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

소설가 구보씨의 행적 분석(feat. 광교에서 종로네거리까지)

동사힐 2021. 11. 3.

0.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

소설의 내용을 잠깐 먼저 언급해 본다면 이 소설은 경성을 중심으로 배회하는 주인공 구보의 내면세계를 드러낸 것이다. 주제는 바로 30년대 식민지 조선의 소설가가 직면한 창작의 어려움인데 이것은 상당부분 시대적 상황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에 기인한 것으로 생각 되어 진다.

 1. 광교

구보는 제일 처음 천변의 다옥정집을 나와 서울의 산책을 시작한다. 처음으로 들린곳이 바로 광교이다.

시민의 휴식 공간이 된 청계천

우리는 이곳을 지나오면서 광교의 모습이 모형으로밖에 남아있지 않음에 아쉬움을 느꼈다. 그러나 구보의 행보의 시작지점인 만큼 많은 관심이 갔던 곳 이였다.

조흥은행 본점 앞 광교 모형 - 조흥은행 본점 앞에 모형으로 남겨져 있다.

 

2. 종로 네거리

그 다음 구보가 향한 곳이 종로 네거리이다.

1930년대 종로 네거리

여기서 구보는 아무런 목적도 갖지 않았다. 왜냐하면 글 속에도 있듯이 말 그대로 아무렇게나 내놓았던 발이 공교롭게도 왼편으로 쏠렸기 때문이다.

 

현재 종로의 모습은 30년대와 확연히 차이가 난다. 30년 동안의 세월에 급격하게 발달되어진 모습에 사람이 예전의 본모습을 찾기 이전에 이미 기계화된 우리를 볼 수 있지 않을까 여겨졌다.

 

3. 화신상회

그 다음 구보가 약간의 자신 있는 걸음걸이로 향했던 곳이 화신상회 앞이다. 그리곤 백화점 안으로 들어간다.

종로상권의 중심 화신백화점, 현재 그 모습은 찾아 볼 수 없다.

 

여기서의 의문은 소설이 쓰여진 년도는 1934년인데 반해 이 건물은 37년에 완공되었다. 그렇다면 글속에 등장하는 백화점에서 승강기를 기다리는 가족의 모습은 무엇으로 설명해야 할까? 그 부분에 대한 의문은 다음의 내용을 살펴보면 쉽게 풀린다.

 

화신상회는 1932년 7월 16일 옆 건물의 동화백화점(4층규모)을 인수 합병한다.

 

승강기가 있던 건물은 화신상회가 아닌 화신상회가 인수 동화백화점 건물이다. 화신상회는 2층규모였기에 승강기가 없었지만 화신상회가 인수한 동화백화점건물에는 승강기가 있었다.

 

 4. 조선은행

 

백화점을 나온 구보는 동대문행 차에 오른다. 차를 타면서 구보는 일년 전 혼담이 오간 적이 있었던 여성을 발견하곤 잠시 망설이게 된다. 구보가 망설이는 동안 그녀는 가버리고 구보는 조선은행 앞에서 내린다.

조선은행에서 한국은행으로 개명

 

한국은행은 일제 시대 세워진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서구식으로 세워진 모습에 아이러니를 느끼게 하였다. 그리고 구보가 거리를 걸으면서 건물들을 본 것이 아니라 단지 건물은 스쳐지나가는 존재일 뿐 자아의식 속에만 빠져있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5. 장곡천정

 

전철에서 내린 장곡천정을 향해 걸어간다.

그 당시 소공동의 거리 - 장곡천정은 현재 소공동을 가리킨다. 이름이 소공동으로 바뀐 이유는 이 곳을 작은공주댁 또는 소공주댁 이라 불렀기 때문에 줄여서 이후 소공동이라 한 것이다.

그 당시 소공동은 유흥의 거리였다고 하나 우리가 찾아간 소공동은 음식점과 약간의 유흥점이 있는 평범한 동네에 불과했다. 이 곳을 지날 땐 어두워졌을 때 였으나 예전만큼의 활발함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부적거림 대신에 약간의 공허함이 느껴졌다.

 

6. 부청

 

여기서 생각에 지친 구보는 다방에 들러 홍차를 한잔 마셨다. 얼마 뒤 다방을 나선 그는 부청 쪽으로 걷기 시작한다.

