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로그/독서 기록

엄마와 물건 리뷰

동사힐 2022. 11. 9.

엄마와 물건 리뷰를 시작합니다


오늘은 한빛비즈 신간 엄마와 물건을 리뷰하고자 합니다. 이번에 한빛비즈 리더스클럽에서 제공받은 신간 엄마와 물건인데요.

코로나19 팬데믹 사태가 한창이던 2021년부터 시작한 한빛비즈 리더스클럽이 어느새 1년이 훌쩍 넘었습니다.

코로나19 이후 집에만 있으면서 독서량이 부쩍 늘 수 있었던 이유는 한빛비즈 리더스클럽 덕분입니다.

물론 코로나19로 인해서 외출하지 않고 집 안에서만 지내는 날이 많다 보니 자연스럽게 할 일도 줄어들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하루 종일 유튜브만 보고 있자니 너무 무료해서 새로운 취미생활을 가져보기로 했던 것이 바로 독서인데요.

한빛비즈 리더스클럽에 선정되기 전에는 주로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읽었습니다.

그런데 코로나19가 한창일 때는 도서관가기도 꺼려졌고, 또 매번 빌리러 가는 것도 번거로웠는데요.

한빛비즈 리더스클럽 덕분에 한빛비즈가 발간하는 양질의 신간을 주기적으로 읽고, 또 기록으로 남길 수 있어서 정말 좋았습니다.

혹여라도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중에서 기회가 되신다면 다음 한빛비즈 리더스클럽 9기 모집에 응모하셔서 함께 하시길 권유드립니다.

(현재는 리더스클럽 8기가 진행중입니다.)

엄마와 물건 앞표지


오늘 리뷰하는 엄마와 물건 표지인데요.

책 표지 디자인과 질감, 일러스트가 상당히 복고풍인데요.

책 내용과 상당히 부합하는 매력적인 책 표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건들 사이로 엄마와 떠난 시간 여행이라니?



엄마와 떠난 시간여행이라는 표지를 보자마자 읽고 싶다는 욕구가 뿜뿜했습니다.

엄마와 물건 뒷표지


엄마와 물건 뒷표지를 보시면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물건이 21가지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면서 '김솔' 본문을 예로 들고 있습니다.

요즘에는 집에서 직접 김을 구워먹는 일이 드물어서 김솔이 무엇인지 잘모르는 분들도 계실텐데요.

김을 굽고서 참기름을 바르는 도구를 김솔이라고 합니다.

어릴적 엄마가 김을 굽고, 김솔을 이용해 한장씩 참기름을 바를때마다 바삭한 김을 한장씩 먹었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그런데 그 김솔에 관해서 이 책의 저자 역시 비슷한 경험을 떠올렸습니다.

방금 구운 김의 바삭하고 짭조름하고 불내 가득한 맛은 냉장고에서 이삼일 묵어 눅눅해진 김과는 천지차이!


이런 저자의 묘사는 제가 잊고 지냈던 어릴적 기억을 떠올리기에 충분했습니다.

이런 흥미로운 과거 경험 묘사와 더불어 이 책의 공동저자이자 구술을 담당한 이입분 여사님의 증언도 매력적입니다.


저게 뭘까, 하고 한참을 봤는데 잘 모르겠더라고. 나중에 자세히 보니 북어 꼬리인거야. 북어 꼬리로 하니까 기름이 골고루 잘 발라지고 부드럽고 기가 막히게 좋았지.



이처럼 엄마와 물건은 두 명의 저자가 나누는 대화를 기반으로 이태리타월, 손톱깎이 등 일상의 소소한 물건 21가지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책입니다.

그러면 이 책에 대해서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엄마와 물건에 관해서 조금더 자세히 설명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먼저 이 책의 저자는 심혜진 작가님입니다.

엄마와 물건 저자, 심혜진


심혜진 작가님은 글쓰기 강의도 하면서 인생은 단짠단짠, 일상 과학다반사 등의 책을 썼습니다.

이번 책에서는 심혜진 작가님의 엄마 목소리를 직접 글로 담아내셨습니다.

