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출간된 한빛비즈의 문학툰 <빨강머리 앤>을 읽었습니다.
최근에 한빛비즈에서 문학툰을 출간했습니다. 바로 <빨강머리 앤>인데요. <빨강머리 앤>뿐만 아니라 <레 미제라블>, <제인에어>, <주홍글자>와 같은 고전명작을 문학툰이라 칭하여 만화로 출간했습니다.
저는 한빛비즈 리더스클럽을 통해 <레 미제라블>과 <빨강머리 앤>을 읽을 수 있었는데요. 특히 <빨강머리 앤> 원작을 읽어보지 않은 저에게 이번 문학툰 <빨강머리 앤>은 신선하고 새로운 경험이었습니다.
특히 너무나도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앤을 만화로 생생하게 접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8살 초1 아들과 함께 <빨강머리 앤>과 <레 미제라블>을 함께 읽고, 대화를 나누면서 의미있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제가 초등학교 1학년때 텔레비전 애니메이션으로 접했던 그 앤을 제대로 만나게 되어 가슴 벅찼습니다.
귀엽고 상냥한 빨강머리 앤, 예쁘지 않지만 사랑스러워
그러면 제가 문학툰으로 통해 제대로 접한 <빨강머리 앤>을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문학툰 <빨강머리 앤>에 대해서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먼저 한빛비즈의 문학툰 <빨강머리 앤>은 원서에 최대한 충실하게 내용을 전개한 점이 매우 인상 깊었습니다. 아래는 더모던에서 출간한 <빨강머리 앤> 소설의 목차인데요. 총 38장으로 되어 있습니다.
1장 레이철 린드 부인이 놀라다
2장 매슈 커스버트가 놀라다
3장 마릴라 커스버트가 놀라다
4장 초록 지붕 집에서 맞은 아침
5장 앤의 이야기
6장 마릴라가 결심하다
7장 앤이 기도하다
8장 앤의 교육이 시작되다
9장 레이철 린드 부인이 제대로 충격을 받다
10장 앤의 사과
11장 앤의 주일학교에 대한 인상
12장 엄숙한 맹세와 약속
13장 기다리는 즐거움
14장 앤의 고백
15장 학교에서 일어난 대소동
16장 다이애나를 초대했지만 비극으로 끝나다
17장 인생의 새로운 재미
18장 앤이 생명을 구하다
19장 발표회와 불행한 사건 그리고 고백
20장 지나친 상상력
21장 맛의 신기원
22장 앤이 목사관에 초대받다
23장 자존심을 지키려다 슬픔에 빠지다
24장 스테이시 선생님과 학생들이 발표회를 계획하다
25장 매슈가 퍼프 소매를 고집하다
26장 이야기 클럽을 만들다
27장 허영심과 마음의 고통
28장 불쌍한 백합 아가씨
29장 앤의 삶에 획기적인 사건이 일어나다
30장 퀸스 입시 준비반이 만들어지다
31장 개울과 강이 만나는 곳에서
32장 합격자 명단이 발표되다
33장 호텔 발표회
34장 퀸스의 여학생
35장 퀸스에서 보낸 겨울
36장 꿈과 영광
37장 죽음이라는 이름의 신
38장 길모퉁이에서
-더모던에서 출간한 소설 <빨강머리 앤> 목차
그런데 문학툰 <빨강머리 앤>은 다음과 같이 총 34파트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만화라는 특성에도 불구하고 500여페이지가 넘는 소설의 전체 구성을 최대한 따르려한 점은, 이 책이 빛나는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빨강머리 앤>의 원작자인 루시 모드 몽고메리의 손녀 케이트 맥도날드 버틀러는 문학툰 <빨강머리 앤>의 서문에서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문학툰<빨강머리 앤>은 원작의 내용을 충실히 살리면서 원문의 대화를 자연스레 녹여내는 작업을 훌륭히 해냈습니다. 노고에 박수를 보냅니다!
특히 앤의 문학적인 수사로 가득한 다양한 상상과 묘사는 <빨강머리 앤>의 백미라고 할 수 있는데요. 이 부분을 문학툰 <빨강머리 앤>은 충실하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빨강머리 앤>을 저처럼 한번도 접해보지 않은 독자나, 기존에 소설로 읽어본 독자들도 재밌게 읽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문학툰 <빨강머리 앤>에서 그려내는 인물들은 만화라는 장르적 특성을 반영하여 상당히 매력적으로 그려내고 있는데요.
문학툰 <빨강머리 앤>의 인물소개를 보면서 와이프는 저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앤이 너무 예쁜거 아니야?
물론 <빨강머리 앤>의 원작에서는 마치 앤이 못생긴 것처럼 묘사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앤 스스로가 생각하는 모습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실제로 앤을 통해서 주변 사람들의 변화를 보면서, 앤은 누구보다 아름답고 매력적이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점에서 문학툰 <빨강머리 앤>에서 그려낸 앤은 충분히 예쁘며, 아름답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래도 기존에 방영한 애니메이션 <빨강머리 앤>의 이미지가 너무 강하게 자리잡아서 그럴수도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하지만 저는 문학툰 <빨강머리 앤>에서 무엇보다 매슈와 마릴라 커스버트 남매의 모습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기존의 애니메이션보다 문학툰 <빨강머리 앤>에서는 조금 더 늙게 묘사를 했는데,19세기말, 20세기초(1908년에 출간되었지만 작품 배경은 1890년대)를 감안한다면 이 만화에서 묘사한 매슈 커스버트와 마릴라 커스버트가 적절하지 않을까? 생각을 합니다.
그러면 문학툰 <빨강머리 앤>에서 소개하고 싶은 장면이 수없이 많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 5가지만 뽑아서 소개하고자 합니다.