과거와 현재의 시청

그 당시에는 부청 즉 시청이라는 존재가 시민들에게는 가깝게 여겨지는 존재가 아니 었을 거라고 여겨진다. 현재 시청의 모습은 단순히 국가기관을 넘어서 시민을 대변하는 존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넓은 시청의 정원에 어우러진 사람들의 모습이 편안함과 아늑함을 느끼게 해주었다.

 

 

7. 대한문

 

여기서 구보는 벗을 그리워 한다. 하지만 이내 곧 시간이 시간인만큼 아무도 집에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곤 또 다시 멍하니 넓은 마당 건너 대한문을 바라본다.

 

대한문, 현재 도로 확장에 밀려 돌계단도 묻혔다.

 

이 곳에 서서 구보는 빈약한 옛궁전을 바라보며 우울함을 느꼈다. 이 내용은 식민지 지식인의 고통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현재 대한문은 공사중 관계로 가까이에서 볼 수 없었다.

 

 

8. 남대문

 

다시 구보는 태평통을 지나 남대문으로 가서 안에서 밖으로 나가보았다. 하지만 그곳은 아주 휑한 모습으로 구보에게 다가왔다.

과거와 현대의 남대문 비교

현재 남대문은 도로가 주변을 둘러싼 모습으로 고립된 형태로 남아 있다. 그 형태는 마치 내가 사회 안에 묶여 사는 것 같다는 심리가 생기게 하였다.

 

9. 경성역

 

여기서 이내 구보는 고독을 느끼고는 사람이 많은 곳인 경성역을 바라보았다.

서울역의 과거와 현재

 

 

과거의 서울역은 서울역사 박물관으로 이용되고 있고 새롭게 지어진 건물이 그 용도를 대신하고 있었다. 새로 지어진 건물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이용하고 있었다. 그 중 한 곳에서는 노숙자와 외국인 노동자가 많이 모여 있었다. 그들의 표정이 밝지 않고 마치 성이 난 듯 보였다. 이를 보면서 더 커진 건물과 발달된 풍경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누려야 할 것 들을 누리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구나 하고 생각했다.

 

10. 다방

 

여기서 구보는 고독을 잊기 위해 경성역을 갔지만 풍경 속에서 오히려 더 고독을 느끼며 걸음을 옮겨 어느새 조선은행 앞으로 왔다. 그리고 다시 다방으로 들어가 친구를 만난다. 여기서 등장하는 친구는 시인임에도 불구하고 생사를 위해 살인 강도와 방화 범인의 기사를 쓰지 않으면 안되는 처지로써 그 당시 지식인들의 한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11. 종로경찰서

 

다방을 나선 구보는 다시 종로네거리에 서서 잠시 동안 황혼을 바라본다. 그러다가 또 다시 걸음을 옮겨 종로 경찰서를 지나 작은 다료점에 들른다.

종로경찰서 - 종로경찰서는 조선시대 의금부자리로 현 제일은행 본점 앞에 지어졌다.       

 

 

 12. 대창옥

 

다료에서 구보는 벗을 만나 대창옥에 가서 설렁탕을 먹는다. 그리곤 대창옥을 나와 벗과 헤어진 뒤 걸음을 옮겨 황토마루 네거리를 지나 광화문통에 이른다.

광화문통 - 광화문을 중심으로 한 거리로써 광화문은 근정전의 제3문이자 경복궁의 남문이다. 1930년대 총독부 청사가 완공되면서 광화문은 지금의 민속박물관 앞으로 옮겨졌다.

  

13. 광화문통

 

이 곳, 수많은 차들로 채워진 광화문로에서 과연 추억이란 것을 만들 수 있을까 하는 의문점이 들었다.

현재 광화문로 - 통과 로는 길을 뜻한다.  

 

14. 낙원정 근처 까페

 

여기서 구보는 옛사랑을 떠올리며 광화문통의 넓은 모습에 더 괴로움은 커갔다. 다시 걸으며 다방에 들러 또 벗을 만난다. 그리고 벗과 함께 조선호텔 앞과 경성우체국을 지나 황금정 쪽으로 걷다가 낙원정 근처 까페에 들러 여급과 얘기를 나눈다.

조선호텔의 과거와 현재

 

15. 종로네거리에서 집으로

 

까페를 나와 또다시 둘은 종로 네거리에 선다. 그리고는 내일 만날 것을 약속하면서 각자의 집으로 돌아감으로 하루동안의 구보의 여정은 끝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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