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한빛비즈 '대통령의 숙제' 리뷰(feat. 경제가 흐르는 물이라면 민주주의는 물을 담는 그릇이다)

동사힐 2022. 4. 14.

한빛비즈의 신간, <대통령의 숙제>가 출간되었습니다.

지난 3월 28일 한빛비즈에서 신간 <대통령의 숙제>를 출간했습니다. 3월 9일이 제20대 대통령 선거일이었음을 감안하면 적절한 시기를 맞춰서 출간한 책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이 책은 사회경제학자인 한지원 작가가 쓴 책으로, 저도 이번 <대통령의 숙제>를 읽으면서 처음 알게 된 작가였습니다.

한지원, 대통령의 숙제


한지원 작가는 약간은 특이한 이력을 가지고 있는데요, 바로 서울대학교 전기공학부를 졸업하고 15년간 사회단체에서 일했습니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사회경제학자로서 다수의 보고서와 칼럼을 게재하였고, <자본주의는 왜 멈추는가>와 <노동, 운동, 매래, 전략>을 집필하였습니다.

한지원 작가는 <대통령의 숙제>에서 지난 5년간 문재인 정부의 문제점을 냉철하게 비판하고, 동시에 조선 말부터 지금까지 대한민국이 놓쳤던 골든타임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내용을 반면교사 삼아서 이번에 새로이 출범하는 20대 대통령으로 당선된 윤석열 정부에 바라는 것들을 구체적으로 적고 있습니다. 특히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그동안 대한민국의 대통령제에서 생겨났던 다양한 문제점과 그 원인을 매우 이성적으로 분석하고, 그 문제점의 원인 분석을 바탕으로 새로운 대통령은 무엇을 하기 보다는 무엇을 하지 말아야할 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입니다.

대개 새로운 정부가 시작할 때는 새로운 대통령에게 바란다는 거창한 제목으로 새로운 대통령이 해야 할 것들을 장황하게 나열하고는 하는데요. 한지원 작가의 <대통령의 숙제>는 무엇을 하라고 나열하기 보다는 무엇을 하지 말라고 나열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서 수많은 대통령들이 퇴임 후 감옥에 가야만 했던 비극적인 역사를 다시는 반복하지 않고, 동시에 대한민국이 조금 더 올바른 길로 나아갈 수 있는 제언을 하고 있습니다.

<대통령의 숙제>에 대해서 조금 더 설명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한국 대통령들은 5년간 롤러코스터를 탄다. 당선만 되면 국민적 기대를 한몸에 받으며 제왕이라 불릴 만큼 대단한 힘을 가지지만, 임기 중반을 지나면 레임덕에 빠져 정책을 집행하는 것조차 버거워한다. 심지어 퇴임 후에는 권력 남용과 가족 측근 비리로 역사에 오명을 남기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대통령은 취임 전에 국민에게 한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국민은 그런 대통령에게 반복해서 실망한다. -<대통령의 숙제> 5쪽

저자 한지원은 <대통령의 숙제> 서두에서 매우 날카로운 비판을 날립니다. 이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내용입니다. 물론 자신이 지지하는 대통령의 경우에는 아니라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민주주의는 투표장에서 붕괴한다 -대통령의 숙제


당장 저만 해도 문재인 정부는 레임덕이라고 불리기에는 역대 다른 대통령의 임기 말 지지율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높은 지지율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문재인 대통령은 권력 남용은 커녕 너무 권력을 사용하지 않아서 많은 지지자들이 실망을 하기도 했습니다. 게다가 문재인 대통령의 가족 측근 비리 역시 지금까지 드러난 바는 없습니다.

따라서 문재인 정부에 이 비판을 온전히 받아들이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습니다만, <대통령의 숙제>의 저자 한지원은 대통령제의 폐해를 설명하고자 합니다. 이는 저자가 결국 개인의 문제가 아닌 시스템의 문제로 끌고가고자 하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수많은 대통령의 잘못은 대통령 개인의 잘못이 아닌 대통령제의 문제라고 한지원 저자는 <대통령의 숙제>에서 말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저자는 단순히 대통령제의 문제를 언급하는 것이 아니라 대통령제로 대표되는 대한민국 민주주의와 자본주의의 상관관계를 함께 언급합니다. 이 부분 역시 상당히 예리한 분석이고, 저 역시 매우 동감을 했습니다.

