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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편의점> 리뷰 (feat. 상처도, 위로도 모두 관계에서 비롯된다)

동사힐 2022. 5. 30.

<불편한 편의점>이 최근 40만부를 돌파했습니다.


<불편한 편의점>이 최근 40만부를 돌파했습니다. 2021년 4월 20일에 초판 1쇄를 발행했는데 약 1년여만에 40만부를 돌파한 것입니다. 그리하여 아래와 같은 벚꽃 에디션 기념 표지로 새롭게 리뉴얼하여 최근 출간을 했습니다. <불편한 편의점>은 수많은 독자들에게 힐링 소설이라고 불리면서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는데요. 그 인기의 비결에 대해서 하나씩 살펴보고자 합니다.

<불편한 편의점> 첫 표지와 40만부 돌파 기념 리뉴얼 표지

개인적으로 <불편한 편의점>의 표지는 리뉴얼 표지보다는 본래의 밤을 배경으로 하는 표지가 더 마음에 듭니다. 그 이유는 작품 내용과 더 긴밀한 연관을 맺고 있기 때문인데요. 예를 들어 <불편한 편의점>의 주인공 독고씨는 사실 낮이 아니라 야간근무(조금더 정확히 말하면 저녁늦게부터 아침까지)입니다. 따라서 리뉴얼 표지 속 독고씨가 일하는 시간은 너무 밝은 감이 없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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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름다운 벚꽃이 휘날리는 표지는 충분히 수많은 독자들의 눈길을 끌만하고 동시에 40만부가 넘어서 100만부까지 나아갈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보입니다. 그러면서 도대체 <불편한 편의점>은 어떤 소설이길래 이렇게 인기를 끄는지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불편한 편의점>에 대해서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불편한 편의점> 새로운 표지 벚꽃 에디션


<불편한 편의점>의 저자인 김호연씨는 2013년 '망원동 브라더스`로 세계문학상 우수상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이후 연적(2015년), 고스트라이터즈(2017), 파우스터(2019) 등 다수의 작품을 냈는데요.

망원동 브라더스는 세간의 주목과 함께 평단의 호평을 끌어냈지만 그 이후의 작품은 평범한 반응에 그쳤습니다. 그래도 김호연 작가는 2년의 주기로 꾸준히 작품을 출간하면서 지속적인 작품 활동을 해왔는데요. 이번에 <불편한 편의점>으로 큰 인기를 얻습니다.

<불편한 편의점>의 중심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역사 교사로서 교직에 있다가 퇴직한 후 편의점 사장이 된 염여사가 등장합니다. 그녀는 70대의 나이로 남편과는 일찍이 사별을 했습니다. 자녀로는 아들 하나 딸 하나가 있는데, 아들이 안타깝게도 많은 돈을 잃고 방황을 하고 있습니다.염여사는 청파동에서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는데요.

편의점의 이름은 Always입니다. 그 편의점에서 일하는 알바 시현과 오여사가 있습니다. 그리고 독고씨가 있습니다. 염여사의 잃어버린 지갑을 찾아준 매너가 있는 노숙자 독고씨는 사실 비밀을 갖고 있는 신비스러운 인물입니다.

노숙자이지만 알코올성 치매로 기억을 상실했습니다. 비록 노숙자이지만, 엄청난 기억력과 문제해결력, 인내력을 갖고 있는 독고씨. 그들이 일하는 편의점 Always를 중심으로 그 편의점을 찾는 이들의 다양한 사연이 옴니버스처럼 펼쳐지는 구성입니다.

마치 <심야식당>이 떠오르는 구조기도 한데요. <불편한 편의점>속에서도 이를 의식한듯 작가 김호연의 페르소나로 등장하는 정인경의 말을 빌리자면 <불편한 편의점>과 <심야식당>은 기본 플롯이 다릅니다. 바로 독고씨의 숨겨진 과거를 중점적으로 밝히는 것이 메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김호연 작가의 페르소나 정인경, <불편한 편의점>



독고씨의 자세한 사연이 나오기 전까지는 편의점이라는 지극히 현실적인 소재를 갖고 그려낸 어마어마한 판타지라는 느낌이 강합니다. 그러한 이유는 독고씨의 비밀이 밝혀지는 과정에서 더욱 두드러지는데요.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서 자세한 설명은 멈추겠습니다.

노숙자였던 독고씨가 한순간에 탈바꿈하고 야간 알바를 하면서 그 주변인들의 마음을 서서히 변화시키는 과정을 보는 건 독자의 마음도 따스해지는 기분 좋은 스토리입니다.

하지만 그렇고 그런 뻔한 감동 이야기처럼 느끼는 독자들도 있습니다. 특히 작품 후반부에 과거를 알 수없었던 독고씨가 서서히 기억을 되찾으며 야간 편의점 알바를 그만두기로 하고, 마지막 장에서 그가 화자로 등장하여 그의 과거를 풀어놓는다.

