귀향자들은 전투를 하는 동안 평소보다 더 높은 적절한 수준의 정보처리율을 경험해 보았기 때문에 정보흐름을 그때처럼 늘리려고 시도한다. 이러한 점이 악몽, 불면증, 과잉경계, 충동적 행동, 공격적 폭발 등의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의 공통증상들을 설명해준다. 따라서 이 증상들은 자극을 별로 받지 않고 지루한 뇌가 비정상적으로 낮은 정보처리율을 더 높은 중간 수준 이상으로 조정하기 위해 시도하는 부적응적 정보확대기제의 표현이라는 것이다.

 

신체 내의 신경전달물질의 이상

 

이는 학습된 무기력 모델을 토대로 한 것이다. 동물들의 경우 피할 수 없는 충격에 노출되면 신경전달물질인 노르에피네프린 교체율이 증가하여 그 결과로 혈장 카테콜라민의 수준이 높아지고 뇌 노르에피네프린 수준이 감소하며, MMPG의 생산이 증가하고, 뇌 도파민 수준이 감소하며, 뇌 세라토닌 수준이 증가하고, 내인성 마취제에 의해 매개되는 마취반응이 나타난다.

이러한 물질들의 변화로 인해 동물들은 회피행동을 제대로 할 수없고 어떤 행동을 제대로 시작하기가 어렵게 된다. 피할 수 없는 충격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면 통각 상실이 나타나고, 이것이 지속되면 매우 약한 스트레스에도 통각상실을 보이게 된다. 이것이 결국 외상 중독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외상의 희생자들은 원래의 경험과 유사한 자극들을 찾아내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외상에 노출되면 중추신경계 마취반응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내인성 마취펩티드를 포함해서 마취제는 행동을 진정시키고 분노와 공격성을 감소시키며 편집증을 감소시키고 부적절감을 감소시키며 항우울적 활동을 하는 등 정신활성적 속성을 지닌다.

또한 마취제의 금단현상과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증상간에 유사성이 있다는 점이 더욱 이러한 설명을 가능하게 한다. 따라서 외상후 스트레스장애와 외상후 상태가 시작되고 유지되는 것은 중추의 노르아드레날린 체계와 중추신경계 마취 펩티드에 의해 매개된다고 가정하였다. 외상 상황에 다시 노출되는 것은 마취제의 생산을 늘려 통제감을 가져다주며, 이러한 스트레스 요인이 없어지면 오히려 마취제 금단 현상을 경험하게 된다는 것이다.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설명하기 위해 이처럼 여러 가지 이론과 개념이 동원되었지만, 이 장애는 매우 복잡하고 증상도 다양하기 때문에 어느 한 모델만으로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설명할 수는 없다. 각 모델들은 나름대로의 장단점을 가지고 있으며 부분적으로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증상들을 설명할 수 있다는데 만족해야 할 것이다.

 

 

9. 심리사회적 모델

 

왜 엄청난 스트레스에 노출된 후 어떤 사람은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일으키고 어떤 사람은 그렇지 않을까? 이에 대해 좀더 포괄적이고 실제적으로 설명한 입장이 있다. 심리사회적 모델이 그것이다.

심리사회적 모델에서는 외상적 스트레스 사건뿐만 아니라 개인적 성겨 특성 및 사회문화적 환경의 어떤 요인들이 장애를 일으키는 데 기여하는지를 설명하려 한다. 이들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개인의 특성과 외상적 경험의 특성, 회복환경의 질적 수준에서 찾고자 했다. 이러한 설명은 모든 외상 경험에 적용될 수 있다.

 

1) 심리사회적 모델의 요소

 

(1) 개인의 특성

 

개인의 특성 면에서 보면 개인의 자아 강도가 강할수록 그리고 스트레스 사건에 대처할 자원이 많고 효율적인 방어기제를 사용할수록 외상에 성공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 이와 더불어 그 사람이 외상 이전에 어떤 다른 스트레스를 겪고 있었는지 혹은 정신장애를 갖고 있었는지 등도 중요하다. 나이 사회경제적 지위, 교육수준 등도 중요한 항목이다.

 

(2) 외상 경험의 특성

 

외상 경험의 성질이 어떤가에 따라 얼마나 많은 정보처리가 필요한지가 결정되며, 이에 따라서 장애로 발전할 가능성이 다르다. 예를 들어 스트레스 사건이 얼마나 심각했는지 얼마나 지속되었는지 얼마나 갑작스럽게 일어났는지 죽은 사람이 있었는지 자기 자신이나 주변 사람들이 얼마나 죽을 뻔했는지 자신이 그 당시 어떤 행동을 취했는지 그 사건이 반복될 가능성이 있는지 등은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로의 발전 여부를 가늠하는데 중요한 요소가 된다고 할 수 있다.

 

(3) 회복시 환경의 질적 수준

 

개인이 외상적 사건을 경험한 후에 이를 어떤 환경에서 극복하는지가 중요하다. 이 입장에서는 다른 사람들의 지지를 얻을 수 있고 가족이나 친구들의 보호막이 있는 사람들이 그렇지 못한 사람들에 비해 외상에 더 잘 대처할 수 있다고 보았다.