경제가 흐르는 물이라면 민주주의는 물을 담는 그릇이다. '경제'는 주어진 조건에서 생산을 최대화할 때 성장한다. '민주주의'는 공정한 제도를 만듦으로써 국민과 자원이라는 주어진 조건을 최대한 끌어낸다. 민주주의가 얼마나 효과적으로 작동하는지에 따라 비슷한 이구와 자연조건을 가진 나라 사이에서도 경제적 성과가 크게 달라진다. -<대통령의 숙제> 8쪽

결국 <대통령의 숙제>에서 저자는 경제가 성장하기 위해서 민주주의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말하고 있습니다. 특히 대한민국뿐만이 아니라 일본과 이탈리아의 예를 들면서 두 나라가 3만 달러 GDP를 달성하고 다시 침체하게 된 이유를 민주주의가 성숙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분석을 합니다.

따라서 대한민국 역시 GDP 3만 달러를 달성하고 그 이상으로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지금의 대통령제로는 어렵다고 말합니다. 더욱 성숙한 민주주의의 발전만이 경제의 발전으로 이어진다고 주장합니다.

제와적 대통령제는 궁극적으로 의원내각제로 전환되어야 한다. 실증적으로도 의원내각제가 선진국 정부와 경제에 유리하고, 원리적으로 봐도 미국과 같은 특수한 경우가 아니라면 입법부 주도의 정부를 구성하는 게 현대 민주주의의 본류에 가깝다. 다만 이는 한국의 현실에서 당장은 쉽지 않다. 입법부 역량이 크게 향상되어야 의원내각제가 적절한 효과를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숙제> 210쪽

저자는 역사적인 분석과 더불어 다른 나라의 사례를 근거로 들어서 결국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의원내각제로 전환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물론 저는 이 부분에 대해서 온전히 동의하기 어려웠습니다. 단적인 예로 당장 일본만 하더라도 의원내각제임에도 불구하고 정치와 경제에 있어서 여러가지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새 정부의 숙제는 문재인 정부 평가에 그 답이 있다 -대통령의 숙제



다만, 이 책의 저자 한지원은 상당히 일본에 호의적인 시각을 지니고 있습니다. 저자는 북한은 국제 사회의 규칙을 어기는 불법 국가라고 정의하며, 일본은 여러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국제 사회의 규칙을 준수하는 준법 국가라는 인식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도 저는 동의하지 않지만, 저자의 개인적인 견해이므로 충분히 비판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자의 관점과 견해에 모두 동의할 수는 없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의 숙제>가 유의미했던 점은 바로 문제의 원인을 남탓이 아닌 자신에게서 찾는 부분이었습니다. 최대한 감정적인 요소를 자제하고, 문제의 원인을 골든타임을 놓친 대한민국 그 자체에서 찾는 것입니다. 그 예 중의 하나를 바로 구한말 일본에 의해 조선이 식민지배를 당했던 이유를 일본 탓으로 돌리지 않고 철저하게 골든타임을 놓쳤던 조선의 지배층에게서 찾고 있습니다.

광복 이후 남북한의 분단 과정 역시 미국이나 소련의 강대국 탓으로 돌리는 것이 아니라 당시 찬탁과 반탁으로 갈라져 잘못된 의사결정을 내린 남북한의 지도자에게서 문제의 원인을 찾고 있습니다.

물론 이 분석이 온전히 옳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원인 분석이 유의미한 지점은 이러한 반성적 성찰을 바탕으로 반면교사를 삼아서 다음에 더 나은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쉽게말해서 백날 남탓을 해봐야 그러한 인식 가운데에서는 어떠한 발전이나 성장도 기대할 수 없습니다. 남탓을 하게 되는 경우 정서적으로 위안을 삼을 수 있을진 몰라도, 그러한 남탓 가운데 내가 변화하고 성장할 수 있는 요소는 없기 마련입니다.

민주주의는 경제를 담는 그릇이다 -대통령의 숙제



쉽게 말해서 구한말 일본이라는 제국주의 국가가 한반도 근처에 없었다고 하더라도, 잘못된 의사결정을 내린 조선에는 또다른 제국주의 국가가 반드시 침탈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항상 문제의 원인을 분석할 때는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외부 요소는 배제하고, 최대한 객관적으로 잘못된 의사결정을 내린 나 자신의 문제에 집중할 때 개선과 발전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점에서 가슴 아프지만, 작가 한지원의 <대통령의 숙제>는 2022년 대통령제라는 민주주의를 채택하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한번쯤은 비판적으로 읽어보아야 할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통령의 숙제>에서 인상 깊었던 구절은 다음과 같습니다.

