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만티크 코미디로 조선의 백성을 위로하라 Part3
-조선 최고의 로∙코 작가 김유정의 삶과 작품
안녕하세요~ 동사힐입니다. 😊
지난 시간에 이어서 조선 최고의 로맨틱 코미디 작가인 김유정의 이야기 Part3를 마지막으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1. 열길 물 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 속은 몰라
김유정은 ‘봄∙봄’의 주인공 ‘나’라는 인물을 무시하고 있지는 않다는 점은 확실해요. 왜냐하면, 그의 사연을 이야기 해주잖아요.
일단, 작가는 어리숙한 ‘나’를 통해 웃음을 유발합니다. 해학이라는 것, 한 사람의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통해 웃음을 유발하는 것이기 때문에 작가는 ‘나’를 존경하거나 숭고한 존재로 보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 있어요. 이 사람을 본받고 정말 따라야 마땅해, 라고 말하진 않죠. 좋아하고 사랑하는 건 아니에요. 하지만 무시하지 않는 건 확실해요.
‘나’라는 사람은 자신이 처해 있는 상황에서 나름대로 고민하고 해결책을 찾기 위해서 노력해요. 그런데 그런 모습이 바보같죠. 3년하고 7개월이 지나서야 자신이 맺은 계약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닫거나, 점순이가 무거운 것을 들어서 키가 자라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대신 들어주는 행동들 말이죠. 아니면 뻔히 드러나는 꾀병을 부리거나 장인의 급소를 움켜 잡는 행동, 이런 행동들은 모두 ‘나’의 입장에서는 해결책이라고 생각하고 하는 행동들이지만, 실상은 문제를 해결하는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해요.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기만 하죠. 하지만 작가는, 그런 나의 모습을 “아, 진짜 멍청하다.”하지는 않아요.
소설이 하는 몇 가지 일 들 중의 하나는 인물에게 얽힌 사연을 소개해주는 거예요. 사연을 소개해서, 독자가 그를 이해하게 만들어요. 누군가를 평가할 때 “ 사람 정말 바보같아.”라고 말할 수 있잖아요. “무식해.”, “어리석어.” 하지만 인간은 그렇게 단순하게 평가될 수 없는 존재거든요. 각자의 사연이 있으니까. 그런 점을 알려주기 위해서 소설가는 공들여 인물의 사연을 작품에 담습니다.
세상에서 소외되고 억울한 사람들에게 눈길을 주는 것이 소설이에요. 단편적으로 봤을 때 피하고 싶은 사람, 나와 전혀 다른 존재라고 여겨지는 사람들이 있잖아요. 하지만 그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나와 별반 다르지 않아요. 나와 비슷한 존재라는 걸 깨닫게 되거든요. 사연을 알게 되면 그를 향한 감정, 즉 공감을 하게 돼요. 존재로 인식하는 거죠.
이게 왜 중요하냐면, 나와 다른 사람을 이해하게 하고 이 사람을 둘러싼 문제를 같이 해결하는 구조를 만드는 일이 대부분의 좋은 소설들이 갖는 목표거든요.
그래서 독자가 등장인물을 무시하거나 혐오하게 만드는 소설은 좋은 작품이 아니에요. 그러면 안돼요.
문제적 인물을 보여주며, 그 사람도 일종의 피해자라는 걸 알려주고 “이런 피해자를 더 만들면 안되잖아.”찍하게 싫은 존재의 끔찍하게 싫은 면만을 보여주는 건 좋은 소설이 아니라고 볼 수 있어요. 아, 좋고 나쁨의 문제를 떠나, 문학이 아니에요.
사람은 흑과 백 이중법으로 나눌 수 없어요. 사람은 누구보다도 다면적이고 입체적이고 복잡하니까요. 사람만큼 애매하고 모호한 존재는 없으니까요.
2. 혼자서는 빨리 가지만, 함께라면 멀리 간다.
당신이 이 글을 읽고 ‘봄∙봄’의 ‘나’를 바라보는 시각이 좀더 깊고 다양해졌으면 좋겠어요
저는 이 글을 통해서 ‘나’라는 인물의 억울함과 어리석음에 대해서 살펴보았어요.
한 존재를 이해하게 만드는 것이 소설의 역할이에요.