이 부분에서 작가는 코로나 시국이라는 현재의 모습을 충실하게 그려내면서 독고씨가 어떤 과정에서 노숙자가 되어 삶에서 자신의 기억을 지워버렸는지 서술하는데 결국 작품의 큰 주제인 '관계와 소통'을 다시금 끌어냅니다.

따뜻하고 안정적인 가정을 꿈꿨으나 결국 그런 가족과 불통하며 자신의 따뜻한 보금자리를 자기 손으로 파괴해버린 독고씨가 편의점 알바를 하면서 삶의 의욕을 되찾고 자신의 삶을 성찰하게 되면서 주변인들에게도 자신의 깨달음을 나누는 과정이었음이 마지막에 드러나고, 그가 삶에 다시 직면하는 모습은 감동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결국 불통 가득했던 독고씨가 노숙자가 되면서 결국 소통의 촉매제로 변하는 이야기로 인해 수많은 독자들에게 큰 공감을 주고, 40만부 이상 팔리는 인기를 누리게 된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불편한 편의점>의 키워드를 하나만 뽑으라고 하면 바로 소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가족 나아가 내 주변 사람과의 소통, 그리고 사회와의 소통말입니다. 결국 사람은 작은 곳에서부터 소통이 일어나고 있고 서로 얽혀있음을 <불편한 편의점>은 다양한 에피소드를 통해 말해줍니다.

그 작은 곳이 이 소설에서는 각각 편의점이고 가족입니다. 그리고 그 소통은 사람과 사람 간의 관계를 기반으로한 '대화'에서 출발합니다. 사람들은 저마다 사연이 있다. 그 사연 하나하나를 들여다보면 결국 타인과의 관계가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데요. 그런 관계를 더 나은 방향으로, 더 옳은 방향으로 하고자 함이 많아진다면, 더 나은 하루하루가 되고 행복한 삶이 되는 것은 아닐까? 싶습니다.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고, 벌써부터 소통과 불통 가운데 위험한 변주가 시작되고 있습니다. 코로나가 끝나고 마스크를 벗어가는 이 시점에 진정한 소통의 의미를 생각하게 만드는 <불편한 편의점>을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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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편의점>을 더욱 깊이 이해하게 만드는 세 가지 질문


우리는 편견과 싸워야 한다, <불편한 편의점>


저는 <불편한 편의점>을 통해서 다음의 질문을 던져보고 싶습니다.

  1. 독고씨의 정체는 책을 보는 동안 궁금증을 자아내는데요, 독고씨의 정체를 추리하며 읽으셨나요? 그렇다면 그의 정체는 뭐라고 생각하셨나요?
  2. 책 속 등장하는 인물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인물과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3. 책 제목이 '불편한 편의점'인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이 세 가지 질문을 스스로 던져보고 그에 대한 답을 찾아가면 더욱 의미있는 <불편한 편의점> 독서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더하여 편의점이라는 장소가 편리하라고 만든 곳인데, 불편함이 붙음으로써 아이러니(역설)가 완성이 됩니다. <불편한 편의점>은 기본적으로 아이러니 구조를 계속해서 보여주는데요.

소통의 촉매제 역할을 하는 독고씨가 사실은 가장 큰 불통이었다는 것. 그리고 JS 오브 JS가 약자 앞에서만 진상짓을 하고, 강자 앞에서는 아무 소리도 못하는 태도. 가장 멀게 만 느껴지던 오여사와 독고씨가 소통을 하지만, 반면에 가장 가까운 존재인 오여사와 아들의 불통으로 인한 갈등 관계까지.

<불편한 편의점> 속 아이러니를 통해서 삶과 인생의 진리를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불편한 편의점> 속 인상 깊었던 장면들


"할매. 할매 아까 뭐랬어? 이봐요 학생들? 우리가 어딜 봐서 학생이야? 씨발 꼰대들은 걸핏하면 젊은 사람 다 학생이래. 나 학교 안 다니거든. 나 할매 같은 선생 죽빵 날려 퇴학당했거든!"

어린 사람을 보면 우리는 무심코 학생이라는 말을 던집니다. 이것이 얼마나 편견이며, 상대방에게 상처 줄 수 있는지 알 수 있는 장면입니다.

대체 당신을 지탱 하는 힘은 무엇이냐고? 그녀가 말했다. 인생은 원래 문제 해결의 연속이니까요. 그리고 어차피 풀어야 할 문제라면, 그나마 괜찮은 문제를 고르려고 노력할 따름이고요.

인생은 문제해결의 연속이니, 괜찮은 문제를 고르고자 노력해야 한다는 말에 큰 위로를 받았습니다.

유튜브 영상을 보고 마음이 움직였죠. 그쪽 말투나 가르치는 방식이 모두 본인이 가진 능력을 과시하기보다는 배우는 사람을 적절하게 배려하고자 함이 느껴졌어요.

이 장면은 편의점 점원 시현이 스카웃 제의를 받는 장면인데요. 느릿느릿 단점으로 보였던 것이 장점으로 승화되는 장면입니다.