'통치받는 국민'을 수탈하는 '통치하는 국민'을 폭민이라 부른다. 즉 국민이 양극화된 진역으로 나뉘어, 50.1%로 승리한 국민을 위해 49.9%로 패배한 국민을 정치적, 경제적으로 핍박하는 정부가 폭민정이다. -<대통령의 숙제> 10쪽

이번 제20대 대통령 선거의 결과 윤석열과 이재명은 1%도 차이나지 않는 48.56%와 47.83%의 박빙으로 결과가 나왔습니다. 저자 한지원은 마치 이러한 결과를 예상했다는 듯이 폭민정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부디 한지원 작가의 생각과는 다르게 제20대 대통령 윤석열 당선인은 폭민정으로 나아가지 않길 간절히 바랍니다.

민주주의와 관련한 제도들은 경로 의존성이 특히 강하다. 여론이 민주주의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대중의 선호는 이전 제도와 관습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익숙한 제도가 웬만하면 그대로 이어진다. 한국의 대통령제 또한 경로 의존성을 빼고 설명할 수 없다. -<대통령의 숙제> 50쪽

<대통령의 숙제>에서 상당히 동의하는 부분이 바로 경로 의존성에 관한 설명과 민주주의에서 여론의 중요성입니다. 특히 인간의 보수적인 습성과 인간의 습관이 의사결정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때 민주주의라는 제도는 경로 의존성이 강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무엇보다 여론이 민주주의에서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김영삼, 김대중은 이승만 버전의 문민 대통령이었을 뿐이다. -대통령의 숙제



<대통령의 숙제>에서도 여론의 중요성을 상당히 강조합니다. 그런데 저자는 안타깝게도 여론의 중요성을 이야기하지만, 대한민국에서 거대 자본에 휘둘려, 본래의 기능을 잃어버린 언론의 역할에 대해서는 다루고 있지 않습니다. 분명 저자는 대통령과 재벌의 정경유착을 지대교환의 개념으로 설명하면서 설득력 있게 대통령제의 문제점을 분석합니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재벌은 대통령뿐만 아니라 입법부와 사법부도 얼마든지 돈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으며, 언론 역시 가능합니다. 그런데 <대통령의 숙제>에서 저자는 오로지 대통령제의 문제에만 초점을 맞추어서 논리를 펼쳐나가다보니, 아쉽게도 언론의 역할 등과 같은 문제점에 대해서는 전혀 다루고 있지 않습니다.

남북한의 분단에서 친일파 역할은 중요한 변수가 아니었다. -대통령의 숙제



분명한 점은 대한민국의 대통령은 상당히 강력한 권한을 갖고 있는 제도인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엄연히 대한민국은 3권 분립으로 입법부와 사법부, 행정부가 분리되어 있으며, 대통령은 행정부의 수장일뿐 입법부와 사법부의 기능은 할 수가 없습니다. 따라서 대한민국의 모든 문제가 대통령제에서 비롯되었다는 논거는 분명 설득력이 약할 수 밖에는 없습니다. 그럼에도 저자는 다음과 같이 주장합니다.

한국 민주주의의 결함은 국민의 의사 표현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대통령 권력이 구조적으로 과도하다는 점이었다. -<대통령의 숙제> 42쪽

결국 대한민국의 강한 대통령은 결정할 수 있는 정책의 범위가 상당히 넓습니다. 행정부의 수장으로서 기업에 줄 수 있는 혜택이 엄청납니다. <대통령의 숙제>에서 저자 한지원은 "기업은 대통령 한 명만 포획하면 정경유착 비용을 아낄 수 있다"고 말합니다. 이는 이승만 정부에서부터 박근혜 정부까지 지속되어온 문제고, 결국 박근혜 정부는 이 문제로 인해 탄핵까지 이루어집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도 저자의 생각에 상당히 공감했습니다. 그런데 다음의 부분은 동의할 수 없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권력은 시장에 넘어갔다"라는 말로 재벌개혁을 사실상 포기했다. -<대통령의 숙제> 73쪽

<대통령의 숙제> 저자 한지원은 노무현 대통령이 재벌개혁을 포기했다고 단정지었습니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이 말했던 "권력은 시장에 넘어갔다"라는 말은 재벌개혁을 포기했다는 뜻이라고 저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놓치면 안되는 개혁의 시간 -대통령의 숙제



