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포스연대기> 리뷰(feat. 진짜 그리스로마 신화 입문서)

그리스로마신화를 제대로 다룬 <올림포스연대기>가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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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포스연대기> 앞표지

이번에 한빛비즈에서 그리스로마신화를 다룬 <올림포스연대기>를 출간하였습니다. 그동안 그리스로마신화를 다룬 책은 국내에 상당히 많았습니다. 그런데 왜 또 그리스로마신화를 출간했는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게다가 이번에 나온 <올림포스연대기>는 만화입니다. 아동용으로 나온 만화 그리스로마신화도 많았기에, 기존의 출간물과 다른 점은 무엇일까? 부터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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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올림포스연대기>를 리더스클럽을 통해 받자마자 눈길이 가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바로 <올림포스연대기>의 김재훈 작가의 이력이었는데요. 바로 김재훈 작가는 제가 10대 후반에 티비에서 보았던 만화 <올림포스 가디언>의 미술감독이었습니다.

신화 열풍을 일으켰던 올림포스가디언

SBS에서 방영했던 올림포스 가디언은 GOD의 타이틀송으로도 유명했는데요. 그리스로마신화 만화의 주제가를 GOD가 불렀으니, 신을 신이 노래하는 것과 마찬가지였습니다. <올림포스 가디언>의 미술감독이 그린 만화 그리스로마 신화이기에 바로 읽어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가벼운 흥미로 읽기 시작한 만화인데, 읽어가면서 김재훈 작가의 독특하고 내밀한 관점이 담겨있는 내용을 보면서 왜 한빛비즈에서 <올림포스연대기>를 출간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올림포스연대기>를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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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포스연대기>는 그리스로마신화를 다루고 있는 만화입니다. 이 책 한권으로는 방대한 그리스로마신화를 모두 다루고 있지는 않습니다. 그리스로마신화의 서문격에 해당하는 크로노스부터 시작하여 12신의 탄생까지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책이 바로 <올림포스연대기>입니다. 

 

아마도 그리스로마신화를 기존에 접했던 독자들이라면 가장 먼저 영웅 헤라클레스의 이야기를 떠올리실텐데요. 사실 <올림포스연대기>에는 헤라클레스의 이야기는 수록되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올림포스연대기>는 그리스로마신화 속 12신이 모두 등장할 때까지만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기 때문입니다. 김재훈 작가는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신화의 본격적인 희비극은 이제부터야. 지금까지와는 비교가 안 되는 기막힌 이야기들이 전개돼. 왜냐고? 우리 신들보다 훨씬 기구한 존재, 인간들이 세상에 등장하거든. 우리가 인간사에 깊이 개입했던 시절에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올림포스연대기>266쪽

이처럼 <올림포스연대기>는 다음 편에서 이어질 본격적인 그리스로마신화를 기대하게 만들면서 끝을 냅니다. 저는 어릴적 수많은 별자리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리스로마신화를 처음 접했는데요. <올림포스연대기>를 통해서 제우스 이전에 이런 기가 막히는 이야기가 있다는 사실을 <올림포스연대기>를 읽으면서 제대로 알게 되었습니다. 

플루토늄의 기원

또한 <올림포스연대기>는 과거의 그리스로마신화에서 멈추지 않고 지금여기와 어떠한 연결성을 맺고 있는지 상호텍스트성을 다루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작가는 음침하고 위험한 핵물질 플루토늄의 이름이 플루토(하데스의 로마식 이름)에서 따왔다는 설명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또한 제우스와 헤라의 결혼식에서는 미항공우주국 나사(NASA)의 이야기를 곁들입니다. 제우스의 로마식 이름 유피테르는 영어로는 주피터라고 발음합니다. 태양계 행성 중 가장 큰 목성을 주피터라고 부르는데요. 2011년 미항공우주국 나사(NASA)에서 목성 탐사선을 발사합니다. 이때 나사에서 발사한 탐사선의 이름이 바로 주노인데요. 주노는 헤라의 또 다른 이름입니다. 이처럼 그리스로마신화가 인문학뿐만이 아니라 과학에까지 영향을 끼친 부분들을 흥미있게 다루고 있습니다. 

목성 탐사선 주노의 기원

<올림포스연대기>는 권위있고 신뢰할 만한 원전을 다루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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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훈 작가는 <올림포스연대기>를 집필하게 된 동기를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습니다.