문학툰 <빨강머리 앤>에서 인상 깊었던 장면 5가지를 소개합니다.
레이철 린드 부인의 변화
사실 <빨강머리 앤>은 마릴라와 매슈 남매에게 입양된 앤 셜리의 성장이야기이지만, 동시에 새로울 것 없는 캐나다 프린스에드워드섬의 시골 마을 에이번리에 찾아온 소녀로 인해 변화되는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앤 셜리로 인해서 에이번리 마을 사람들은 놀라운 기쁨을 경험하는데요. 대표적으로 레이철 린드 부인의 변화는 놀라울 정도입니다. <빨강머리 앤> 도입부에서 린드 부인은 마릴라에게 고아 입양에 대해 상당히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냅니다. 그러면서 어느 입양한 아이로 인해 죽음을 맞이한 가정의 끔찍한 사건을 언급합니다.
입양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부정적인 이야기를 꺼내는 린드 부인의 인성은 말 그대로 노답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그 정도로 앤에 대해서 부정적이었던 린드 부인은, 앤 앞에서도 앤에게 함부로 말합니다. 그때 앤은 참지 않고 린드 부인에게 팩폭을 시전하죠. 이로 인해 린드 부인의 감정이 매우 상하게 되는데요.
하지만 앤의 진심어린 사과로 결국 린드 부인은 마음의 문을 열게 되고, 위와 같이 앤을 매우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됩니다. 이러한 변화의 플롯은 <빨강머리 앤>에서 지속적으로 나타나는 전개인데요. 사실 마릴라도 남자아이가 아닌 여자아이 앤의 입양을 반대했다가 받아들였으니까요.
이후에는 다이애나 배리의 부모님이나 길버트 블라이스 등 다양한 등장인물들이 앤에 대해서 부정적인 감정을 지녔다가 긍정적인 감정으로 변화하게 되죠.
이는 단순히 앤을 바라보는 관점이 바뀌었다기보다는 그들의 인생에서 새로운 기쁨이 생겼다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마릴라와 매슈 역시 앤을 가족으로 받아들이면서, 전에는 겪어 보지 못했던 가족애를 새롭게 느끼니까요.
앤의 거짓 자백이후 오해가 풀린 마릴라 커스버트
마릴라 아주머니가 앤을 바라보는 시선이 긍정적으로 바뀌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마음 한 구석에서는 앤에 대한 의구심을 완전히 내려놓지는 못합니다.
그러한 감정의 앙금이 남아있음을 드러내는 사건이 바로 브로치 분실사건이었는데요. 앤의 해명을 완전히 믿지 못하는 마릴라 아주머니는 앤을 계속 추궁합니다. 결국 앤은 거짓으로 자백을 하였는데요.
알고 봤더니 앤이 브로치를 가지고 간 것이 아니었습니다. 사실이 밝혀지면서 마릴라 아주머니는 완전히 앤을 신뢰하게 되죠. 이렇게 앤이 완전히 가족으로 받아들여지기까지는 꽤 많은 일들을 지나쳐야만 했습니다.
포도주를 마시고 취한 다이애나 배리
다이애나 배리는 앤이 준비한 포도주를 마시고 취하는데요. 다이애나 배리의 취한 모습을 만화답게 매우 위트있고 귀엽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백합 아가씨 일레인 공주 역할을 하는 앤
앤이 배에 떠내려가는 장면은 <빨강머리 앤>에서도 매우 유명한 장면인데요. 이 장면 역시 만화의 특성을 한껏 살려 표현하고 있습니다.
존 블라이스와 마릴라 커스버트의 관계
끝으로 앤 셜리와 길버트 블라이스는 작품 내내 앙숙인데요. <빨강머리 앤> 작품 후반부에 앤 셜리와 길버트 블라이스의 관계는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서 어떻게 변화하는지 말씀드리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마릴라 아주머니가 앤에게 충격적인(?) 사실을 이야기해줍니다. 사실 존 블라이스(길버트의 아버지)와 마릴라 아주머니가 매우 가까운 사이였다는 것이죠.
사람들은 존을 내 남자친구라고 불렀어
마릴라 커스버트는 극중에서 미혼으로 나옵니다. 결혼을 하지 않았죠. 오빠 매슈 커스버트와 단 둘이 사는 것으로 등장합니다. 1890년대라는 시대적 배경을 고려한다면 미혼으로 사는 것은 흔한 일은 아니었을텐데요.
알고 봤더니 마릴라 아주머니는 길버트의 아버지와 결혼을 했었을 수도 있던 것이죠! 이런 복선이 <빨강머리 앤> 후반부에 등장을 합니다.
<빨강머리 앤>은 캐나다에서 먼저 출간이 되고 나서, 미국에서 출간했는데요. 이때부터 세계적으로 엄청난 인기를 끌어서 <에이번리의 앤>, <레드먼드의 앤> 등 10여 편의 속편을 발표했습니다.
이런 속편에서 과연 앤과 길버트는 어떤 관계로 발전해갈까요? 정말 궁금합니다.
실제로 루시 모드 몽고메리는 속편을 염두해서 그런지 몰라도 <빨강머리 앤>은 마치 열린 결말처럼 끝나는데요. 저도 그렇지만, 당시의 많은 독자들이 후속작을 간절히 원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한빛비즈의 문학툰으로 <빨강머리 앤>의 후속작뿐만 아니라 다양한 고전명작을 계속 만났으면 합니다.
8살 아들과 함께 <빨강머리 앤>, <레 미제라블>을 함께 읽고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문학툰은 무엇보다 소중한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상으로 문학툰 <빨강머리 앤> 리뷰를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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