오히려 3권 분립으로 나누어진 대한민국의 구조에서 행정부의 수장인 대통령으로서, 대통령만의 힘으로는 재벌개혁을 하기 어렵다는 뜻으로 저는 이해하고 있습니다. 대통령뿐만이 아니라 입법부와 사법부, 그리고 언론을 비롯한 시민의 힘이 온전히 모여야 지난 50여년간 공고하게 유지되어온 경제 권력인 재벌을 개혁할 수 있음을 노무현 대통령은 말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로 이행하지 못한 것은 이런 엘리트의 지대 동맹을 이완하고 해체하는 방법을 찾지 못한 탓이다. 정치의 가장 중요한 제도는 입법과 행정에 관한 것이다. 경제의 가장 중요한 제도는 기업 조직과 시장 경쟁에 관한 것이다. 전자에 속하는 대통령제와 후자에 속하는 재벌이 한국에서는 개혁의 핵심이다. -<대통령의 숙제> 85쪽

이와 같이 저자는 대통령제와 재벌이 대한민국 개혁의 핵심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자는 대통령제를 의원내각제로 전환하면 자연스레 재벌 개혁도 이루어진다고 보는 것일까요? 재벌 개혁의 중요성을 이야기해놓고, 이를 해결할 방법은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습니다. 제가 책을 잘못 이해한 것일지도 모르나 의원내각제로 전환만 이루어지면 재벌도 개혁된다고 저자는 믿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저는 이 지점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말처럼 "권력은 시장에 넘어갔"고 민주주의는 이미 자본주의에 종속되었습니다. 재벌과 경제 구조에 관한 개혁이 집중적으로 이루어지지 않고서는, 단순히 의원내각제로 바꾼다고 대한민국의 고질적인 문제가 온전히 해결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조선의 경우 1876년 강화도조약으로 개항한 후에, 개혁파의 쿠데타 실패(갑신정변), 군사적 근대화의 부진(임오군란), 동학농민전쟁과 청일전쟁의 혼란, 갑오개혁 실패가 이어졌다. 군사적, 정치적 서구화에 모두 실패한 것이다. 냉정하게 말해 제국주의 세계정세에서 동사이에 주어진 근대화의 시간은 1840년 아편전쟁부터 1904년 러일전쟁까지였다고 보아야 한다. 조선은 식민지로 가지 않을 수 있었던 이 시간을 놓쳤다. -<대통령의 숙제> 133쪽

저자 한지원은 우리의 역사를 상당히 객관적으로 보고자 노력합니다. 저자의 역사적 인식을 볼 수 있는 부분이 바로 위와 같은 서술입니다. 앞에서 서술했듯이, 문제의 원인을 남탓만 해서는 결코 문제를 온전히 해결할 수는 없습니다.


물론 1840년부터 1904년까지 조선이 근대화의 골든타임을 놓친 것은 다양한 이유가 있을 수 있겠지만, 단순히 일본 제국주의 탓으로만 돌리기만 해서는 미래에 다가올 역사의 결정적인 순간에 어떠한 도움이 될지 잘 모르겠습니다. 역사는 반복됩니다. 이러한 끔찍한 역사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 우리는 지난 100년 간의 역사를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는 점에서 저도 저자의 생각에 일정 부분 동의합니다.

분단된 한반도에서 통일 전쟁을 방지하기 위해 민족적 행동에 나설 수 있었던 시간은 해방 직후부터 중국 혁명 전까지 4년뿐이었다. 정세를 읽지 못하고 때를 놓치면 국민이 큰 곤욕을 치른다. 지금 한국이 이전에는 놓쳤었던 역사의 분기점에 다시 서 있는 것 같다. -<대통령의 숙제> 189쪽

<대통령의 숙제>에서 가장 와닿았던 말입니다. 2022년 4월을 살아가는 지금, 우리는 역사의 중요한 분수령이자 골든타임이라는 점에 상당히 동의합니다. 이 점을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도 충분히 인지하기를 바라며, 눈 떠보니 선진국이 된 것처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도 주어진 골든타임을 실기하지 않고 대한민국을 더욱 위대한 선진국으로 이끌어 가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끝으로 <대통령의 숙제>의 저자 한지원은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모든 것을 하려는 대통령보다, 제왕적 권력을 내려놓는 대통령이 한국 정부의 발전에 장기적으로 도움이 될 것이다. -<대통령의 숙제> 230쪽

저도 이 부분만큼은 저자의 말에 매우 공감했습니다. 제20대 대통령 윤석열 당선인도 부디 이 말을 귀담아 듣고, 무언가를 하기 보다는 무언가를 하지 않음으로써 문제를 해결하고 존경받으며 퇴임하는 대통령이 되기를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나와는 다른 생각을 듣는다는 것은 고귀한 일입니다.