또한 사회 전체의 태도나 문화적 특징도 여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예를 들어, 강간 피해자들은 홍수나 화재 같은 재난 경험자들에 비해 외상의 극복이 더 어려울 수 있는데, 이것은 사회 환경이 이들에게는 재난 경험자들에 비해 덜 지지적이라고 느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의 심리사회적 모델은 모든 외상 경험에 적용되는 일반적인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강력한 외상 경험, 취약한 개인 특성, 사회적 지지의 부족 등이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와 밀접한 상관을 보인다는 연구 보고도 있다. 이 가운데 특히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의 발병을 가장 잘 예언하는 것은 스트레스 사건의 심각도와 회복환경에서의 심리사회적 고립의 정도였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상에서 볼 때, 외상후 적응 과정을 병리적인 것으로 만드느냐 긍정적인 것으로 만드느냐는 심한 외상적 스트레스를 경험하는 자체로서 어느 정도 장애가 발생할 기초를 형성하게 되고, 그 위에 회복환경의 열악함이 더해질 때 가능성이 매우 높을 것으로 예상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 현상에 이론 적용해 보기

 

우선 장칠순 형사의 경우에 일어났던 증상과 그에 맞는 이론을 정리해보도록 하자.

 

  • 반복적이고 침투적인 회상 : 장칠순 형사의 경우 눈앞에서 동료가 죽고 자신도 죽을 뻔 한 사건을 겪고 나서 (이후 사건으로 통일) 의도하지 않았는데 자꾸 사건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게 된다.

 

  • 상징적 단서에 노출되었을 때의 심리적 고통과 생리적 재반응 : 사건이후 장칠순 형사는 두 가지 비슷한 단서에 무척 고통스러워한다. 우선은 복도이다. 장칠순 형사는 맞은편이 보이지 않는 복잡한 복도에서 칼을 맞는다. 이후 사건이 일어났던 비슷한 복도만 보면 현기증을 일으키거나 침투적 회상을 겪는다. 다음으로는 칼이다. 그래서 이 형사는 살상용 칼뿐만이 아니라 다른 칼 심지어 청소년들이 갖고 장난치는 장난감 칼에도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 타인으로부터 소원해지거나 분리되는 느낌과 회피행동 그리고 직업능력상실 : 사건이후 장칠순 형사는 경찰서 내에서 소원해지는 느낌을 받는다. 물론 범인 검거 작전에 참가하며 범인을 잡는 등의 얼핏 보기에는 사건 이전과 다름없는 행동을 보이지만 그 면면을 살펴보면 확실히 다르다. 앞에서 말했듯이 소원해지는 느낌을 장칠순 형사 개인이 받고 주변사람도 느낀다. 이 뿐만 아니라 강력계 형사가 강력계 범인은 잡지 않고 오락실에서 장난감 칼을 갖고 장난치는 학생들을 잡는데 열중한다. 이에 덧붙여서 눈앞에서 강간 용의자를 놓치기 까지 한다. 이렇게 형사로서의 능력을 반 이상 상실을 하기도 하고 그러면서 칼에 대한 두려움과 무조건적인 회피 ( 단순히 용의자가 칼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범인을 잡지 않는 행동과 자신에게 일어났던 사건을 애써 기억하지 않으려 함)로 인해 자연스럽게 주변사람들과 소원해지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주인공인 양동근과 다툼까지 발생한다.

 

이렇게 장칠순 형사에게 일어난 증상을 이론적으로 살펴보았다. 이제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에 관한 여러 이론들을 적용해보고 적용되지 않는 이론도 살펴보도록 하자.

 

  • 조건 형성과 자극일반화 :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로 요약되는 이 이론은 장칠순 형사의 경우를 아주 잘 설명하고 있다. 위에서도 말했듯이 장칠순은 사건을 연상시키는 단서 (복도와 칼)에 불안과 공포를 느낀다.

 

  • 부적강화로 인한 회피 : 이 것 또한 장칠순 형사의 경우를 잘 설명하고 있다. 그는 그 사건을 떠올리기 싫어하며 그러한 사건이 자신에게 똑같이 일어나기를 두려워 해 아예 그런 비슷한 사건(또다시 자신이 칼을 맞을 지도 모른다는 상황) 이 일어나기 전에 회피를 해버린다.

 

  • 해리현상, 정보처리의 미완성, 기본 신념의 붕괴, 성격구조의 손상, 정신생리학적 설명 : 이러한 이론은 장칠순 형사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 자기정체감의 파편화 : 이 이론도 장칠순 형사에게 적용할 수 있다. 그는 사건을 겪은 이후로 예전의 그와는 달라져버렸다. 물론 일반적인 행동에 있어서는 그다지 많이 달라지지 않았지만 직업과 관련된 행동에 있어서는 완전히 달라져버렸다. 사건이전에는 누구보다 먼저 범인을 쫓아가고 다른 형사보다 범인 검거를 잘하던 그가 사건 이후로 눈앞에서 범인을 놓쳐버리고 범인이 칼만 꺼내도 그대로 주저 앉아버리기도 하면서 장난감 칼을 갖고 노는 학생들을 검거하는데 열을 올리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면들이 자기정체감의 파편화와 완전히 일치하지는 않는다. 본질적인 면에 있어서는 확실히 차이가 나지만 분명한 것은 장칠순 형사는 사건을 경험한 이후로 전과는 달라져 버렸다.

 

이렇게 이론들을 적용해 보았는데 분명한 것은 장칠순 형사가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현상을 보이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생명의 위협의 지각 때문이라고 정리할 수 있다. 즉 자신도 칼에 맞아 죽음 직전까지 가서 살아났으면 똑같이 칼에 맞은 동료는 자신의 눈앞에서 죽자 자신도 죽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인해서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현상이 생긴 것이다.

그리고 장칠순 형사는 영화 전체에서 계속 장애 현상을 보이다가 마지막 부분에서 주인공이 죽을 위험에 처하자 회피하지 않고 자신을 짓누르던 공포를 극복해내고 대신 칼에 맞고 극적으로 살아나면서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완전히 극복해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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