엄마와 물건 구술, 이입분


이 책의 공동저자라고 할 수 있는 이입분 여사님이십니다. 심혜진 작가님의 엄마죠.

재밌는 것은 충남 부여출신이신데, 정착은 인천에서 하셨다는 것입니다.

저희 부모님도 충남 출신인데 정착을 인천에 하셨거든요.

엄마인 이입분 여사님과 딸인 심혜진 작가님의 환상 콜라보를 볼 수 있는 책이 바로 엄마와 물건입니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물건은 다음과 같습니다.

  • 이태리타월
  • 손톱깎이
  • 우산
  • 진공청소기
  • 다리미
  • 가스보일러
  • 고무장갑
  • 전기밥솥
  • 냉장고
  • 김솔
  • 가스레인지
  • 김치냉장고
  • 세탁기
  • 모기약
  • 주방세제
  • 치약
  • 브래지어
  • 생리대
  • 화장지
  • 양변기
  • 싱크대


코로나19로 집에 있는 시간이 정말 많았는데, 사실 저는 집에 있는 다양한 물건들에 관해서 깊은 생각을 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번 엄마와 물건을 보면서 집에서 마주하는 다양한 물건들에 대해서 심도깊은 성찰까지는 아니더라도 소소한 사유를 넓힐 수 있어서 정말 좋았습니다.

30대나 40대들이 읽으면 어렸을 적 생각도 나면서 동시에 각 물건들의 기원(?)에 대해서도 알게 되는 계기가 될 것이고요.

이번에 저희집 8살 아들도 이 책을 읽었는데, 잘 모르는 물건들(이태리타월이나 김솔이 무엇인지 잘 몰랐습니다.)에 대해서 흥미를 갖고 저에게 물어보았습니다.

이 책을 통해 아들과 어릴적 이야기를 함께 나눌 수 있어서 정말 좋았습니다.

자녀들과 함께 읽으면서 물건의 역사에 관해서 이야기나눠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엄마와 물건에서 인상 깊은 부분은 다음과 같습니다


엄마와 물건을 읽으면서 옛추억도 많이 떠오르면서 재밌게 읽었는데요.

울컥했던 장면이 하나 있습니다.

엄마와 물건 우산


나는 비에 젖더라도 내 꿈아, 너는 저지 말거라.



이 문구를 보면서, 교과서와 책이 젖지 않으려고 품에 폭 안고 뛰어가는 어린 아이의 모습이 떠오르면서 왜인지 모르게 울컥했습니다.

제가 남자다 보니 사용하지 않는 생리대에 관한 이야기도 자세히 읽었는데요.

엄마와 물건, 생리대
소창이라고 기저귀 만드는 천이 있어. 그거 대여섯 개 정도 빨아가면서 썼지.


제 두 딸도 앞으로 생리대를 사용할테니, 아직은 한글을 읽지 못하는 두 딸이지만, 이 부분을 나중에 두 딸에게도 읽게 할 생각입니다.

다음은 전기밥솥인데요.

결혼 10년차, 전기밥솥은 벌써 2번째로 바꿨는데요.

전기밥솥이야말로 소모품 중의 소모품이라는 것을 깨닫는 요즘입니다.

저희집 전자제품 중 가장 자주 사용하면서도, 가장 많이 바꾼 제품이니까요.


엄마와 물건, 전기밥솥


이렇게 없어서는 안될 생필품인 전기밥솥이 과거에는 무지하게 비싼 물건이라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1970년 대기업 사원 월급 2만원, 전기밥솥 가격은 1만 5천원, 이러니 밥솥사기단도 등장!


전기밥솥이 대기업 사원 월급의 80% 가까운 고가다보니 1970년대에는 밥솥사기단도 있었다고 합니다.
참으로 격세지감을 느낍니다.

마지막으로 브래지어 관련 내용도 엄마와 물건에서 매우 흥미로웠는데요.

엄마와 물건, 브래지어


사실 브래지어가 서양에서 수입한 속옷용품이다보니, 처음 브래지어가 국내에 들어왔을때 모든 사람이 선뜻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1954년에 국내에서 브래지어가 처음 생산했다고 하니.

기껏해야 70년 정도 밖에 안되는 짧은 역사를 지닌 브래지어.