문재인 정부의 대일본 외교는 앨리슨이 우려한, 타락한 민주주의가 초래한 잘못된 외교를 전형적으로 보여준 사례였다. -<대통령의 숙제> 161쪽

다른 부분은 저자와 나의 생각이 달라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타협의 지점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대일본 외교를 타락한 민주주의가 초래한 잘못된 외교로 단정짓는 저자의 생각에는 결코 동의할 수 없었습니다.

물론 저자는 일본에 상당히 우호적인 관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국제 정세의 규칙을 지키는 준수한 준법 국가로서 일본을 바라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저는 일본이 과연 준법 국가인가?라는 점에 의문을 던질 수 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문재인 정부의 대일본 외교는 일본 정부의 선제 공격에 따른 방어적 측면이 강했습니다. 왜 문재인 정부가 대일본 외교를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었는지, 그 원인에 대한 분석은 전혀 없이 단순히 민주주의의 타락으로 잘못한 것이라는 인식은 너무나 단선적이며 친일, 극우적인 프레임과 유사한 인식이라고 밖에는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일본이 대한민국의 경제에 치명상을 입히기 위해서 전략 수출 품목인 소재, 부품, 장비 등을 대한민국에 수출하지 않기로 결정하기 시작하면서 한국과 일본의 외교 전쟁이 시작되었습니다. 결코 문재인 정부가 여론에 휘둘려서 대일본 외교 정책을 수립하거나, 민족주의적 관점에서 북한과의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서 일본과의 외교를 끊은 것이 아닙니다. 그러나 <대통령의 숙제>에서 저자는 마치 문재인 정부가 대중의 민족주의 감정이나 분노를 정치적 기반으로 삼았기에 이러한 잘못된 외교를 한 것 마냥 서술하고 있습니다.

얼마든지 한지원 작가가 냉철하고 객관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문제의 원인을 우리 탓으로 찾는 것은 이해할 수 있으나, 이처럼 본말을 호도하는 식으로 무조건적인 우리 탓으로만 보는 역사관 역시 잘못되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자는 지속적으로 자신의 역사관을 과학적 역사관이라 주장하며, 자신의 관점과는 다른 역사관을 모두 감정적이고 비이성적이라고 치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지원 작가의 이런 관점은 사실 극우 일본의 역사관과 한끗차이일뿐 크게 다른 점이 없어 보입니다. 한지원 작가는 이 점에 대해서 한 번 충분히 생각했으면 합니다.

저는 <대통령의 숙제>를 통해서 저자와 저의 생각이 다른 지점이 많았기에 읽는 내내 불편했습니다. 그러나 나와는 다른 생각을 듣는다는 것은 매우 고귀한 일임을 알고 있기에, 나와 다른 생각을 지닌 한지원 작가의 생각을 꼼꼼하게 읽었습니다.

물론 이 블로그 글은 <대통령의 숙제>에 대한 반론이 아닌 리뷰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반박을 위한 근거를 쓰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동의하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 저의 개인적인 생각을 간단하게 적었을 뿐입니다. 최근 한지원 작가가 CBS 라디오에 출연했던 유튜브 영상을 보았습니다. 그 영상에서 어떤 분이 한지원 작가를 보고 극우 친일파라고 낙인찍는 댓글을 보았습니다. 저는 그 댓글에 온전히 동의하지는 않습니다만, 왜 그 영상을 본 시청자가 댓글에 극우 친일파라고 썼는지 그 이유에 대해서는 작가가 한 번 생각을 해봤으면 합니다.

제가 그렇듯이, 한지원 작가도 자신과는 다른 생각을 듣는다는 것은 매우 고귀한 일이니까 말이죠. 한지원 작가가 한 번쯤은 꼭 읽었으면 하는 책이 있습니다. 바로 같은 출판사에서 출간한 <눈 떠보니 선진국>입니다. 저는 한지원 작가가 꼭 이 책을 읽어보았으면 합니다. 그러면 분명 한지원 작가의 과학적 역사관도 더욱 풍성히 발전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 글은 한빛비즈의 리더스클럽 7기 활동의 일환으로 작성한 리뷰 글입니다. 원고료나 광고료는 일절 제공받지 않았으며, 해당 도서만을 제공받았습니다. 다만, 최대한 객관적이고 비판적으로 이 책을 리뷰하였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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