정통한 학자들이 신화 속 이야기를 주제별로 친절하게 설명한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나 <장영란의 그리스 신화>같은 책을 읽고 더 은밀하고 다채롭게 변주되는 신화의 세계에 빠져들었습니다. <신통기>를 작성한 헤이오도스와 오비디우스, 아폴로도로스 같은 초기 기록자들의 원전을 대조해가면서 이야기의 조각들을 맞추다 보니, 전에 보았던 편집본과 문학 작품과 영화들이 각색해서 알려준 것과 다른 종류의 그리스 신화 여정을 만들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품게 되었습니다. 이 중에서 가장 두드러진 수작은 앤드루 달비의 <디오니소스>와 로베르토 칼라소의 <카드모스와 하르모니아의 결혼>이었습니다. 충실하게 원전의 심연으로 침잠해 들어가 그 안에 가득 찬 무의식의 진면목을 드러내 보인 걸작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올림포스연대기>275쪽

이처럼 김재훈 작가는 <올림포스연대기>를 집필하기 전에 권위있고 신뢰할 만한 원전을 읽고, 이 내용을 자신만의 관점으로 새롭게 표현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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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표현을 통해서 그리스 로마 신화를 매우 쉽고 재밌게 표현을 하면서도 동시에 매우 깊이 있고 꼼꼼하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기존의 그리스 로마 신화를 다룬 책에서 매우 간략하게 표현하는 그리스 로마 신들의 기원을 매우 상세하게 표현합니다. 따라서 말그대로 그리스 로마 신화 최고의 입문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올림포스연대기> 뒷표지

 

<올림포스연대기>는 그리스로마신화를 지금여기에 의미있도록 각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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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사실 그 자체로도 의미가 있을 수 있지만, 지금여기 현재와 어떠한 관계를 맺고 어떠한 관점으로 받아들이고 해석하느냐에 따라서 새로운 의미가 생성이 됩니다. 이것은 에드워드 핼릿 카의 <역사란 무엇인가>의 핵심질문이기도 한데요. 역사뿐만이 아니라 신화, 그것도 같은 문화권의 신화도 아닌 그리스로마신화가 과연 오늘의 대한민국을 사는 우리들에게 어떠한 의미가 있을까요?

 

<올림포스연대기>의 김재훈 작가는 이러한 고민을 꼼꼼하고 자세하게 풀어내고 있습니다. 김재훈 작가는 우선 낯설고 익숙하지 않아 어려운 내용을 독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쉽고 일상적인 언어와 이미지를 이용해서 표현합니다. 예를 들면 헤라가 제우스의 바람으로 인한 분노로 단성생식을 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이때 헤라는 임신에 성공하게 되는데요. 이 장면을 헤라가 두 줄이 그어진 임신테스트기를 드는 장면으로 아주 간단하고 명료하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단성생식하는 헤라

 

또한 미와 사랑의 여신 아프로디테를 마릴린먼로와 상당히 유사하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아름다움을 김재훈 작가는 관능미로 해석을 하고, 아래와 같이 표현을 하였는데요. 이러한 해석은 지금의 관점에서 당시의 아름다움을 가장 적확하게 그려낸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관능미 아프로디테

김재훈 작가는 작가의 말을 통해 다음과 같이 자신의 생각을 밝혔습니다.

그리스 신화가 철학과 인문 분야에 끼치는 영향력은 대단합니다. 프로이트는 무의식 연구의 단초로 오이디푸스 신화를 활용했으며, 철학자 니체는 디오니소스를 소환합니다. 그런가 하면 경험 관찰을 중시하는 연구에서 신화적 요소는 전혀 염두에 두지 않을 것 같은 과학자들도 때론 새로 발견한 원소에 신화에서 따온 이름을 붙입니다. 이렇듯 우리가 문학, 예술, 역사, 철학을 막론하고 세계 문화를 향한 창을 열고 있는 한 그리스 신화의 감성에 젖은 습한 공기를 피할 방도는 없습니다. -<올림포스연대기>274쪽

김재훈 작가의 말처럼 우리와 아무런 상관이 없어보이는 그리스로마신화가 사실은 우리의 삶 기저에 상당히 큰 영향을 끼치고 있음을 이 책을 통해서 자연스럽게 알 수 있습니다. 동시에 그리스로마신화를 지금여기의 관점으로 해석할 수 있도록 돕는 책이 바로 <올림포스연대기>입니다. 

<올림포스연대기>는 크로노스로 시작해서 아테나의 탄생을 끝으로 이야기를 맺습니다. 그래서 일반 독자들이 흔히 그리스로마신화하면 떠올리는 제우스를 비롯한 12신의 주된 활약상은 다루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김재훈 작가가 앞으로 본격적으로 그려낼 그리스로마신화가 기대됩니다. 김재훈 작가 역시 본문에서 할 이야기가 많으면 앞으로 이야기할 기회가 있지 않겠냐?면서 후속작품에 대한 여지를 남기고 있습니다. 

김재훈 작가의 그리스로마신화를 만화로 그려낼 작업은 이제 첫발을 내딛은 것입니다. 앞으로 이어질 김재훈 작가의 후속작을 기대하면서 오늘 <올림포스연대기> 리뷰를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