브래지어에 관해 이입분 여사님은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다들 (브래지어를) 하니까 한 거지, 왜 하냐 하는지는 생각 안 해봤어. 그냥 하라면 하고, 뭐든 순종하고 살아서 그랬나 봐.



이입분 여사님이 말하는 그냥 하라면 하고, 뭐든 순종하고 살아서 그랬나 봐라는 말이 짠했습니다.



엄마와 물건에서는 수십년전 신문기사도 인용하고 있습니다.


엄마와 물건의 또다른 장점은 바로 이입분 여사님의 구술뿐만 아니라 그 시절 다양한 신문기사를 인용해서 객관성을 확보하고, 독자의 배경지식을 채워준다는 점인데요.

다음은 이태리타월 관련 1982년 10월 22일자 동아일보의 기사 일부입니다.

엄마와 물건, 이태리타월


때밀이 청소년들이 일자리를 구할 때 어려움을 겪었던 신문기사를 인용하고 있는데요.

이런 기사들을 보면서 엄마와 물건의 저자인 심혜진 작가님의 시선이 약자들에게 시선이 향하고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습니다.

끝으로 세탁기와 관련하여 1968년 4월 17일 매일경제 기사도 살펴보겠습니다.

엄마와 물건, 세탁기

상공부가 수입제한조처를 취하게 된 것은 전기 소모가 많은 냉방기와 전기세탁기의 급격한 수요 증가로 인한 전력 사정 악화를 막기 위해서라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으나 업계에서는 이미 냉방기와 세탁기를 수입해다 놓은 업자와 생산업자에 대한 특혜를 주기 위한 처사에 불과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기사의 내용은 전력 사정을 핑계로 냉방기와 세탁기를 수입제한조치했다는 내용인데요. 실상은 이미 냉방기와 세탁기를 수입한 업자와 생산업자 특혜라는 것을 비판하는 기사입니다.

이처럼 엄마와 물건은 단순히 물건에 깃들어진 옛날 이야기만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또한 저자의 엄마인 이입분 여사님의 삶만을 기록한 책도 아닙니다.

물건을 기초로 1950년대부터 지금까지 파편화되어가면서 변화되어간 사회와 삶의 모습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이러한 물질적 변화가 정말 삶의 풍요를 가져다주었는가?에 관한 근본적인 물음도 함께 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엄마와 물건은 독자로 하여금 물건에 관심을 갖게 하고, 동시에 물질적으로 풍요롭게 변화한 세상에 관해서 스스로 질문을 던지게 합니다.


엄마와 물건 리뷰를 마치며


엄마와 물건 리뷰를 마치면서 지난 여름 속초에 있는 쌀국수집 매자식당에 방문했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매자식당에는 작은 소책자 매자와의 대화가 있었는데, 바로 매자식당을 개업한 주인장의 할머니와 엄마, 그리고 자신의 이야기를 다룬 소책자였습니다.

엄마와 물건처럼 매자식당의 매자와의 대화도 할머니와 엄마의 구술을 담은 책이었습니다.

매자식당에서 주문한 쌀국수를 기다리면서, 매자와의 대화를 읽으면서 매자식당의 역사를 알게 되니, 쌀국수가 더욱 매력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엄마와 물건의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나의 책이 누군가를 떠올리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
더 많은 이들의 이야기가 여기저기서 쏟아지고 다양한 방식으로 기록되길 바란다.
특히 엄마처럼 교육을 많이 받지 못했고 경제적으로 여유롭게 살지 못했으며
비수도권과 비서울 지역에서 평생을 지낸 이들의 이야기가 더 많이 들렸으면 좋겠다.


심혜진 작가님이 말한 비수도권과 비서울 지역에서 평생을 지낸 경제적으로 여유롭게 살지 못한 이야기가 바로 매자식당의 매자와의 대화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적어도 심혜진 작가님이 원했던 것처럼 저에게는 엄마와 물건을 통해 누군가를 떠올리는 계기가 충분히 되었습니다.

엄마와 물건을 통해서 다른 누군가를 떠올리는 소중한 경험을 누리길 바라며, 포스팅을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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