선숙은 말없이 독고 씨가 내려놓은 삼각김밥을 보았다. 아들은 예전부터 삼각김밥을 좋아했다. 선숙이 편의점 일을 시작하자 폐기 삼각김밥을 가져다 달라고 부탁할 정도로.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선숙은 삼각김밥을 챙기지 않았다. 아들이 방에 박혀 게임하며 그걸 먹는 꼴이 보기 싫었기 때문이다.

선숙과 아들의 다시 연결해주는 삼각김밥, 그리고 편지를 통해 우리는 가족 간의 소통을 다시금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쉬어요. 생전에 박경리선생님이 그랬대요. 여기 작가들 글 안 쓰고 어슬렁대는 것 같아도 그게 다 집필 행위니까 건드리지 말라고 정 작가도 비울 건 비우고 작품 생각하며 시간 보내요. 생각 없이 쓰면 타이핑이지 집필이 아니잖아요."
"말씀 고마워요. 저는 정식으로 글을 배운 적이 없어서 교수님 같은 분이 해주시는 말이 큰 도움이 되네요."
"교수 말고 샘 해요. 희수 샘이라 불러요. 그리고 산책 갈 때 혼자 가지 말고 종종 같이 다닙시다."

한때는 잘나가던 배우 정인경. 그녀는 나이가 들어 더이상 어린 배역을 못 맡게 됩니다. 결국 배우일은 그만두고, 작가의 길을 걷는데요. 운좋게 등단은 했지만, 그 이후 글이 써지지 않아서 숱한 방황을 합니다. 그때 희수샘이 인경에 큰 위로가 됩니다. 이 장면을 통해서 우리는 사람을 통해서 상처를 받지만, 동시에 사람을 통해서 위로를 받을 수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동시에 이 장면이 어쩌면 김호연 작가가 <불편한 편의점> 을 통해서 가장 하고 싶었던 말이 아닐까? 싶습니다. 주제의식이 가장 잘 드러나는 장면이라고 생각합니다.

"참깨라면 컵라면이랑……… 참치김밥이랑 참이슬 소주………… 그것만 드세요."
"그래서………… 참참참?"
"그쵸. 참참참."

정인경이 독고씨에게 찾아가 참참참을 확인하고, 글을 다시 시작하는 계기가 되는 장면입니다. 저는 이 장면에서 영화 비긴어게인(Begin Again)이 떠올랐습니다. 결국 다시 시작하는 힘은 관계를 통해서 얻습니다.

청파동은 사실 과거에 짝사랑했던 남자 사람 친구가 살던 동네였다. 그녀석을 따라 두어번 와봤던 동네이기도 해서 시현에게는 나름 추억이 있는 곳이었다. 와플하우스라는 곳에서 엄청 맛있는 딸기빙수를 먹으며 잠시 데이트 비슷한 것을 하기도 했는데………

청파동은 제가 살던 곳이기도 하고, 와플하우스 역시 제가 자주 가는 곳이기도 합니다. (최근에 갔다가 사람많아서 그냥 돌아오기도 했지만) 제가 <불편한 편의점>에 감정이입을 크게 할 수 있었던 이유도 바로 청파동을 배경으로 하기 때문입니다.

제가 청파동에 살면서 서울역 10번 출구에서 갈월동을 지나 청파동 집까지 수없이 많이 걸었던 그 길, 그 골목, 그 삼거리 하나하나가 이 책을 읽으면서 떠올랐습니다.

비록 지금은 결혼을 했고, 청파동에 더이상 살지는 않습니다. 청파동에 2014년까지 살았으니 벌써 이사온 지 8년이 넘었네요. 그래도 청파동은 저의 젊음이 가득한 곳이고, 이렇게 <불편한 편의점> 을 통해서 다시금 접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참고로 청파동을 배경으로 하는 문학 작품이 많은데요. 박준 시인의 청파동 연작 중 한 편을 끝으로 이 글을 마치겠습니다.

서울역, 청파동으로 배경으로 하는 <불편한 편의점>

 

박준, 용산가는 길 - 청파동 1


청파동에서 그대는 햇빛만 못하다 나는 매일 병(病)을 얻었지만 이마가 더럽혀질 만큼 깊지는 않았다 신열도 오래되면 적막이 되었다 빛은 적막으로 드나들고 바람도 먼지도 나도 그 길을 따라 걸어나왔다 청파동에서 한 마장 정도 가면 불에 타 죽은 친구가 살던 집이 나오고 선지를 잘하는 식당이 있고 어린 아가씨가 약을 지어준다는 약방도 하나 있다 그러면 나는 친구를 죽인 사람을 찾아가 패(悖)를 좀 부리다 오고 싶기도 하고 잔술을 마실까 하는 마음도 들고 어린 아가씨의 흰 손에 맥이나 한번 잡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지는 해를 따라서 돌던 중에는 그대가 나를 떠난 것이 아니라 그대도 나를 떠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아파서 그대가 아프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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