‘봄∙봄’을 처음 읽었을 때, "와, 복잡해서 무슨 말인지는 모르겠는데, 결말 보니까 ‘나’는 멍청하네. 별로네." 싶었다면🤣. 지금은 여러분이 나의 상황과 심정을 조금이라도 이해하고 공감했으면 해요.
물론 억울한 심정을 이해했다고 해서 "그래, 이런 사연이 있었으니 이 사람 인정해주자."는 아니에요. 기껏 장인하고 싸우고, 상황은 바뀐 것이 없는데 "빙장님! 인제 다시는 안 그러겠어유." 하고 일터로 가요. 이게 뭐예요.
소설의 첫부분과 끝부분에서 달라진 것이 하나도 없잖아요. 분명 ‘나’는 앞으로도 이런 억울한 상황을 계속 맞이할거에요. 그러면 독자인 우리는 함께 생각해야 해요.
‘나’ 혼자만의 힘으로는 도저히 이 상황을 해결할 수 없어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 부조리한 착취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과연 있을까요?
안타깝게도 김유정은 29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치질과 폐결핵으로 세상을 떠나요. 그러나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약 2년이라는 시간 동안 세상을 더 나아지게 만드는 방법을 치열하게 고민한 사람이에요.
그래서 김유정의 소설 중간중간에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처한 힘없고 약한 사람들이 나와요. 그들은 같이 울어주고 서로를 위로해주고 하거든요. 김유정은 전 생애에 걸쳐, 거의 30여년 동안 치열하게 고민해 온 ‘사회를 더 낫게 만드는 법’의 답은 연대였던 거예요. 삶의 조건이 갑자기 바뀔 순 없잖아요. 그건 현실적이지 않잖아요. 그런 조건 속에서 상황을 조금이라도 낫게 하려면 ‘잘나지 않은 사람, 약한 사람들끼리 서로 돕고 지내는 연대’가 필요하다, 가 김유정의 결론이에요.
‘봄∙봄’에서처럼 혼자서는 아무리 노력해도 결국 그 상황을 해결할 수 없다는 거죠. 힘없는 사람은 계속해서 당할 수 밖에 없는거에요. 당하고 또 당하고, 또 당하는거죠. ‘권선징악’ 착한 사람은 승리하고, 악한 사람은 벌을 받아야 하는데, 이제 그런 삶은 현실에 없는거죠. 착하기만하고 어리석은 힘없는 사람은 계속 당하기만 하는거죠.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맞아요. 혼자가 아니라는 것. 함께 해야만 한다는 것.
그게 답인거에요.
김유정도 연대가 답이라는 것을 알고서, 소설을 통해 그 답을 간접적으로 우리에게 알려주는 것이에요.
3. 그래도 우리 함께니까
여전히 코로나19는 지속되고 있어요.
세월호 참사의 원인은 아직도 밝혀지지 않았구요.
518 광주는 여전히 아픔을 치유하지 못하고 있어요.
이처럼 정말 참혹하고 거대한 슬픔뿐만 아니라 하더라도, 그저 소소하게 작은 일에 치이고 시도하는 일이 좌절해서 힘이 빠질 때에도 곁에 있는 사람들과 같이 연대를 하면 도움이 될 거라고. 그런 말을 한-참 오래된 과거에서부터 꾸준히 해온 사람들이 있었고, 그 숫자가 아주 많다는 것은 정말 큰 힘이 되면서 동시에 위로가 됩니다.
나도 힘들면 곁에 있는 사람들을 바라봐야겠다, 누군가 힘들어하면 어깨를 내어주어야겠다, 란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죠.
중요한 건 실현 가능성이 아니에요. 꾸준히 상상을 해오고 꾸준히 제안을 하는 사람이 있으니까 천천히라도 세상이 바뀌어 가고 있는거니까요.
점진적이긴 하지만 세상은 지속적으로 나아지고 있고, 그런 상상을 하는 사람, 예리한 시대의식을 가진 김유정 작가같은 사람들 덕분에 세계는 분명히 좋아지고 있다는 생각을 해보면. 앞으로의 미래를 더 기대하게 되는 거죠.
그리고 이러한 아이러니한 인생의 단면 속에서도 결국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공감과 연대뿐이라는 것을 이 글을 읽는 청년들 모두가 다함께 생각해보면 좋겠습니다.
어떠셨나요?
그러면 다음에도 더욱 좋은 글로 돌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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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으로 동사힐이었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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