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

서러운 서른살 그리고 성탄제

동사힐 2013. 4. 24.
학교다닐때는 몰랐다.
이제 서른살이 되고 보니
이 시가 내 마음을 파고든다.
서러운 서른살

내가 서러운 서른살이다.

<성탄제 -김종길>

어두운 방 안엔                
바알간 숯불이 피고,                 

외로이 늙으신 할머니가                 
애처러히 잦아지는 어린 목숨을 지키고 계시었다.

이윽고 눈 속을                
아버지가 약을 가지고 돌아오시었다.                

아 아버지가 눈을 헤치고  따오신
그 붉은 산수유 열매―                 

나는 한 마리 어린 짐생,                
젊은 아버지의 서느런 옷자락에  
열로 상기한 볼을 말없이 부비는 것이었다.                

이따금 뒷문을 눈이 치고 있었다.  
그날 밤이 어쩌면 성탄제의 밤이었을지도 모른다. 

어느새 나도  
그때의 아버지만큼 나이를 먹었다.   


옛 것이란 거의 찾아볼 길 없는  
성탄제 가까운 도시에는  
이제 반가운 그 옛날의 것이 내리는데,                
설어운 설흔 살 나의 이마에   
불현듯 아버지의 서느런 옷자락을 느끼는 것은,  

눈 속에 따오신 산수유 붉은 알알이 
아직도 내 혈액 속에 녹아 흐르는 까닭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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